CA
ON

두만강 푸른물에 노젓는 뱃사공

 

 1974년 가을, 진해 해군 신병훈련소에서 3개월 간의 훈련을 마치고 배치받은 곳이 경남(81)함이었는데, 그때 함께 배치받은 동기가 있었다. 마침 함정이 백령도 앞 바다에 근무 중이라 그 동기생과 기름 보급선을 타고 백령도로 향했다. 


 올라가는 동안 짝대기 하나의 공통된 설움 같은 것을 이야기했는데, 자기 아버지가 <눈물 젖은 두만강>을 부른 김정구란다. 한눈에 봐도 귀공자 모습을 지닌 친구였는데, 백령도까지 도착하기 전에 해군본부로 재배치되어 중간에 헤어진 후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그 뒤, 노래를 부를 자리에서는 자연스레 ‘눈물 젖은 두만강’을 불렀다. 이 노래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또 있다. 1991년에 어머니를 모시고 중국 연변 도문에 가서 두만강 건너 북한의 회령을 바라본 적이 있다. 회령은 어머니의 고향이고 두만강은 어릴 적 물장구 치던 놀이터였다. 


 어머니는 그곳에 부모, 형제를 두고 혼자 이모를 따라 월남하셨다. 그때 어머니의 하염없는 눈물을 잊을 수 없다. 그래서 ‘눈물 젖은 두만강’ 노래만 들으면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1935년, 극단 <예원좌>는 중국 동북지방을 순회하며 공연을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극단 일행은 두만강변의 작은 도시 도문의 한 여관에 머물렀다. 여관 주인은 조선사람이었다. 여관 뜰에는 늦가을을 맞아 단풍나무가 곱게 물들어 있었는데, 그 단풍나무는 여관 주인이 고향에서 묘목을 가져다 심은 것이라 했다.


 그날 밤, 젊은 음악가 이시우는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뒤척이고 있었다. 그때 옆방에서 여인의 비통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방에서 나와 여관 주인에게 사연을 물었다. 여관 주인은 통곡하고 있는 그 여인의 남편과 잘 알고 지내온 사이였다. 


 여인의 남편은 독립운동가였다. 여인은 남편이 일제에 잡혀 형무소에 갇혔다는 소식을 듣고 먼 길을 달려와 남편을 면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남편은 이미 일제에 총살된 뒤였다.


 그날 밤은 바로 남편의 생일이었다. 여인은 빈 방에서 홀로 앉아 술 한 잔 부어 놓고 제사를 올리려 했다. 여관 주인이 그 사실을 알고 제물을 차려왔다. 여관 주인이 만들어준 제상에 술을 붓고 난 여인은 오열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사연을 알게 된 이시우의 마음도 젖어 내렸다. 


 두만강 푸른 물과 여관 뜰의 붉게 물든 단풍이 어우러지면서 이시우의 가슴에는 선율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튿날 아침, 그는 두만강을 바라보며 떠오르는 악상을 가다듬어 노래를 만들었다. 나라 잃은 겨레의 슬픔이 물길을 이룬 채 흘러가고 있는 것만 같은 <눈물 젖은 두만강> 앞에서 그는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눈물 젖은 두만강>은 극단 <예원좌>의 전속 배우였던 장월성이 불러 관중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 후 순회 공연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이시우는 김용호 시인에게 부탁해 일부 가사를 새로 다듬고 김용호의 동생인 김정구에게 노래를 시켜 레코드를 만들었다. 그래서 OK레코드사에서 김정구가 취입한 판에는 작사자가 김용호로 올라 있다. 


 

 

 

 하지만 2001년 북한에서 발행된 <계몽가요 선곡집>에는 <눈물 젖은 두만강>은 한명천 원작, 김용호 개작, 이시우 작곡이라 밝힌다. 그때까지 이 노래의 작사자가 남한에서는 김용호로 알려져 있었는데, 한명천이 원작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눈물 젖은 두만강>은 남과 북 모두에게 사랑받는 곡이다. ‘떠나간 님에 대한 그리움’과 ‘빼앗긴 조국에 대한 그리움’이 가사에 절절히 녹아 있다. 


 <눈물 젖은 두만강>은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우리 동포들에게도 사랑받는 곡이다. 남과 북에서 함께 사랑받는 노래를 모아 통일을 위한 공연을 하는 것도 의미있을 것 같다. 


 이곳 토론토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로 겨레를 울린 작곡가 안병원 선생이 있어 통일에 대한 의미가 남다르다. 토론토 만의 통일 공연 문화를 만들어 ‘통일 시그널’을 꾸준히 보내면 이것도 고국 사랑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