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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에게 고객은 안중에 없다?-밉보이면 갱신 거부하는 ‘배짱장사’

 

가파른 인상세 당분간 지속 예상

 

 

“한국에서는 교통사고가 나면 보험회사에서 당장 달려오는데 여긴 안 그런가봐요.”


요즘은 거의 안 듣는 게 되었지만 10여년 전 캐나다로 이민 오는 분들이 많았을 때 이곳에 방금 정착하신 분들로부터 종종 듣던 얘기다. 고객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삼는 한국의 환경에 익숙한 분들이 이곳에 와 피부로 느끼는 문화적 차이 중 하나가 바로 보험업계의 미적지근한 태도다. 


분명 내 돈을 받아가고 보험을 들어주긴 했는데 매년 갱신 서류랍시고 문서 하나 보내는 것 말고는 아무런 의사 소통이 없으니 내가 고객인 걸 감사히 여기는지 어쩐지 알기가 어렵다. 어쩌다 사고가 나서 클레임을 하지 않으면 10년 가야 이야기 한번 나눌 일조차 없다. 사고가 나도 보험회사에서 누가 달려오기는커녕 내가 거의 모든 걸 처리해야 하니 불편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분명 한국의 서비스 기준으로 보면 캐나다의 보험사들은 낙제점인 것 같다. 특히 보험료를 꼬박 꼬박 받아가다가 사고를 내거나 교통법규 위반 티켓이라도 몇장 받으면 2등시민 취급하듯 더 이상 보험을 안 들어준다면서 다른 회사를 알아보라고 하는 걸 보면 얄밉기까지 하다. 운전하다보면 사고도 날 수 있고, 과속 티켓도 받을 수 있는데 다른 데로 가라니, 한 마디로 배짱장사도 이런 배짱장사가 없다. 


 그런데 보험회사들의 이런 “거만한” 태도는 사실 근거가 있다. 온타리오주의 경우 자동차 보험 영업을 하는 보험회사들은 모두 보험감독원 격인 FSCO (Financial Services Commission of Ontario)의 규제를 받는다. 보험회사들은 제각기 자기네들이 받고자 하는 가입자의 유형을 FSCO에 신고하고 이에 맞춰 손님을 받는다. 보험료 또한 FSCO에 먼저 인상 또는 인하를 신청하고 인가를 받은 뒤에야 비로소 올리거나 내릴 수 있다. 


보험료가 싼 회사들은 보험료를 적게 받는 대신 운전경력이 오래되고, 사고를 낸 적도 없고, 교통법규 위반 사실도 없는 A급 운전자만을 받는다고 정부에 미리 얘기하고 이에 따라 가입자를 받는 것이다. 이들 회사는 기존의 가입자들 가운데서도 사고를 여러 번 내거나 티켓을 많이 받은 운전자들에 대해서는 자격 기준에 미달하니 보험을 더 이상 들어줄 수 없다고 통지를 한다. 이제까지 보험을 잘 들어주던 회사가 사고나 티켓을 이유로 갱신을 해줄 수 없다고 통지해오는 것은 바로 이런 경우다. 


교통사고 한 번이나 티켓 한두장으로 보험을 더 이상 안 들어주지는 않는 경우도 있다. 교통사고의 경우 대개 6년안에 2회, 티켓은 3년 안에 3장 이상을 받는 경우 더 이상 갱신이 안 된다. 보험료를 꼬박 꼬박 잘 받아오던 회사가 더 이상 갱신을 안 해준다는 통지를 해오면 보험회사가 괘씸하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내가 그럴만한 원인을 제공한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가입해 있던 회사에서 보험 갱신을 거절당한다고 해서 보험을 못 드는 건 아니다. 북미의 여느 주가 그렇듯이 온타리오도 자동차 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어 있다. 때문에 한 회사에서 가입 또는 갱신이 거절되면 다른 회사를 찾아서 가입하면 된다. 단, 사고 또는 티켓 때문에 기존의 회사에서 갱신이 거절되는 경우에는 위험부담이 높은 운전자 (high risk driver)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같은 운전자만을 받아주는 회사를 찾아가야 한다. 


이른바 하이 리스크 마켓(high risk market)으로 불리는 이들 회사는 가입자들의 교통사고 야기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보험료도 이에 맞추어서 더 많이 받는다. 가령 토론토지역에서 연간 $2,000 정도의 보험료를 내던 운전자가 하이 리스크 마켓으로 가게 되면 보험료가 2배 정도 뛰는 것은 흔한 일이다. 


자동차 보험만 그런 것도 아니다. 주택보험 역시 마찬가지다. 주택보험도 통상 5년안에 2건 이상의 클레임이 있으면 대부분의 회사들은 가입을 꺼리고 갱신을 안 해준다. 이 경우 자동차 보험과 마찬가지로 하이 리스크 마켓에 속한 회사에 가는 수 밖에 없다. 하이 리스크 마켓에서 비싼 보험료를 내면서 별다른 일 없이 2, 3년 정도를 지내야 예전에 가입했던 회사로 되돌아 갈 수 있다.


보험료를 야박하게 구는 것은 그 회사의 채산성과 연관이 있다. 한번이라도 클레임을 한 가입자는, 이제까지 한번도 클레임을 하지 않은 가입자와 비교할 때 장래에 또 클레임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통계 조사결과가 있다. 보험사들이 2번 이상의 클레임을 허용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클레임으로 인한 금전적 부담은 보험회사에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빈도 수를 더 중시한다. 한번, 두번 클레임을 한 가입자는 머지 않은 장래에 또 클레임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를 근본적으로 차단키 위해 갱신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리고 보험회사들의 이같은 갱신 거부는 앞서 언급한 FSCO라는 정부 기구를 통한 법적 근거를 갖고 있다. 


올들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자동차 및 집보험료의 두 자리수 인상이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클레임을 해야 할 일이 생기면 어쩔 수 없이 클레임을 해야 하겠지만, 피해규모가 경미한 경우라면 당장 눈앞의 피해보다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클레임을 할 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현명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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