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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경남의 기획 연재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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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의 옛날옛적이야기-알함브라궁의 장미와 은빛 류트 이야기(7)

 

워싱턴 어빙 지음 / 윤경남 옮김&사진

 

(지난 호에 이어)

어느 여름날 한밤중에 숙모가 잠자리에 든 후, 하신타는 그 탑 안에 있는 눈같이 하얀 대리석 분수 옆에 앉아 있었어요. 그곳은 신의 없는 기사가 처음으로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에 입을 맞춘 자리지요. 몇 번이나 영원히 변치 않겠다고 맹세한 바로 그 자리였어요.

가엾은 어린 소녀의 가슴은 슬프고 다정한 추억들로 가득 차 오르고 소녀가 흘리는 눈물이 천천히 한 방울씩 분수 속에 떨어졌어요. 그때, 수정처럼 맑은 물이 요동치며 거품이 부글부글~~부글부글 끓어오르더니 화려한 무어인의 옷을 입은 한 여인의 모습이 그녀의 눈 앞에 서서히 일어서는 거였어요.


 

하신타는 너무나 놀라 그곳에서 달려나가 다시는 돌아올 엄두를 내지 못했지요.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숙모에게 자기가 본 이야기를 해드렸지만, 숙모는 하신타가 정신이 쇠약해져 환상을 보았거나 분수 옆에서 졸다가 잠결에 꿈을 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옛날에 이 탑에 살았다는 무어의 세 공주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 이야기가 네 꿈 속으로 들어간게야.”

“무슨 얘기요, 아주머니? 난 통 모르는 얘긴데요.”

“너두 분명히 이 탑에 갇혀 있던 세 공주 이야기를 들었을 텐데. 자이다와 조라이다와 조라하이다 공주님들이 기독교인 기사들과 달아나기로 했던 이야기 말이다.

두 언니는 탈출에 성공 했는데 셋째 공주는 결심을 이행하지 못하고 이 탑 안에서 죽었다는구나.”

“아, 이제 생각이 나네요. 마음 약한 조라하이다의 운명을 생각하며 울었던 일을요."

“네가 그 공주의 운명을 생각하며 우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 조라하이다의 연인은 바로 너의 조상이니까. 그 기사님은 무어인 공주와의 사랑으로 오랫동안 슬퍼했지만, 시간이 그의 슬픔을 낫게 해주어 히스파니아 여인을 만나 결혼했고, 너는 바로 그들의 후손이 된단다.”

하신타는 그 말을 곰곰이 마음에 새겨 보았어요. “그렇다면 내가 본 것은 헛개비가 아니야. 난 믿을 수 있어. 만일 그것이 아직도 이 탑에 머물고 있다는 그 여린 조라하이다의 영혼이라면 내가 겁낼게 하나도 없지. 오늘 밤에 분수 옆에서 지켜보자. 어쩌면 다시 찾아올지도 모르니까.”

자정이 되어 사위가 조용할 무렵 하신타는 분수 옆에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알함브라의 감시탑에서 자정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분수는 다시 요동을 치며 부글부글~~부글부글 끓어 오르면서 무어 여인의 형상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군요. 그 여인은 젊고 아름다웠어요. 보석으로 반짝이는 화려한 의상에, 손엔 은빛 류트를 들고 있군요. 하신타는 마음이 떨려 정신이 아득해지는 듯 했으나 그 여인의 부드럽고 구슬픈 목소리와 창백하고 서글픈 얼굴에 떠오르는 사랑스런 표정에 다시 용기를 냈어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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