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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판 초상화

 

어머니 날 낳으시고

오늘 센 머리털 바람 따라 날리며

곧게 서서 걷는 나의 나됨은

손과 눈물로 빚은 칠삭둥이 막내

장인 벼린 예리한 칼 끝에 보이는

목판 초상화

묵재 나의 세살 위 형님은

위대한 없음에서 존재로 창조 힘

나는 높이 받들어 마음 생각 열어봅니다

 

날고등어 비린 냄새 풍기는

영어를 입에 물려 평생을

밥먹여 꺼이 꺼이 살게 하시고

 

소리 없이 눈 내리는 밤

코둘레 고삐 잡으시고 아직도 덜 영근

나는 묵재 형님 손끝에서

새벽기도 배우고

울어, 이 눈물이 내일 보약임을 모른체

세월 밟고 뒤돌아 보고 보니

 

목판에 새겨지는 칼

요셉의 고난 끝이 보이고

늦은 밤 공기 흔들며 혼자서

멀건 죽 정성 다하여 끓이는

석유 곤로 앞에 흐른 세월

서강 나루터

성장은 기쁘고 하늘 같이 높았습니다

 

사랑합니다, 묵재 형님

떼쓰며 투정 참 많아서

그래도 칼은 놓지 않으시고

변하고 변화되어

애벌레 옷을 벗고 일어나 보니

나비처럼 날아

캐나다 온타리오가 고향산천 되고

 

나의 삶의 여백은

묵재 형님 칼끝에서 조각된

울퉁

 

불퉁 자화상

천국까지 갖고 갈 감사 자화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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