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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영화 시리즈(IV)-"베라 크루즈" (Vera Cruz)(하)

 


버트 랭카스터의 연기가 빛나고 미래의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는 수정주의 서부극의 효시

 

 

 

 

 

(지난 호에 이어)
 이 순간 한 방의 총성과 함께 조의 똘마니 한 명이 즉사한다. 주변엔 멕시코 반란군이 구름같이 포위하고 있다.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다리 반대편에 있는 라미레즈 장군 일행에게 홀로 걸어서 다가가는 벤! 


 벤은 백작부인 마차는 텅 비었고, 후작이 금을 빼돌려 짐마차에 실어 베라 크루즈의 요새로 향한 것 같다고 말하며 힘을 합쳐 금을 되찾자고 제의하는데….

 

 

 


 장군은 그 금화는 멕시코 정부의 소유이므로 누구와도 나눌 수 없다고 말한다. 벤은 나누자는 게 아니고 적절한 보상만 요구한다며 목숨을 건 일이니까 '10만 달러'를 달라고 제안한다. 이에 금을 찾는 대로 돈을 지불하겠다며 벤을 믿고 약속을 지키겠다는 라미레즈 장군. 


 한편 백작부인의 마차에 실려있던 금화를 짐마차로 교묘하게 옮겨 싣고 마리 백작부인을 인질로 삼아 베라 크루즈 항 요새에 도착한 앙리 후작. 먼저 도착한 다네트 대위와 요새를 지키는 장교가 내일 아침 배로 출항할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후작에게 보고한다. 

 

 

 


 또 한편 반란군의 요새에 합류한 벤과 조는, 페드로가 장군에게 항구를 완전 포위해 대기 중이며 지난 번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했다고 보고하는 것을 듣는다. 


 장군은 자기들이 관문을 공격할 때 윈체스터로 엄호해 줄 것을 부탁하는데 이를 듣고 기뻐하는 조를 보고 장군이 "목숨이 걸린 일인데 저렇게 좋아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하자 벤은 "희한할 거 없어요. 내일 아침 대박이 터질 수도 있죠."하고 대꾸한다. "돈? 오직 돈 때문에 목숨을 거는 거요?"라는 장군의 말에 "그게 제가 아는 제일 합당한 이유 같은데요."라며 "게다가 사람에게 진짜 필요한 '신념'도 있어요."라고 대답하는 벤. 

 

 

 


 다음날 아침. 반란군과 정부군은 일전불사(一戰不辭)의 '피의 전쟁'을 치른다. 조의 부하들도 다 죽는다. 벤이 정부군이 사용하던 기관총을 탈취하여 정부군을 향해 쏘아대는 장면은 이 영화의 압권이다. [註: 이 장면은 샘 페킨파 감독의 '와일드 번치(1969)'에서 '피의 발레'로 일컬어지는 마지막 장면을 연상시킨다. 그 밖에 '황야의 7인(The Magnificent Seven•1960)' '4인의 프로페셔널(The Professionals•1966)' 등과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달러 3부작(Dollars Trilogy)'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이 영화에 감명받은 레오네는 그 후 알드리치 감독의 '소돔과 고모라(1962)'에 조감독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정부군의 수류탄 투척으로 기관총을 포기하고 극적으로 살아난 벤과 조는 진격하다가 기병대와 맞닥뜨리자 수류탄을 던지며 그들과 대항한다. 그때 수많은 부상자 중에 다네트 대위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본 조가 창으로 그를 찔러 죽여 복수한다. 


 2층 창문에서 조 에린을 본 마리 백작부인이 소리친다. 사다리도 없이 서커스 실력으로 올라간 조는 마리에게서 그녀만 아는 배의 위치 정보를 알아내고는 키스는커녕 금세 차버린다. 


그때 금이 실린 마차를 몰고와서 조를 부르는 발라드를 총으로 쏴 죽이는 조. 금을 혼자서 독차지하려는 욕심에 이미 제정신이 아니다. 


 금마차를 혼자 몰고 가겠다는 조에게 반란군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그를 말리는 벤 트레인. 결국 조가 결투를 제의하여 둘은 최후의 대결을 벌이게 된다. 이때 이층에서 이를 지켜보는 마리 백작부인. 두 발의 총성이 울렸지만… 결국 조가 죽는다. 


 죽은 조의 총을 집어 던져버린 벤의 눈이 촉촉히 젖는다. 최후의 승자는 멕시코 반란군. 자신의 농장을 재건할 자금 때문에 멕시코 전쟁에 참여했던 벤은 결국 그들의 영웅이 된다.

 

 

 


 후아레스파 반란군의 아내들과 어머니들이 사랑하는 사람의 시체를 찾는 장면과 그 속에 섞여있던 니나가 벤에게 달려가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베라 크루즈'에서 선과 악의 경계는 모호하다. 선한 역할의 벤 트레인마저 민중을 탄압하는 황제의 용병이 되었다가 금화를 탐내고, 이미 탐욕에 눈먼 조 에린과 손을 잡는다. 그 밖의 등장인물들도 오로지 돈의 충동과 욕망에 이끌려 연출하는 긴장감 넘치는 여정은 명예와 규율, 대의명분이 가득한 '역마차(1939)' 등의 정통적인 서부극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세계다. 

 

 

 


따라서 '베라 크루즈'는 숭고한 이념이나 예술적 정화, 또는 인도적 세계의 통합 등 전통적인 장르와는 아예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른바 수정주의 서부극의 효시인 작품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던 점잖은 게리 쿠퍼보다는 온몸으로 연기하여 활력을 불어넣은 버트 랭카스터가 진정한 주인공이 아니었나 싶다. 

 

 

 


 로버트 알드리치(Robert Aldrich, 1918~1983) 감독은 미국 상원의원이었던 넬슨 알드리치(Nelson W. Aldrich, 1841~1915)의 손자이며, 제럴드 포드 대통령 때 부통령을 역임한 넬슨 록펠러(Nelson Rockefeller, 1908~1979)와는 사촌간이다. 


 그러나 세상을 삐딱하게 보던 그는 이런 거부인 가족을 마다하고 일찍이 영화계에 뛰어들어 1952년에는 찰리 채플린의 '라임라이트(Limelight)'의 조감독으로도 활동했다.

그 후 버트 랭카스터의 도움으로 '아파치(Apache•1954)'를 감독하여 대히트를 하자 같은 해에 바로 '베라 크루즈'를 연출하여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의 히트작은 느와르 필름 '키스 미 데들리(Kiss Me Deadly•1955)' '베이비 제인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가?(What Ever Happened to Baby Jane?•1962)' '소돔과 고모라(Sodom and Gomorrah•1962)' 'Hush…Hush, Sweet Charlotte (1964)' 등인데 특히 우리에게는 '특공대작전(The Dirty Dozen•1967)'으로 기억되는 감독이다. 


 65년 전 영화이지만 워낙 속도감이 빨라 지금 봐도 정말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끝)

 

※ 알림: 갤러리아 쏜힐점 문화교실 '손영호의 여행•영화•음악 이야기'가 8월24일(토) 오후 5시에 있사오니 많은 참석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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