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꽃
허연 아랫도리를 드러내 놓고
제 속을 털어내는 일이 흉이 될까봐
저리 눕기도 하고
심하게 흔들리기도 한다
사람도 억새와 별반 다르지 않다
사는 일 팍팍할 때 눕기도 하고
불붙는 외로움이 가슴을 치는 날이면
우리도 소리내어 울고 싶은 것이다
사람이니까 더 한 것이다
몸이 안으로 젖어서
내 안에 슬픔 하나 들이는 일이
서로를 다치는 일이어도
빈 들녘에 홀로 서 있는 것보다
마주 보고 흔들리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
흔들리지 않는 것을
우리는 억새라 말하지 못한다
이맘쯤, 멀쩡한 사람도
움푹한 상처 하나 앞세우고
네게로 가면
솜뭉치 뽑아 올린 슬픈 몸짓
저 장엄한 행렬 앞에
죄다 눈물 글썽이게 된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