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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우 칼럼

    경제 및 시사문예 종합지 <한인뉴스 부동산캐나다>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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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부메랑-남에 대해 좋은 말을

 


▲조르주 루오의 판화작품 ‘Meserere’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날에도 향을 묻힌다’. 프랑스의 종교화가이자 판화가인 조르주 루오(1871∼1958)의 판화작품 제목(Meserere)이다. 부제(副題)는 “Le juste, comme le bois de santal, parfume la hache qui le frappe.”(The just man, like sandalwood, perfumes the blade that cuts him down), 즉 “의인(義人)은 향나무 같아서 그를 찍는 도끼에도 향기를 묻힌다."

 

 이는 자신에게 아픔과 상처, 죽음까지 안겨주는 도끼일지라도 그 날에 독을 묻히지 않고 오히려 향을 묻혀주는 향나무 같이 자신을 멸시하고 죽이려는 자들을 용서하고 사랑으로 감싸며 십자가를 진 예수의 삶을 묘사한 것이다.  

 

 일생을 이렇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일반 세속인이 예수처럼, 부처처럼 살 수는 없다. 때론 화도 내고 때론 남을 미워하면서 그렇게 살아간다. 세상엔 나를 감싸고 도와주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를 찍으려는 많은 도끼날들이 사방에서 번뜩이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0…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일이다. 부서 회의를 할라차면 출장 등으로 참석을 못하는 직원이 있는데, 그럴 때 직속상사는 예외없이 그 불참자에 대해 험담을 늘어놓곤 했다. “그 친구 참 게을러. 그걸 일이라고 하는지, 속이 터져.” 그런데 만약 내가 그 자리에 없으면 나 또한 그렇게 화젯거리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직원들은 가능하면 회의에 빠지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런가 하면, 회식자리에서 하는 말은 직장상사나 동료, 또는 주변인들에 대한 얘기가 많은데 그런 자리에서는 십중팔구 좋은 말은 듣기가 어려웠다. 대개는 화제 대상의 나쁜 면만 들추어내기 일쑤였다.

 

 타국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인적교류의 폭이 좁은 이민사회는 더욱 그렇다. 대개 서로 간에 속내를 많이 아는지라 상대방이 어떻게 살아왔고 장.단점은 무엇인지 훤히 들여다 보인다. 그런데 누가 없는 자리에서 그 사람에 대한 말을 할 때 대체로 호의적인 말은 별로 들을 수가 없다.

 

 “그 분 참 훌륭하지. 멋있는 분이야.” 이런 얘기만 들었으면 좋겠는데 그렇질 않다. “그 친구, 전에는 형편 없었어. 요즘 조금 살만해지니 되게 거들먹거려. 많이 컸어…” 이런 식이다.

 

0…사람은 누구나 약점이 있고 장점보다 단점이 더 크게 보이는 법이다. 그런데 누가 없는 자리에서 상대를 함께 욕하고 험담한다고 해서 대화하는 두 사람 간에 공통분모라도 있는 양, 정이 깊어지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분명한 것은 남의 말을 한 사람은 다른 자리에 가면 거꾸로 내 얘기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십중팔구 좋은 말이 아닐 것이다.

 

 남에 대해 좋게 얘기를 안하는 사람은 다른 곳에 가면 나에 대해서도 험담을 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좋지 않은 버릇은 나의 얘기를 다른 사람을 통해 전하는 것이다.  

 

 나는 최근에 나의 정치적 견해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나를 험담한 사람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평소 내 앞에서는 그런 내색을 안하다가, 없는 자리에서 그런 말을 했다고 들으니 뒤통수를 한대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주 보는 얼굴인데, 할 얘기가 있으면 본인에게 할 일이지 뒤에서 그러니 배신감이 엄습해왔다.           

 

0…말은 부메랑(boomerang)과 같다. 부메랑은 호주의 원주민들이 사냥이나 전쟁 때 사용한 도구다. 목표물에 명중시키지 못한 부메랑은 되돌아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제자리로 돌아오는 부메랑은 종종 던진 사람에게 치명적인 무기로 돌변한다. 우리가 함부로 내뱉은 말들이 부메랑이 돼 돌아와 난처한 입장에 놓이는 사례를 수없이 목격한다.

 

 아브라함 링컨은 젊은 시절 친구가 없는 자리에서 그를 비방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빌미가 돼 그 친구로부터 결투 신청을 받았고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그 뒤로 링컨은 절대로 뒤에서 남의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내가 누굴 욕하면 그것은 빙 돌아 내 뒤통수에 꽃힐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누굴 좋게 얘기하면 그 역시 되돌아 오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면전에서 대놓고 칭찬한 것보다도 훨씬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상대방이 없는 곳에서 그를 칭찬하면 그는 후에 반드시 나의 사람이 된다.   

 

 언젠가 어느 분에 대해 좋게 얘기를 했더니 나중에 그가 나를 보고 “고마워요. 저에 대해 그렇게 좋게 말씀해주셨다면서요?” 하는 것이었다.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0…자고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Praise breeds willingness). 칭찬은 하면 할수록 상대가 더욱 긍정적인 일에 집중하게 만든다. 또한 칭찬은 여러 사람 앞에서 공개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특히 본인이 없을 때 남긴 칭찬은 그 효율 가치가 두 배가 된다.

 

 남을 헐뜯는다고 자기 위상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남을 높힌다고 자기 위상이 낮아지는 것도 아니다. 자신을 낮출수록 위로 올라가는 법이다.

 

 말의 상처는 도끼날로 입는 상처보다도 더 깊다. 성경에도 일렀다. “두루 다니며 한담하는 자는 남의 비밀을 누설하나니, 입술을 벌린 자를 사귀지 말지니라”(잠언 20:19).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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