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기생 ‘애랑’과 ‘배 비장’의 Love Story

 

전통예술공연협회가 주최하는 풍자극, ‘배비장전’이 10월 14일(금)에 토론토 Fairview public library theater에서 열린다. 배비장전의 줄거리는 제주 목사(牧使)를 따라 제주도에 가게 된 배 비장은 ‘외도를 않겠다’고 아내에게 한 약속을 지켜 여자를 멀리한다. 그러나 한번 그를 유혹해 보라는 목사의 명을 받고 그에게 접근해 온 기생 애랑에게 반해 배 비장은 깊은 사랑에 빠진다.

어느날 밤 둘이 함께 있는데, 갑자기 애랑의 남편이라는 남정네가 나타나 배 비장은 알몸으로 궤짝 속에 숨는다. 남편으로 가장한 하인이 궤짝을 바다에 버리겠다고 떠들고 목사는 관청 앞마당에 궤짝을 놓고 마치 바다에 집어던질 것 같이 쇼를 벌인다.

결국 배 비장은 알몸으로 관청 앞마당에 나와 웃음거리가 된다는 야유와 풍자가 넘치는 해학극이다. 배비장전의 주요 배역인 배비장, 애랑, 방자를 미리 만나 보았다.

 

배 비장/조성빈

배 비장 역을 맡은 조성빈은 현재 27살로 포항에서 살다가 중학교 1학년 때 이민 왔다. 2015년부터 한국일보에서 행정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연극은 평소에 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는데, 마침 배비장전의 광고 때문에 회사에 찾아온 금국향 감독의 눈에 들어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연기 경험은 없지만, ‘젊을 때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도전하고 있는데, “경력이 없기 때문에 제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자신 스스로도 궁금하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평소 배우에 대한 동경은 있었지만, 여러 가지 다양한 배역으로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흥미로울 것 같다”며, “저는 원래 낯을 가리는 성격이지만, 배 비장의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대본을 보고 연구하고 다른 자료들도 보고 있다”며 “좋은 웃음을 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애랑/송보경

1995년에 중학생으로 토론토에 유학 왔다가 부모님들이 다음해에 이민 오셔서 정착했다. 2005년에 결혼해, 현재는 부동산 중개인과 에어로빅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극 경험은 전혀 없지만, ‘애랑을 찾고 있다’고 해서 응모하게 되었다고 한다.

“누구나 한 번쯤 여주인공을 해보고 싶은 꿈을 꾸는 것 아닌가요?”하며, “대학 때 의상 전공을 했기 때문에 연극 스텝으로 도와주곤 했던 경험이 있다”고 한다. 같이 부동산 중개인을 하고 있는 남편이 육아도 도와주고 대본 연습 때 상대역을 해주는 등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있다고 자랑한다.

배비장전에 대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영어로 그 느낌을 전달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된다며, 하지만 연습을 하면서 자부심이 점점 생기고 주위에서도 많이 격려해 주셔서 용기를 내고 있다고 말한다.

“다만, 한국말이 가지고 있는 ‘찰진 맛’을 내가 표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며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는 것 또한 나름 보람이고, 고국 문화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는 것 같아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엄마가 새로운 것을 열심히 하며 성취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도 나름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며, 본인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나는 엄마다’라고 수줍게 말한다.

 

 

방자/백은미

영국에서 살다가 2020년에 토론토로 왔다. “코비드 시대여서 2년 전에 왔지만, 모든 것이 활성화되지 않아서 아직도 모두 낯선 편이다”고 한다. 원래 캐나다 영주권자이고, 영국에서는 한인 2세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쳤다.

캐네디언인 남편은 토론토대에서 아시아 문화 관련 강의를 하고 있는데, 대만에서 서로 공부를 하다가 만났다. 24살 때 결혼했고, 아시아 문화를 좋아해서 중국, 대만, 마카오 등에서 살았다.

방자는 원래 남자 역인데 여자가 하게 되어서 흥미로웠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할지, 남자 목소리를 내야 하나 등 고민을 많이 했는데, 차츰 캐릭터를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며, “연극은 해 본 적은 없고 한국에서 문예 창작과에서 희곡과 시를 전공했다”고 한다. 그래서 직접 연극을 하지 않았지만, 전체 돌아가는 시스템은 알고 있었기에 적응하기가 쉬웠다고 말한다.

처음에 배비장전을 들어는 봤지만,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했기에 이번을 계기로 공부를 했는데, ‘우리나라에 이런 휴먼스럽고 해학적인 문화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방자라는 캐릭터는 양반 같은 지배층도 아니고, 서민도 아닌 그런 중간 계층이어서 방자 역에 대한 고민을 하면 할수록 점점 무게를 느낀다며, “너무 양반스러워도 안되고 서민도 아닌 중간 신분이 주는 중간 역할을 적절히 보여주겠다”고 한다.

배비장전의 주요 출연자를 인터뷰하며 ‘이거 대박 나겠는데’하는 예감이 들었다. 연출을 한 금국향 감독은 “출연진의 연기뿐만 아니라, 다른 볼거리로 화려한 복장을 한 기녀들의 장구춤, 제주도의 색채를 살린 해녀 춤사위, 소리꾼의 흥타령 등이 관객들의 흥미를 더 할 것이다”며 “많이들 오셔서 봐주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힌다.

오랜만에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는 좋은 공연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벌써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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