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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천 칼럼

    신학박사
    캐나다크리스챤컬리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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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쳐 있는 교민을 위한 다윗의 축복

 

 푸른 꿈을 안고 고국을 떠나 타국에 왔지만 실상 현실은 생각처럼 녹록하지 않다. 실제로 많은 한인들이 생존을 위해 고국에서는 해보지 않은 험한 일을 하며 일상을 보낸다. 남의 집에서 신세를 지고 있는 손님처럼 긴장감 속에 살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매일 쉴 틈 없이 성실히 일하면서도 때로는 언어와 신분 때문에 마치 죄를 지은 사람처럼 주눅이 들어 있는 경우도 많다.

기대감을 가지고 처음 비행기에 올랐을 때 꿈꾸었던 생활은 온데간데 없고 매일 분주한 삶 속에서 주변 환경과 상황 변화 때문에 그저 하루하루 근심 속에서 갈 길을 알지 못하고 방황하며 살아간다.

 다윗은 선지자 사무엘을 통해 이스라엘의 왕으로서 거룩하고 영광된 부르심을 받은 사람이다. 한낱 양을 치는 목동에 불과했지만 자신을 이스라엘의 왕으로 부르신 하나님을 생각하면 푸른 꿈을 새롭게 꿀 수 있었다. 마치 비행기에 처음 오른 교민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의 현실은 기대와 달리 참혹했다.

백성에게 왕으로 추앙을 받기는커녕 사울에게 억울하게 쫓기며 목숨을 연명하는 도망자 신세를 면하기 어려웠다. 시간이 갈수록 자신을 추종하는 육백 명의 장수들마저도 의식주라는 현실적 문제 앞에서 다윗에게는 부담처럼 여겨졌다. 그의 마음은 분주해지고 육신도 지칠대로 지쳐버린 다윗은 자신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특별한 기름 부으심과 소명이 오히려 거추장스럽게 여겨졌다.

 그때 그는 단순히 자신을 추격하는 사울을 피해 이스라엘의 정적인 블레셋으로 이민하여 가드의 방백인 아기스의 수하로 들어간다. 과거 빈 들에서 양을 치던 평범한 목동 시절, 이스라엘 만군의 하나님의 군대를 모욕한다는 이유만으로 블레셋의 장수 골리앗에게 대항했던 다윗이다.

골리앗을 단번에 쓰러뜨렸던 용맹한 다윗을 생각하면 블레셋 이주는 참으로 아쉬운 결정이다. 하지만 다윗은 분주했고, 지쳤다. 그의 심신은 참혹한 현실 앞에서 완전히 무너져 가고 있었다. 다윗의 분주한 영혼은 더 이상 주님 안에서 쉴 곳을 찾으려 애쓰지 않았다.

 사무엘상 27장 1절은 그때 당시 다윗의 혼탁한 영성을 이렇게 대변한다: “다윗이 그의 마음에 생각하기를. ” 언제나 하나님께 모든 것을 여쭈어 보던 과거의 다윗은 온데 간데 없어지고 블레셋 이민자 다윗은 이제 자신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스스로의 꾀를 내기 시작했다. 다윗의 이러한 한 순간의 방심은 훗날 자신의 두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자신을 따르는 장수들의 모든 가족들까지 아말렉에게 포로와 노예로 끌려가는 수모를 겪는 계기가 된다.

그가 분주하여 신앙을 놓아버린 사이, 다윗이 부재한 이스라엘의 군대는 결국 블레셋과의 큰 전쟁에서 패했다. 이 싸움에서 사울 왕은 물론 자신의 의형제인 요나단도 비참한 죽음을 맞게 되었다. 다윗이 하나님께 약속 받은 왕좌로부터 스스로 멀어지는 선택을 하게 되면서 비롯된 결과다. 이민자 다윗의 분주함은 그를 한 순간의 방심으로 이끌었고 그 방심은 불신앙으로 이어졌다.

 잘못된 선택 속에서 이민자 다윗은 예상치 못한 고난들을 마주하게 되었지만 그 고난 속에서 다윗은 놀랍게 은혜로운 희망을 찾아 나선다. 그가 다시 하나님을 마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사무엘상 30장 8절은 이민자 다윗이 새롭게 신앙인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고국을 떠나기 전까지 그의 신앙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신실한 고백을 다시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윗이 여호와께 여쭈어 가로되. ” 이제 그의 삶에는 놀라운 축복의 반전이 시작된다.

 성도의 삶은 분주해서는 안 된다. 집을 떠나오면 무조건 고생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타지 생활에는 특별한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신앙을 내려놓고 방심하게 만드는 근심이 아니라 오히려 주님께로 돌아가는 등불이 되어야 한다. 이민자 다윗과 같이 주님을 더욱 의지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 그 근심의 때를 복된 반전의 순간으로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매일 분주한 중에 피로감을 억지로 이겨내듯 꾸역꾸역 침대에서 일어나는 일상이 아니라 먼저 주님께 의지하며 새 날을 기대하는 활기찬 신앙 습관의 회복이 필요하다. 하나님이 매일 주시는 평안과 복을 반드시 차지할 수 있어야 한다. 다윗처럼 이 땅을 정복하고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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