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동산에 파도처럼

 

 

“일년 중에 제일 큰 과제가 무엇이냐“고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무궁화 사랑모임 현충일 행사입니다“라고 선뜻 대답할 것입니다. 그만치 나에게 있어 현충일 행사는 보람 있고 즐겁고 희망과 행복을 주는 아주 소중한 일인 것입니다.

올해는 12회로 젬스가든 이상온 무궁화동산에서 열렸습니다. 전에는 집에서 준비물을 챙기고 가다가 달라상과 수퍼마켙에서 꽃과 준비물을 챙겼는데, 올해는 한번도 현충일 행사에 참여하지 않던 집사람이 참여한다니 보여주고 싶긴 했지만 기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일찍 서둘러 꽃과 철사를 사다 놓고 9시30분경 집을 출발했습니다. 공원에 도착하니 회장님이 먼저 와 계셨습니다. 매년 행사를 하기 전에 공원에서 집회 신고를 해야 하는데 만나기가 쉽지가 않아 미리 못해서 걱정 되어 공원 사무실을 찾으니 잠겨 있었습니다.

마침 공원을 살펴보니 공원 직원이 눈에 띄어 다가가 더듬거리는 말투로 “매년 무궁화 사랑모임에서 현충일 행사를 하는데 오늘 합니다” “참 좋은 일입니다“ “먼저 책임자 나딘은 승진해서 관리국으로 가고 저는 임시 관리를 맡고 있는 폴입니다” “ 우리가 자유를 누리는 것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그분들의 덕분인데 사람들이 몰라주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내가 영어가 짧아 더듬거려도 얼마나 친절하게 대해주고 얘기해 주는지 나는 너무나 기쁘고 신났습니다. 두 개의 동산에 한 개씩 행사 안내 입간판과 두 개의 꽃 다발 갖다 놓고 대형 태극기를 세웠습니다. 그러는 사이 반가운 얼굴들이 보였습니다.

한국일보 김명규 사장님, 불교인회 전 회장 최종학씨, 한카노인회 이우훈 회장, 재향군인회 송승박 회장, 변의섭 작가님, 김근래 회장, 정진홍 장로님 등 모두가 반갑고 고마운 분들이었습니다.

11시가 되자 리본 달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두 개의 동산에 두 그룹으로 나뉘어 50개의 무궁화 나무에 한국전 참전 희생자 516명을 기리는 516개의 새빨간 리본이 무궁화 가지에 매달렸습니다. 참말로 리본 꽃이 피었습니다. 그 꽃은 아름다웠습니다.

이 세상에 단 한곳, 이 곳에만 있는 꽃, 516명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꽃, 보기만 해도 가슴이 띄고 벅차 오릅니다.

리본을 달고 나자 간단한 회장의 인사와 소개가 있은 다음 회장님이 준비한 음식들로 다과회가 베풀어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랜 만에 만나 하지 못한 얘기들을 하느라 자리를 떠날 줄 몰랐습니다.

공원을 찾는 분들은 처음에는 이상한 눈으로 보다가 내용을 알고 나서는 “땡큐 땡큐“를 연상 하며 감동과 감격해 했습니다.

그동안 현충일 행사를 하면서 잊지 못할 일들이 있었습니다. 어느 중년 캐네디언 여성이 무궁화동산 앞에 서더니 마구 울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냥 우는 것이 아니라 어깨를 들먹이며 엉엉 우는 것입니다. 영문을 몰라 “왜 그러세요?“하고 물으니 “우리 아버지가 한국전에 참전했었는데 얼마 전에 돌아 가셨어요. 고맙기도 하고 아버지 생각이 나서요“

그 소리를 듣자 반가움과 고마움이 넘치고 나도 따라 눈물을 흘렸습니다. 순간 나는 그녀를 포옹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다음해 어머니를 모시고 또 와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또 한번은 두 할머니가 행사장 앞에 오시더니 이상히 여기기에 “한국전에 희생하신 캐나다 516명의 영혼을 기리는 것입니다” 하니 “땡큐 땡큐“를 연발하며 감동에 넘쳐 나를 꼭 껴안아 주었습니다. 나는 그 순간이 얼마나 기뻤는지 또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한번은 현충일 행사 시설물을 정리하고 있는데 지나던 두 여인이 다가와

“무얼 하세요?“하고 묻기에 “한국전에 희생하신 캐나다 참전용사를 위하여 516개의 리본을 달았는데, 오늘 치우는 중입니다“하니 “땡큐 땡큐“를 연발하며 두 분이 거들어 주기 시작 했습니다.

나는 얼마나 그분들이 고마운지 고마움이 파도처럼 몰려 왔습니다. 사실 이렇게 멋지고 아름답고 훌륭한 뜻 깊은 행사를 갖게 된 시작은 김병선 회장님 때였습니다. 2011년 7월경 김병선 회장이 나에 물었습니다. “임회장 캐나다 현충일에 516 개의 리본을 달고 현충일 행사를 하면 어떨까?“ “좋지요“ 순간 대답하고 나는 멋진 구상에 신이 났습니다.

“그럼 임회장이 행사 문구를 만들어요. 나는 리본을 만들 테니“

그렇게 하여 서둘러 516개의 리본을 만들었고, 2011년 11월 캐나다 현충일에 무궁화 사랑모임 첫 현충일 행사가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나는 이렇게 훌륭하고 멋진 행사를 만들게 해준 김병선 회장을 정말 잊을 수가 없습니다. “김 회장님 고맙습니다“

11월 12일 카폰에 메시지가 떴습니다. 열어보니 아버지가 한국전에 참전하시고 돌아가셨다는 댈 이라는 분의 전화였습니다. 이번 행사에 초대를 못해서 미안했는데 “땡큐 쏘리 아이 미스 유“하고 메시지를 보내자 “쏘리 아이 미스 유“하고 대답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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