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전쟁 배경 영화(III)-"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 (2)

 

(지난 호에 이어)

 그런데 마가렛 미첼의 소설 제목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영국의 요절한 탐미주의 시인 어니스트 다우슨(Ernest Dowson, 1867~1900)의 유명한 시 "시나라(Cynara)"에서 따온 것이다.

 

 "I have forgot much, Cynara! gone with the wind,
 Flung roses, roses riotously with the throng,
 Dancing, to put thy pale, lost lilies out of mind;
 But I was desolate and sick of an old passion, …"

 (나는 잊었다, 시나라여! 바람과 함께 사라진 백합을 기억에서 지우려 춤추며 남 따라 야단스러이 장미를, 장미꽃을 던졌으나 그래도 나는 쓸쓸했고, 옛 사랑이 무척이나 괴로웠다. …)

 

 스칼렛 오하라(비비안 리)는 조지아주 클레이턴 카운티 존스보로 근처에 있는 타라 농장을 소유한 대농장주인 제럴드 오하라(토머스 미첼)의 장녀로, 예쁜 얼굴과 매력을 능수능란하게 휘둘러 남자들의 관심과 인기를 한몸에 모으는 16살 소녀이다.

 

 그러나 그녀가 진심으로 사랑한 남자는 따로 있었으니, 이웃 윌크스 집안의 애슐리 윌크스(레슬리 하워드)였다. 그러다 애슐리가 자기 사촌 멜라니 해밀턴(올리비아 드 하빌랜드)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접한 스칼렛은 그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그러나 애슐리는 "스칼렛의 삶에 대한 열정은 높이 사지만 그것만으로는 행복한 결혼이 될 순 없다"고 타이르며 "결혼은 자신과 성격이 비슷한 멜라니와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고 말한다. 화가 난 스칼렛은 평생을 증오하겠다며 애슐리의 뺨을 철썩 때린다.

 

 그런데 이 광경을 마침 서재에 있던 레트 버틀러(클라크 게이블)가 본의 아니게 모두 훔쳐보게 된다. 버틀러는 애슐리에게 차인 스칼렛을 놀리고, 그녀는 화가 나서 뛰쳐나간다.
 스칼렛은 애슐리와 멜라니에 대한 질투로,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보란듯이 멜라니의 오빠인 찰스 해밀턴(랜드 브룩스)의 구혼을 받아들인다.

 

 얼마 안 가 남북전쟁이 터지고 애슐리와 찰스도 의용군에 입대하게 되는데, 찰스는 전장에 가보지도 못하고 폐렴으로 죽어버려 스칼렛은 졸지에 딱 6주 동안 결혼 생활을 한 뒤 애까지 딸린 미망인이 된다.

 

 그 후 스칼렛은 애틀랜타에 있는 죽은 찰스와 멜라니의 고모인 피티팻 해밀턴(로라 호프 크루스)의 집에 가서 지낸다. 아직 상중(喪中)인 스칼렛은 남부군 지원을 위한 바자회에 참석하여 모금운동을 돕는데, 멜라니와 스칼렛은 그들의 결혼반지를 헌납한다. 버틀러가 즉석 제안하여 상복을 입은 채로 무도회 춤을 추는 스칼렛에 대한 주위의 눈총이 따갑다.

 

 그 후 버틀러로부터 스칼렛에게 편지가 온다. "해밀턴 부인, 남부 연합이 남자들의 피는 요구할망정 부인들의 소중한 정표(情表)마저 빼앗기고 싶지는 않습니다. 부인의 결혼반지를 찾아서 돌려 드리며 파리에서 돌아가는 즉시 부인을 찾아뵙고 인사드리겠습니다. 추신 - 윌크스 부인의 반지도 동봉합니다."


 자막을 통해 계속되는 전쟁의 상황을 보여준다. 전쟁은 북군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남부는 갈수록 피폐해져가며, 북군이 애틀랜타까지 밀어닥친다. 북군이 애틀랜타를 포위공격해서 애틀랜타가 불타는 지경에 이르자 스칼렛은 갓 출산한 멜라니를 데리고 고향인 타라 농장으로 피신한다.

 

 이 과정에서 큰 도움을 준 사람이 바로 레트 버틀러였다. 그는 찰스턴 출신의 철저한 현실주의자로, 젊은 시절 일으킨 모종의 사건 때문에 집안에서 쫓겨난 후 도박으로 연명하다가 남북전쟁을 기회로 삼아 밀수무역 및 필수품의 매점매석으로 부를 축적한 인물이었다.

 

 스칼렛은 그를 싫어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과 비슷한 현실주의적 성격에 은근히 끌리기도 한다. 이미 한참 전부터 스칼렛 일가를 보살펴주던 그는 스칼렛과 출산한 멜라니와 갓 태어난 아이를 위해 군대 마굿간에서 훔친 말과 마차로 불바다가 된 애틀랜타를 탈출하여 온갖 역경을 무릅쓰고 타라 근교까지 데려다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의 말은커녕 타라 농장까지 가지 않는다고 앙탈을 부리는 스칼렛에게 작별의 키스를 남기고는, 그가 그토록 증오했던 남부 연합군에 입대하러 떠나는 레트 버틀러!

 

 막상 타라에 돌아왔으나 그 곳은 더 이상 스칼렛이 알던 평화롭고 안락한 집이 아니었다. 농장은 황폐해지고, 가축은 모두 도둑맞고, 노예들은 죄다 도망치고, 3년 동안 수확해서 쌓아둔 15만 달러어치에 달하는 목화는 모조리 불타버렸다.

 

 애틀랜타 포위전 동안 이 근처에서 북군과 남군의 주력이 맞붙는 전투가 벌어졌는데, 북군의 원래 방침대로라면 저택을 모조리 불태워버렸겠지만, 스칼렛의 어머니 엘렌 오하라(바버라 오닐)와 여동생들이 병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에 불태우는 대신 사령부로 징발, 사용하고 있었기에 그나마 저택은 보존될 수 있었다. [註: 애틀랜타를 불태운 건 1864년 8월 31일~9월 1일 이틀간 벌어진 존스보로 전투(Battle of Jonesborough)에서였다. 존스보로는 타라(Tara)에서 8km 남쪽에 위치한다. 남부군의 유명한 테네시 군을 이끌던 존 후드(John Bell Hood, 1831~1879) 장군이 북군에 패배해 9월 1일 애틀랜타에서 퇴각하면서 어쩔 수 없이 81량이나 되는 열차에 실려 있던 대량의 탄약을 포함한 군수물자를 불태우는 과정에서 대폭발이 일어나 철도역 부근의 시설이 함께 파괴되었다. 그러나 이때까지는 애틀랜타 전체가 피해를 입은 건 아니었다. 진짜로 피해를 준 것은 같은 해 11월 북군의 윌리엄 T. 셔먼(William T. Sherman, 1820~1891) 장군의 명령으로 전쟁관련 시설만을 파괴하라고 지시했는데, 여기서 '전쟁관련 시설'이라는 것은 철도나 막사, 군수공장뿐만 아니라 제재소, 방앗간, 민간 작업공방, 심지어는 창고나 막사로 쓸 수 있는 집이나 마차까지 포함되었던 것이다. 이러니 애틀랜타시 전체가 불타오른 건 당연한 일이었다. 요컨대 애틀란타를 불태운 건 북군의 셔먼 장군과 남군의 후드 장군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하겠다.] (다음 호에 계속)

 

▲ 찰스 해밀턴(랜드 브룩스)과 결혼식을 올리는 스칼렛(비비안 리)에게 멜라니 해밀턴(올리비아 드 하빌랜드)이 축하인사를 건네고 있다. 하지만 6주 후 찰스는 전장에 나가기도 전에 폐렴으로 죽는다.

 


▲ 남부군 지원 바자회에서 레트 버틀러(클라크 게이블)의 즉석 제안으로 상복을 입은 채 춤을 추는 스칼렛. 주위의 눈총이 따갑다.
 


▲ 레트 버틀러(클라크 게이블)가 스칼렛(비비안 리)에게 파리에서 사온 최신 유행 모자를 선물하지만…
 


▲ 스칼렛이 키스를 하려 하지만 레트 버틀러는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진정한 키스가 아니라며 거절하는데…

 


▲ 멜라니의 출산을 위해 닥터 미드(해리 데이븐포트)가 있는 역에 간 스칼렛은 수많은 사상자를 낸 남북전쟁의 참상을 보게 된다. X 자 모양의 남부연합군의 깃발이 흔들리고, 배경음악으로 스티븐 포스터 작곡의 '스와니 강'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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