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개비가 되어

바람이 부는 날에는 바람개비가 되어

 

몰아치는 바람에 취해 함께 춤추며 휘돌아 보자

 

햇살 좋은 날에는 태양열 충전기가 되어

 

솟구치는 생명의 촛불이 내뿜는 자양분을 마시자

 

비 오는 날에는 산골짝 계곡물이 되어

 

가없는 세상 바다까지 흥겨운 여행길을 달려보자

 

구름 낀 날에는 빛으로 치달리던 열정을 삭히며

 

사색하는 노을빛 드리운 저녁해가 되어 보자

 

눈이 오는 고요한 날에는 눈으로 흰옷을 갈아 입고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닮은 당찬 눈사람이 되어 보자.

 

 

 

 

 

봄꽃이 만발한 날에는 봄꽃이 되어

 

지상 가득 신의 무지갯빛 치마폭 한 자락을 수놓아 보자

 

한여름 땡볕이 오면 쑥쑥 자라난 짙푸른    

 

초록빛으로 물든 무성한 나무의 기쁨에 젖어보자

 

무지갯빛 가을이 오면 탐스럽게 빛나는

 

붉은뺨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린 꿈나무가 되어 보자

 

겨울 바람에도 힘차게 달리는 바람개비가 되어

 

북풍한설에도 순간을 영원처럼 영원을 순간처럼 휘돌아가는 

 

소용돌이 은하수와 견주는 자유의 수레바퀴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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