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미국의 3선 대통령 프랑크린 루즈벨트는 전쟁이 끝난 후 세계가 어떤 모습을 갖추어야 하는지에 대해 논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 이에 미 동맹국들은 뉴햄프셔주 브레튼우즈(Bretton woods)라는 스키휴양지 마운트워싱턴 호텔에 모였다.
44개 동맹국과 이들의 식민지로부터 온 대표들과 각 부문의 전문가들을 포함, 730명이 초청됐다. 3주에 걸쳐 토의, 협상 후, 이들은 종전과 다른 완전히 새로운 세계 경제체제로 이행키로 하고 우선 이의 실행을 위해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국제부흥개발은행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것이 세계자유무역의 탄생이다.
그리고 전쟁의 폐허로부터 각국의 경제개발이 가능할 수 있도록 미국은 자국 시장을 개방, 어떤 물건이든지 미국에 자유롭게 팔 수 있도록 해주었다. 당시 미국 경제는 세계 총경제의 1/3을 차지하는 규모였고, 미국의 소비시장은 다른 모든 나라의 시장을 합친 것보다 규모가 컸기에 이러한 조치가 가능했다.
전쟁에 지친 미 동맹국들은 세계은행, 국제부흥개발은행,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자금을 융자받아 자국의 경제를 다듬고 부흥시켜, 생산된 공산품을 광대한 미국시장에 내다 팔 수가 있었다.
단, 한가지 조건은 세계안보는 미국이 주도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대소봉쇄정책이다. 1944년 7월22일 미국의 제안은 비준되었고, 이듬해 2차 대전은 막을 내렸다.
본론
전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미국은 살육과 참화로 초토화된 세계를 보며 세 가지를 생각했다.
1. 미국은 이 전쟁에서 크게 상처를 입지 않은 상태다. 전쟁에 늦게 들어가기도 했지만(1941년 12월 진주만), 무엇보다 미 본토에서 전투가 없었다.
2. 전쟁에 피해를 입지 않은 유일한 나라로서 세계를 재건할 기회가 주어졌다.
3. 그리고 소련을 주축으로 한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아야 했다.
이런 바탕에서 브레튼우즈의 세계 경제체제가 탄생됐다. 전쟁이 끝나자 미국의 경제, 군사동맹은 과거의 적이었던 국가까지 확대되고, 후에는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일컬어지게 된 나라들과 공산주의 중국, 소련에서 이탈한 나라까지, 개발도상국 대부분의 나라로 확대되었다.
이로서 자유무역체제 덕분에 역사상 가장 평화롭고 풍요한 시대가 찾아왔다. 유럽은 폐허로부터 풍요를 되찾게 됐고, 독일, 일본은 경제성장의 기적을, 중국은 세계무대에 등장, 한국은 세계 11번째의 부유한 국가가 됐다.
이 시대를 통해 세계 GDP는 10배로 확장되었고, 세계 인구도 3배로 늘었다.
이것이 지난 세기, 70년 동안의 모습이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따르듯, 세상사에 마냥 호 세월만 있을 수 없듯이, 대전 후 초기 경제규모가 크지 않았던 나라들이 성장하면서 수출 규모도 커지는데, 미국은 이들의 수입국으로 계속 있다 보니 동맹국들은 이득을 보는데 반해, 미국은 어마 어마한 무역적자국이 되었다.
이러고 보니 일본이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거나, 중국이 세계1등 국가가 될 것이라는 등의 예측이 등장했다. 원래가 브레튼우즈 자유무역체제는 미국이 이득을 보자는 경제정책이 아니었다. 팽창하는 공산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동맹국을 굳건히 재건하기 위해 설계된 안보전략이었다.
소련이라는 강대국이 버티고 있는 한, 미국의 이런 헌신(무역적자)은 정당화 될 수 있었다. 군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자유무역을 실행하는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대부분의 미 동맹국이 석유수입국이고, 그 외 다양한 원자재를 수입하고, 만들어진 공산품을 수출하는 상황에서 해상통로(무역로)의 안전확보는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이를 위해 미 해군은 연간 1500억 달러를 쓴다(해병대가 추가로 300억 달러). 지금도 미 해군은 10개 이상의 항모전투단을 운용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이외의 전세계 해군력을 합친 것보다 더 막강하다.
지난 70년 동안 미국은 이러한 체제를 유지하느라 궂은 일을 도맡아 했고, 이렇다 할 보상도 기대하지 않았다. 어느덧, 세계는 이런 세상에 익숙해졌다. 그런데, 알다시피 소련이 1989년 막을 내리더니, 이후 베를린 장벽이 붕괴했다.
그러고 나니 소련을 봉쇄코자 만든 체제의 목적이 달성되었다. 임무가 완성됐으니 미국으로서는 기존 전략을 재고할 때가 온 것이다. 되돌아보면, 미국이 세계로부터 손을 떼는 과정은 이미 상당히 진전된 상태이다. 2016년 현재 해외주둔 미군 수는 1941년 이후 최저수준이다.
2016년 미 대통령선거전에 뛰어든 20명의 후보가운데 미국이 1945년 이후 유지해온 세계안보와 무역질서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후보는 단 한 명 오하이오 주지사뿐이었다.
미국민의 정서는 "개입하지 말자", "떠나자"로 확실히 방향을 잡은 듯하다.
결론
미국 국민이 "떠나자"면, 국민의 표를 얻어야 하는 대통령은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 오늘날, 세계는 직간접으로 미국이 관리하고, 미국이 보호하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미국이 과거에 구축하고 유지해온 체제에 의존하고 있음으로, 미국이 이 체제에서 이탈하면 대부분의 나라들은 경제와 안보를 지킬 방법을 잃어버리게 된다.
에너지 수입이 어려워질 수도, 수출시장을 잃게 될 수도 있다. 결국 미국이 떠나면, 미국 없는 세상에서는 대부분의 나라가 "각자도생"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그런데 설상가상인가, 이런 상황에 마침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이라는 변수가 더해졌다. 미국은 2차 대전 당시만해도 전선의 모든 동맹국들에게 유류를 공급했다. 그러나 쉽게 채취할 수 있는 유전이 고갈되면서, 1973년 미국자체가 석유수입국이 되었다. 미국이 전쟁을 마다하고 중동문제에 개입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미국이 셰일석유를 개발하면서 원유수입량을 줄이더니 이제는 셰일석유만으로 미국 내 석유 자급자족이 이루어져, 중동에 의존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것만으로도 미국의 세계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질 수 있게 됐다.
이제부터 한국 이야기이다. 아시다시피 한국은 세계5대 석유수입국, 7대 천연가스 수입국이다. 그리고 수출주도형 국가이다. 또, 옆 나라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물건을 수입하고, 같은 상품을 수출해야 하는 나라이다. 또 다른 옆 나라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말이다.
미국이 세계에서 빠지고, 그 결과 수입 수출 통로인 해상로의 안전을 보장하는 세계경찰의 역할에서 한발 물러나고, 개도국의 물건을 사 주는 세계시장으로서의 적극적인 역할을 사양하면(수입관세를 높이고, 보호무역으로) 당연히 모든 게 빠듯한 상황이 된다.
미국의 전후 계획에서 한국은 그리 중요한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미국이 한국에 신경을 쓴 이유는 단 한가지, 소련의 팽창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제 소련은 사라졌고(중국 변수가 새로이 등장했지만), 미국이 손을 떼면 그간 그다지 문제되지 않았던 지리적 여건(지정학)이 힘을 발휘하게 된다.
한국은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는 상대인 중국과 바다에서 월등히 뛰어난 일본 사이에 끼어있다. 또, 앞서 말한대로 이들도 한국이 필요로 하는 같은 원자재를 수입해야 한다.
인류 역사를 통해 변함없이 이어져온 사실이 몇 가지 있는데 물자(광물, 농산물, 노동력, 자본, 시장 등) 공급이 부족해지면 어떤 나라는 이의 확보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도 그 중 하나다.
그 예가 독일, 일본이데, 그뿐만이 아니다. 현대에도 아프리카에서는 다이아몬드, 석유, 광산, 농경지를 둘러싸고 무력갈등이 끊이지 않고, 대영제국은 그들이 통치했던 방대한 지역에서 영국에 필요한 뭔가를 확보하기 위해 무력을 행사하지 않은 지역을 찾기 힘들 정도이다.
본인이 이 글을 쓰면서 참고한 책의 저자인 피터 자이한은 미국이 빠지고 없는 세계를 무질서, 각자도생의 세계로 본다. 그 견해가 맞는다면 다가오는 시대에 중재자도, 뒤를 봐주는 세력도 없이 한국은 한반도의 지정학이 주는 단맛, 쓴맛을 맛보게 될 것이다.
‘미국은 떠나는가! 왜?’에 대한설명은 앞에서 했다. 남은 질문은 "언제?"인데, 대답은 미국에서 본 "한국의 필요성"이 될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하는데, 또 한번 한반도는 에치슨라인(미국의 동북아시아에 대한 극동방위선에서 한국 제외된 일본, 필리핀 연결로 발표) 역사를 경험할 것 같다.
책의 저자는 북한이라는 변수를 다루지 않았다. 이는 한국만이 갖는 특수한 변수인데, 이를 고려하면 저자가 말하고 있는 일반론과는 다른 역사가 전개될 수도 있다.
한국인이 더욱 현명해져야 하는 시대가 되리라는 점만은 확실하다.
<참고문헌>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피터 자이한), 셰일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피터 자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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