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관의 개인정보 수집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AP/가디언=연합뉴스DB)
스노든 폭로 특종 英기자 밝혀…러' "아직 망명신청서 제출안해"
(서울·모스크바=연합뉴스) 나확진 기자·유철종 특파원 = 미국 정보 당국의 개인정보 수집활동을 폭로하고 러시아에 도피 중인 미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에 사상 최대의 피해를 줄 수 있는 정보를 가졌다고 그의 폭로를 최초 보도한 영국 가디언의 글렌 그린월드 기자가 밝혔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에 임시 망명 의사를 밝힌 스노든이 아직 공식적으로 망명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말했다.
◇ "스노든, 미국에 치명적 정보 갖고 있다"
그린월드 기자는 13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지 '라 나시온'과의 인터뷰에서 "스노든은 미국 역사상 어느 누가 준 것보다 더 큰 피해를 한순간에 미국 정부에 끼치기에 충분한 정보를 가졌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뉴스 전문 채널 RT와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하지만 스노든의 신변에 위협이 없는 한 이 정보가 일반에 공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린월드 기자는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 피해를 주는 것이 스노든의 목표는 아니다. 세계 전역에서 사람들이 동의하지도 않은 정보 유출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 그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그린월드는 스노든이 확보한 수천 건의 문서 전체가 세계 곳곳의 몇몇 이들에게 전달돼 있으며 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공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매일 스노든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기를 무릎 꿇고 빌어야 한다"며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모든 정보가 공개될 것이고 그것은 미국 최악의 악몽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스노든의 자료 중에는 미국 정보기관들이 개인의 온라인 정보에 접근할 때 이용하는 프로그램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자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스노든, 러'에 아직 임시망명 신청서 제출안해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스노든과 접촉하지 않고 있다"며 자신도 언론을 통해 스노든의 러시아 망명 희망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스노든이 아직 공식적으로 러시아에 망명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언급하면서 "망명 허가를 얻기 위해선 일차적으로 연방이민국에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방이민국 국장 콘스탄틴 로모다놉스키도 이날 "아직 스노든의 망명 신청서를 접수하지 않았다"며 "만일 신청서가 접수되면 법적 절차에 따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노든은 12일 저녁(모스크바 시간) 러시아에 주재하는 휴먼라이츠워치, 국제 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 국제투명성기구(TI) 등 국제인권기구 대표들과 러시아 인권운동가 등을 자신이 체류 중인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 내 환승구역으로 초청해 약 40분 동안 면담했다.
그는 이 자리서 라틴 아메리카로 영구 망명하기에 앞서 러시아에 한시적으로 머물고 싶다는 임시 망명 의사를 밝히면서 인권운동가들의 지원을 요청했다. 스노든은 그러면서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에게 망명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제시했던, 미국에 해를 끼치는 활동을 해선 안 된다는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스노든은 또 면담에서 1945년 뉘른베르크 제2차 세계대전 전범재판소에서 천명한 개인의 국제법 준수 의무를 들어 자신의 폭로 행위를 변호했다고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 온라인판은 전했다.
스노든은 뉘른베르크 선언에 따르면 국가뿐 아니라 개인도 국제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으며 따라서 개인은 평화와 인도주의에 반하는 범죄가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면 국내법을 어길 의무가 있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