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삼여(讀書三餘)란 말이 있습니다. 책을 읽기에 가장 좋은 여가로 겨울, 밤, 비올 때의 세가지를 말하는데, 여기에 청악삼여(聽樂三餘)란 말로 바꾸어, 음악을 들을 때 좋은 삼여로 삼아도 별 하자가 없을 듯합니다.
한 겨울 스산하고 고적한 긴긴밤에 마음을 달래줄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 스산한 마음에 위안이 될 듯싶습니다. <자크린의 눈물>을 생각해 봅니다. 프랑스의 작곡가 겸 첼리스트(cellist)인 자크 오펜바흐( Jacque Offenbach - 1819~1880 ),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에 작곡한 소품이지만, cello의 은은하고 중후하면서도 깊은 애조를 띈 슬픈 선율은 우리의 감정을 울리는데, 좋은 곡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자크 오펜바흐는 본래 유태계 독일 태생으로 그의 부모, 조부가 Offenbach am Maine (마인 강변에 연한 도시)에서 (세계적으로 가죽 제품의 명산지) 태어나 대를 이어 살아서, 그 고장 이름을 따서(Offenbach)란 성을 갖게 됐답니다.
어릴 때 자크는 야콥 레비 에베스트 오펜바흐란 이름으로 불리어졌으나, 그가 13살 되던 해에 가족이 프랑스 파리로 이주해 살면서, 파리 음악원에 입학하여 작곡과 첼로를 공부하고, 음악활동을 하면서 이름도 자크 오펜바흐(Jacque Offenbach)로 바꾸고, 프랑스인으로 귀화하여 활발한 작품활동을 이어간 것이지요.
수많은 오페레타(경가극: 오늘날의 뮤지컬 전신)를 작곡하여 명성을 얻게 됐습니다. 무려 100곡이 넘는 작품 중에 특히 <천국과 지옥; 지옥의 올페우스)는 공전의 히트를 하면서 파리 시민을 열광케 했답니다.
동시대의 음악가 베르리오즈는 '샹 제리제의 모차르트'라고 칭송했고, 이태리 오페라계의 거장 롯시니도 그의 <지옥의 올페우스> 감상 뒤 "오펜바흐는 파리의 모차르트"라고, 그의 천재성을 격찬했다 합니다.
평생에 경가극이 아닌 진정한 오페라(正歌劇)를 쓰기 염원했는데, 드디어 그의 최대의 걸작 <호프만의 이야기>를 남기게 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cello를 너무 사랑하여 첼리스트로 활동하면서 다수의 첼로 곡들도 썼으리라 짐작 됩니다.
여기 소개하는 <자크린의 눈물>도 오펜바흐가 남긴 소품 중에 하나로 어째서인지 미 발표곡으로 남아있던 것을 그가 타계한지 100년이 지난 금세에 현존하는 독일의 첼리스트인 토마스 베르너(Thomas Werner)가 우연한 기회에 이 곡을 발견하여 자신이 스스로 연주하여 그의 음반에 올려 오늘날 세상에 알려지게 됐답니다.
왜 곡명을 <자크린의 눈물>이라 했는지는, 당시 영국의 불세출의 여류 첼리스트 자크린느 듀 프레(Jacquline du Pre)가 불과 26세의 젊은 나이에 난치병인 '다발성 경화증' (몸의 모든 세포조직이 점차로 굳어지면서 마비현상이 오는 병)이 발병하여 28세에는 결국 14년간의 연주생활을 접고 힘든 투병생활을 하는 그녀를 지켜보면서 같은 첼리스트로서 연민(憐憫)의 정을 느껴 이 곡에 담아 자크린에게 헌정하면서 <자크린의 눈물>이라 명명했다 합니다.
자크린은 14살에 데뷔하여 촉망 받는 첼리스트로 인정받았고, 17세에는 에드워드 엘가의 난해한 첼로협주곡을 연주하게 되었을 때 세상은 과연 어린 소녀가 그 곡을 감당할 수 있을까? 우려내지는 기대감으로 주시했는데, 그녀는 무난히, 아니 이전의 어느 누구보다도 당당하고 완벽한 연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답니다.
단적인 예로 당시 최고의 첼리스트였던 소련의 로스트로보비치도 그녀의 연주를 듣고, "이제부터는 내 레퍼트리에는 엘가의 협주곡을 빼야 할 것 같다”고 극찬하는 소감을 피력했다 합니다.
젊은 날의 자크린은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유태계 아르헨티나인 다니엘 바렌보임과 사랑에 빠져 22살에 결혼을 하고 음악을 같이하는 부부로 살았으나, 자크린이 병든 후 투병 중에 바렌보임은 그녀를 떠나 소련의 여 피아니스트와 살림을 차려 아이까지 둘을 낳았습니다.
누구보다도 곁에서 돌보고 지키고 위로해야 할 남편이 조강지처를, 그것도 병든 아내를 버리고 떠났다는 것은 후세인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입니다.
휠체어에 의지하여 마지막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그의 친지나 지인에게 "나는 어떻게 이 삶을 견디어가야 할까요?" 자탄했다 합니다. 끝내 병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아까운 생을 마감합니다.
<자크린의 눈물>이 슬프고, 애절한 첼로의 선율로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는 여운은, 비운의 삶은 살다간 자크린의 삶의 내용에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됩니다.
토마스 베르너는 현재 독일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의 첼로주자로 활동 중이고, 1996년에는 내한하여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 바도 있습니다. 그의 앨범 1)에는 < 자크린의 눈물>, <하늘아래 두 영혼 >, <저녁의 선율> 등이 있고, 앨범 2)에는 우리나라 가요작곡가 박춘석의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랑>이 있습니다.
자크린이 사용했던 악기 첼로는 1712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다비도프'라 이름이 붙은 악기로 시가 수백만 불이 넘는 명기라 합니다. 그녀가 타계한 후 중국계 유명 첼리스트 요요마가 그 악기를 인수하여 사용 중이라 합니다.
you tube에 <자크린의 눈물> 접속하시면 1)우리나라 최고의 첼리스트 장한나의 연주가 뜨고, 2)서울대학교 음대 교수인 김민지 님의 연주도 좋습니다. 모처럼의 좋은 음악을 만나 좋은 밤 지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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