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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유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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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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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4
나무는 왜 옷을 벗을까


 “히히…우끼다 히히.”


 차창 밖으로 아직 덜 떨어진 나뭇잎새들의 반란이 소용돌이 친다. 저들은 그리도 나뭇가지에 붙어 있고 싶을까. 그냥 조용히, 흔들리지 말고 멋지게 떨어지지.


“정말 재밌다. 나무들은 왜 그럴까?”


오른쪽 차창으로 고개를 돌린 아이의 혼잣소리는 계속된다.


“추우면 사람들은 다 옷을 많이 입는데 나무는 왜 옷을 벗어? 더 추울텐데. 저것 봐. 나뭇잎 떨어지잖아. 쟤는 지금 안떨어질려고 막 소리쳐. 나무는 힘들겠다. 혼자 남아서.”


대답을 요구하고 있는 아이에게 궁색한 설명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리 하고 싶진 않아서 막막히 앉아만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꾸며댄 동화같은 얘기를 하는 것도 그렇고 자연의 현상과 법칙을 그럴듯하게 설명하기는 더더욱 그렇다. 그저 묵묵부답이다.


“ 히히히…진짜 재밌다. 그리고 우끼다 히히.”


겨울로 들어가는 이 계절에 떨어져 가는 잎새들을 보는 아이의 마음은 신기하고 궁금하고 이해 안되는 부분이 많나 보다. 그래서 그것이 재미있기까지 하고, 또 그 모든 걸 알 수 없으니 나뭇잎들의 그 이상한 행적이 웃기기까지 하는가보다.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무심코 바라보기만 했던 주위의 일상들에 대해 한번쯤은 의문도 가져보고 깊이 따져도 보고 한다면 평범한 것들에 대해서 특별히 바라보는 시각이 생길 터이다. 우리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한계를 극명하게 발견하게 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창조주에 대한 올바른 인식도 뿌리내리지 않을까 싶다. 


 때로는 어린아이의 시각이 가장 근본적이고 절대적이며 정확한 위치에 서 있을 때가 많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 한번쯤 천천히 짚어 보는 여유가 우리에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 


 왜 나무가 옷을 벗겠는가!  제 할일 다 마친 잎새들이 스스로 떨어져 땅속 깊이 들어가 이듬해 주어질 새로운 의복을 준비하는 것이라면 이해가 될까. 자연의 법칙에서 겸허함과 순응함을  배워보는 지혜가 우리에게 필요하리라. 


 여전히 창밖을 바라보며 혼자 흥얼거리고 있는 아이는 앞의 것은 잊었는지 또 다른 논제로 건너가고 있다. 


 “차는 왜 땅으로만 달려? 땅에서 쪼끔만 위로 올라가서 달리면 차가 안 막히잖아…. 아니, 비행기 말고. 비행기는 하늘로 가는 거지. 내가 말하는 건 땅에서 쪼끔만 올라가라는 거야.아주쪼끔만.” 


 어른의 대답을 이미 간파한 듯 혼자서 질문을 계속 던져대는 아이의 미간이 햇살에 비쳐 좁아진다. 여전히 나는 미결서류에 손을 못대는 사람처럼 대답을 보류하고 있다. 


 나 역시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추워 죽겠는데 나무는 왜 옷을 벗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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