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대한 명상
동트는 아침
턱! 차도를 건너가는 짐승의 몸
바퀴에 밟혀 광기는 바닥에 깔려 있다
더운 피 낭자한 서늘한 전율
고개 들 수 없었던 창을 열고
파르르 움푹한 눈꺼풀
몸을 떠는 발가락을 보고 말았다
퇴근 후 사고 현장 검증에 나섰다
등과 어깨 심지어 머리털까지
네 발 짐승에게 다 내어주고
달랑 남은 붓 한자루
화폭 아래 찍을 낙관 한 점
오롯하게 남아 있다
각을 세운 땡볕 아래
벌레들 우글거리는 일만 남았다
온기 식을 때까지 오물거리고 핥다가
포란한 배 뒤집은 채
깃발 세운 벌레들의 행렬 지켜보다
한바탕 왁자지껄한 생을 살다가
화폭에 찍을 흔적 하나 남길 수 없는
내 생이 오버랩 되어 씁쓸하다
가로등은
일몰로 돌아온 어둠을 밝히며
여전히 붉게 서 있는데
나는 꼬리에게 묻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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