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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억 칼럼

    (목사)
    성경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진지한 사색과 탐구를 통해 완성한 대하 성경해설서 <성경에 나타난 전쟁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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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밤

 

성탄절에 관련된 수많은 찬송 중에서 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제일 좋아한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주의 부모 앉아서 감사기도 드릴 때/ 아기 잘도 잔다. 아기 잘도 잔다.“ 
어릴 적에 이 찬송을 부르거나 들을 때마다 난 아기 예수가 태어나시던 그 날 밤을 마음 속에 그려보곤 했다. 

 

그 날 베들레헴은 인구조사에 응해 각처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아침부터 북적거렸다. 저녁이 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성 안으로 들어왔고, 여관마다 만원사례를 이루었기에 나사렛에서 올라온 만삭의 마리아와 요셉은 어느 여인숙 마구간에서 그 밤을 지낼 수밖에 없었다. 어둠이 내리고 밤이 깊어감에 따라 세상은 적막 속에 잠기고 하얀 눈이 소리 없이 내리기 시작할 때 마리아는 진통을 시작한다. 잠시 후 온유하신 아기 예수가 강보에 싸여 구유 위에 뉘어지자 동방의 박사들이 예물을 들고 들어와 그 앞에 경배 드린다. 

 

첫 크리스마스에 관한 이런 나의 상식은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생이 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하지만 어느 해 성탄절에 예수께서 태어나시던 날 밤 눈이 내렸을 확률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난 몹시 실망했다. 함박눈이 내려 쌓이는 추운 겨울 밤에 탄생하신 분이 예수님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든 나였으니까. 그러나 그 보다 날 더 실망시키고 슬프게 만든 것은 인류역사의 분기점을 이루며 구세주 그리스도가 세상에 오신 그날 밤 감사와 기쁨으로 그 분을 맞이한 사람들 보다는 그렇지 않은 이들이 더 많았다는 사실이다. 그 당시 유대의 왕이었던 헤롯은 구세주가 탄생한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그를 죽이기로 작정했고, 그 악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 때 그 지역에서 출생한 남아들을 모두 죽이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렀다.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위해서는 아내와 자식까지도 죽일 수 있었던 잔인하고 포악한 헤롯이 저지른 대량 유아학살이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이라면 당시 유대의 종교지도자들이 메시아 강림에 대해 보인 태도 또한 하나님을 슬프게 한 것이었다. 구약에 정통하였던 서기관이나 제사장들은 구약에 명시된 메시아에 관한 수많은 예언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그들은 헤롯이 그리스도가 태어날 곳이 어디냐고 물었을 때 유대 땅 베들레헴이라고 서슴없이 답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구세주 예수를 맞이할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다시 말해 오랫동안 기다리던 메시아의 오심을 범국민적으로 환영할 채비를 갖추어야 할 사람들이 그 분의 탄생에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헤롯 왕이나 유대의 종교지도자들처럼 첫 성탄절을 맞이한 것은 아니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기쁨과 감격과 감사 속에 그리스도를 영접함으로 우리에게 구원의 문을 열어준 성탄절을 맞이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방에서 온 박사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그들은 멀리 동방의 페르샤에 살던 이방인들이었다. 유대 땅 베들레헴에 메시아가 탄생한다는 계시를 받은 그네들은 별의 인도함을 받으며 수륙만리 머나 먼 여행길에 올랐다. 무모할 정도로 위험한 모험이었다. 하지만 그리스도를 만나고 싶은 간절한 소망을 이루기 위하여 그들은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로 돌아올 보장 없는 먼 곳을 향해 발길을 내디뎠던 것이다. 

 

그네들의 귀한 결단은 결실을 맺어 그들은 아기 예수 앞에 엎드려 경배하며 준비해온 세 가지 예물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드리는 기쁨과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그들이 드린 예물로부터 그네들이 아기 예수가 하늘 영광을 버리고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기 위하여 인간의 형상을 입고 세상에 오셨음을 확실히 믿고 멀고 험한 길을 왔다는 사실이다. 황금은 왕께 드리는 예물이요, 유향은 하나님께 바치는 것이며, 몰약은 죽은 사람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기 예수께 만왕의 왕이시며, 하나님이시며,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실 구세주에게 합당한 예물을 드리며 경배한 동방의 박사들은 하나님의 지시대로 아기 예수가 태어난 곳을 헤롯 왕에게 알려주지 않고 다른 길을 택하여 고향으로 돌아간다.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영접한 사람들은 그들처럼 새로운 인생길을 걸어야 함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들판에서 양을 치던 목자들도 동방박사들처럼 넘치는 기쁨과 벅찬 희망 속에 말구유에 누우신 아기 예수 앞에 엎드렸다. 그들은 한 밤중 캄캄한 밤하늘을 환하게 밝히며 천사들이 전해주는 구주탄생의 기쁜 소식을 듣는 즉시 마리아와 요셉이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가운데 구유에 누어 계신 아기 예수를 찾은 것이다. 우리들은 동방박사들이나 목자들처럼 아기 예수께 가장 귀한 선물을 드리며 그를 가슴 깊은 곳에 모시는 성탄절을 맞이해야 할 줄 안다. 그것이 곧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살리고 성탄절의 주인공이신 아기 예수를 방긋 웃으시게 만들며 그가 나신 밤을 인류역사상 가장 “거룩한 밤”이 되게 하는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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