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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억 칼럼

    (목사)
    성경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진지한 사색과 탐구를 통해 완성한 대하 성경해설서 <성경에 나타난 전쟁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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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의 생애(4) - 도피 생활을 시작한 다윗 -

 


“다윗이 놉에 가서 제사장 아히멜렉에게 이르니 아히멜렉이 떨며 다윗을 영접하여 그에게 이르되 ‘어찌하여 네가 홀로 있고 함께 하는 자가 아무도 없느냐?’하니, 다윗이 대제사장 아히멜렉에게 이르되 ‘왕이 내게 일을 명령하고 이르시기를 내가 너를 보내는 것과 네게 명령한 일은 아무 것도 사람에게 알리지 말라.’ 하시기로 내가 나의 소년들을 이러이러한 곳으로 오라고 말하였나이다.”(삼상 21:1-2)

 

“왕이 이르되 ‘아히멜렉아 네가 반드시 죽을 것이요 너와 네 아비의 온 집도 그러하리라.’하고, 왕이 좌우의 호위병에게 이르되 ‘돌아가서 여호와의 제사장들을 죽이라. 그들도 다윗과 합력하였고 또 그들이 다윗이 도망한 것을 알고도 내게 알리지 아니하였음이니라. 하나, 왕의 신하들이 손을 들어 여호와의 제사장들을 죽이기를 싫어한지라. 왕이 도액에게 이르되 ’너는 돌아가서 제사장들을 죽이라.‘ 하매, 에돔 사람 도액이 돌아가서 제사장들을 쳐서 그 날에 세마포 에봇을 입은 자 팔십오 명을 죽였고 제사장들의 성읍 놉의 남녀와 아이들과 젖 먹은 자들과 소와 나귀와 양을 칼로 쳤더라.(삼상 22:16-19)

 

하나님에게 버림받기는 했지만 이스라엘의 왕권을 쥐고 있는 사울은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다. 그런 사울이 다윗을 죽이라고 명령했기에 다윗의 목숨은 풍전등화처럼 위태로워졌다. 사울이 언제, 어디서, 다윗을 향해 창을 던질지도 알 수 없었고, 요나단과 미갈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왕의 뜻을 거역해가며 그를 보호해 줄 것을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다윗은 아내 미갈의 도움으로 라마로 피신하여 사무엘을 만나 그가 처해 있는 형편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때 사무엘은 다윗을 사울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는 처지는 못 되었다. 하지만 사무엘은 다윗에게 일시적인 은신처를 마련해 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사울은 다윗을 잡아오기 위해 세 번이나 사람을 보냈다. 하지만 그들은 성령의 역사로 인해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이상히 여긴 사울은 직접 다윗과 사무엘이 머무는 곳으로 갔다. 그러나 그 자신도 성령의 능력에 묶여 그가 온 목적을 잊어버리고 사무엘 앞에서 넋을 잃은 듯이 하루를 지내다 돌아왔다. 

 

이 사실로부터 우리는 다윗은 라마로 도피하기로 결정하기 전에 그가 어디로 갈 것인가를 하나님께 물어야 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다윗이 스스로의 생각으로 라마로 사무엘은 찾아간 것은 위급한 상황에서 범한 인간적인 실수였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런 다윗을 꾸짖지 않으시고 그와 함께 라마로 가셔서 그가 사울에게 잡히지 않도록 역사해 주셨다. 하나님이 우리 편이 되어주시면 그 누구도 우리를 대항 할 수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성령의 능력에 힘입어 사울의 창을 피하여 다닐 수는 있었지만 다윗을 죽이려는 사울의 마음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때문에 다윗은 목숨을 구하여 예루살렘 근방의 놉으로 가서 대제사장 아히멜렉을 찾아간다. 아히멜렉은 다윗에게 어째서 수행원도 없이 혼자 왔느냐고 묻는다. 다윗은 그에게 왕이 특수 임무를 주어서 홀로 왔으며, 부하들과는 나중에 약속된 장소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다고 답한다. 사실이 아니었다. 아무리 생명이 위협을 받는 위급한 상황에 놓였을 지라도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사람인 다윗이 교묘하고 그럴듯한 거짓말로 대제사장을 속이는 것을 보며 언제든지 미약하고, 비열한 존재로 변해버릴 수밖에 없는 인간의 미약함을 실감하게 된다. 

 

은신처를 확보하기 위해 아히멜렉에게 거짓을 말한 다윗의 행위는 극단적인 이기주의의 발로이기도 했다. 아히멜렉이 다윗이 그를 속이는 것임을 간파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다윗이 아히멜렉을 속임으로 아히멜렉을 포함한 놉 땅의 제사장 85명과 그들의 가족들이 살해당하게 된다. 이는 다윗이 자기가 살기 위해 85명이나 되는 제사장들을 죽게 하는 원인 제공을 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 같은 거짓말을 한 후 다윗이 심히 지치고 시장하니 먹을 것을 좀 달라고 하자 아히멜렉은 그가 최근에 여인을 가까이 하지 않았음을 확인한 후 거룩한 빵을 내준다. 그리고는 창이나 칼 같은 무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다윗에게 보관 중이던 골리앗의 칼도 내어 준다. 

 

그런데 다윗이 놉으로 아히멜렉을 찾아온 날, 그들의 만남을 처음부터 지켜본 도액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사울의 최측근 중의 하나로서 왕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간신이었다. 후일 사울이 도피중인 다윗의 행방을 알려주는 자가 없다며 신하들을 질책하는 자리에서 도액이 나서서 다윗과 아히멜렉이 만나서 나눈 대화와 아히멜렉이 다윗을 어떻게 도와주었는가를 상세하게 고해바쳤다. 그러자 사울은 분노하여 즉시 아히멜렉과 그의 가족들과 놉에 있는 다른 제사장들을 불려드렸다. 그리고는 아히멜렉에게 어째서 다윗과 공모하며 그들 대적하느냐고 문책했다. 
그러자 아히멜렉은 다윗처럼 진실하고 충실한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며, 그가 다윗을 도운 것을 문제 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당당하게 그의 소신을 밝힌다. 하지만 사울은 아히멜렉이 다윗에게 거룩한 떡과 골리앗의 칼을 내어준 것은 반역행위라며 아히멜렉과 그와 함께 온 모든 제사장들을 모조리 죽이라고 명한다. 그의 호위병들이 제사장들을 죽이려고 하지 않자 사울은 도액에게 그들을 죽이라고 명령한다. 도액은 제사장 85명을 모조리 칼로 쳐서 죽였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도액은 사울의 명대로 놉으로 가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젖먹이들까지 제사장들의 가족을 모두 죽이고, 가축들까지 다 죽여 버렸다. 

 

사울이 놉의 제사장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대량 학살한 것은 하나님을 슬프게 한 죄악이었다. 하지만 사울의 이 악랄한 범죄행위를 통해서도 역사의 주관자 하나님의 뜻이 숨어 있었으니, 엘리 제사장에 대하여 하나님께서 하신 예언의 실현된 것이 그것이었다. 엘리 제사장의 두 이들 홉니와 비느하스는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죽었고(삼상 4:5-11), 엘리의 집안에 대하여도 하나님께서는 그 책임을 묻겠다고 말씀하셨다.(삼상 2:27-36), 사울에게 살해당한 아히멜렉은 엘리 제사장의 증 손자였음으로 아히멜렉의 죽음은 엘리 가족에게 하신 하나님의 예언이 실현된 것이다. 그러나 아히멜렉의 죽음은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드린 순교임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그리고 놉의 제사장 85명이 집단으로 학살당한 근본적인 원인 제공자는 다윗이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우선 다윗은 하나님의 뜻을 묻지 않은 채 놉으로 가서 아히멜렉을 만났고, 그 만나는 장면을 도액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시켰을 뿐만 아니라 아히멜렉에게 그가 거기 온 목적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불꽃같은 눈동자는 인간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살피고 계시다는 사실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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