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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억 칼럼

    (목사)
    성경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진지한 사색과 탐구를 통해 완성한 대하 성경해설서 <성경에 나타난 전쟁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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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잃은 사람들


 

오래 전에 미국 오클라호마 대학에서 원숭이에게 몸짓으로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오랜 실험과 훈련 끝에 이 원숭이는 자기 생각을 나타낼 수 있는 140개의 동작을 터득하게 되었다. 시험관들 앞에서 자신의 의사를 전달 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이 원숭이는 계속하여 세 개의 동작을 되풀이 했다. “Let me out!" (나를 놓아 주세요.)

 

자연 속에서의 위험과 사나운 짐승들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안전한 곳에서 원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으며 사람들의 사랑과 귀여움을 독차지 했으면서도 이 원숭이는 전혀 만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안정되고 편안한 삶을 위한 모든 조건이 완벽히 갖추어졌을지라도 인간에 의해 통제 받으며 살기가 싫었던 것이다. 
숱한 위험에 둘려 싸여 있을 지라도 먹을 것을 찾아 산속을 헤매다 시냇물에 첨벙대며, 나무와 나무 사이를 옮겨 다니는 원숭이의 “자유로운 생활”로 되돌아가고 싶었던 것이리라.

 

말 못하는 동물조차 이같이 갈망하는 자유를 인간이 생명처럼 소중히 여김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자유를 박탈 당하거나 상실한 인간은 비참하고 무가치한 존재로 전략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스파르타가스도 만적도 자유 잃은 노예로 살기 보다는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다 죽어간 것이다. 
억눌린 삶 보다는 자유를 추구하다 숨져간 사람들이 그들만은 아니었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란 외침은 미국의 독립운동가 헨리 패트릭만의 것이 아닌 동서고금을 통한 인류 전체의 소망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나는 자유의 땅 캐나다에서 자유를 잃어버린 사람이 되었다. 하고 싶은 언행을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기뻐도 마음껏 웃을 수 없고 견디기 힘든 슬픔 앞에서도 마음 놓고 눈물조차 흘리지 못하게 되었다. 냉대와 교만과 억지 앞에 고개 숙이며, 비판을 위한 비판을 받으면서도 침묵해야 한다는 건 분명히 우리가 원하는 자유가 아니다. 
기쁨의 감정조차 사람들이 경망스럽다고 할까 두려워 아무 때나 표현할 수 없고, 외롭고 괴로워도 삼키고 참아야만 한다는 것 역시 기본적인 자유의 상실이라 말해도 잘못은 아니리라. 그런데 난 이 엄청난 자유들을 목사가 된 후부터 스스로 포기해야만 했다.

 

마흔이 넘어 내가 맡은 장로의 직분을 잘 감당하며, 내가 인도하는 성경공부와 구역예배를 충실하고 성실하게 인도하기 위해 Tyndale Theological Seminary에 들어갔다. 그 후 3년 간 아내와 아이들을 반 과부와 고아로 만들며 성경과 신학 서적들을 붙들고 씨름했다. 아내는 혼자서 집안일을 해나가며 한창 자라는 세 아이의 뒤치다꺼리를 하여야 했고, 아이들도 불평을 하면서도 만학을 하며 고생하는 아버지를 격려하며 어머니를 돕는 기특한 사랑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난 인생의 후반기에 목사가 되었다. 때문에 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인간의 기본 자유를 박탈당하는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나를 보고 어떤 분이 말해주었다. 
“당신은 이제 자유를 잃은 사람입니다. 마음껏 당신의 자유를 누리며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으리란 생각은 안 하셨을 줄 믿습니다.”
자유를 빼앗긴 사람은 삶의 의미를 상실한 슬픈 존재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난 내 뜻과 욕망을 나타내지도 못하고 추구할 수도 없는 속박된 삶 속에서 만목하며 삶의 기쁨과 보람을 찾을 수가 있게 되었다. 내가 잃어버린 자유는 벌써 오래 전에 내버렸어야 할, 내 인생을 잡아매고 있었던 쇠사슬이었다. 그것은 우리가 목숨을 걸고 얻어야 할 진정한 자유가 아니었던 것이다.

 

참된 자유는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을 아무런 구애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누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억제하는 것이다. 내 권리를 철저하게 주장하기에 앞서 그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들이 추구하고 쟁취하여 누려야 할 진정한 자유는 우리 생명의 주인 하나님의 품에 거하며 그의 뜻을 올바로 깨달아 그 분의 뜻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난 이 같은 참 자유의 의미를 목사가 되어 목회를 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난 결코 자유를 잃은 슬프고 비참한 신세가 아니라는 사실을. 지금 난 진정한 자유를 찾은 축복 받은 인간이라 자부한다. 내게 부여된 사명은 자유가 아닌 방종 속에서 만족하며 행복하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을 진정한 자유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이라 믿는다. 
이 참된 인생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나를 진실로 자유롭게 한 진리 안에 거하며 목사의 길을 걸어갈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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