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렌디피티/이시랑

 

 

누런 봉투 속 갈잎
장례 행렬이 지나간다

 

마지막 잎까지 다 털어
챙겨 보낸 12월
헐벗은 나무는

 

얇은 홑겹 바람 한 자락 
몸 가리고
먼 기다림 눈 시리다

 

더 벗을 것도
더 줄 것도 없는 
헐벗은 나무

 

맨몸으로 혹한을 견디는
아픔과 슬픔으로
오랜 봄을 준비하는
무언의 다짐을 엿본다

 

길가 편의점에서, 난
1달러짜리 고독 한 병을 샀다

 

가는 12월을
그냥 보낼 수 있느냐고
저녁 밥상 앞에 앉은

 

고독이
나를 훅 마셔버린다

 

콸콸콸 
가슴을 통과하는 
액체가 내 안을 시원하게 흐른다

 

오도독 오독 
어금니 사이 
억-자로 부서져 내리는

 

한 옹큼 마른안주는
음절마다 
시를 읊고

 

이만하면
세상은 천국 아닐까

 

한 해가 가고
햇살처럼 찾아오는

 

새해 새 희망
창에 걸어놓고

 

조용히 손 모아
기도드린다

 

사람 숲 푸르게 울창한
사람 냄새 따스한
이 세상이 천국 아닐까

 

세렌디피티
세렌디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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