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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호 블로그

    아호 해송(海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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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정상회담 전후

 

2023년 4월 하순 한국 측이 ‘12년 만의 국빈 방문’을 되뇐 것에 ‘한국 대통령이 미국에서 정중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들뜬 기분이 읽혔다. 윤 정부의 2년 차 시작에 ‘한미 동맹 70주기’라는 의미까지 더해지며 이번 회담의 무게감을 과시하는 모양새가 화려했다. 국내에서 정치적 입지가 어떻든, 정상회담에 나아간 지도자가 성과를 올리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국에 사는 사람이나 외국에 사는 이민자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어떤 이는, “캐나다에 사는 이민자가 맨날 한국 생각만 하는 건 좀 그렇다. 캐나다 얘기에 더 치중하는 게 좋겠다.”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지당한 말이다. 그런데 그런 의견은 이민 1.5세나 2세에 적용하면 좋겠다. 이민 1세대는 마치 시집간 여인이 친정집의 안부를 걱정하는 것처럼, 고국의 안녕과 변화에 5감이 열려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행태이기에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윤 정권의 첫 해 치적은 볼 게 없다. 대선 공약에 없었고 국민과의 논의 절차도 거치지 않은 청와대와 안보 시설 이전에 국고를 탕진하고 있다. ‘안보, 경제상의 불편한 현상들은 전부 문재인 탓이고, 타도하고 도려내야 할 것은 이재명과 그를 추종하는 야당이다’란 표현에 그들의 주장이 요약된다. 국정 청사진이나 실행 계획은 처음부터 없었다. 그걸 문제 삼고 따지는 언론도 없다. 건국 이래 처음 보는 기현상이다. 신임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안팎을 헤맨다. 그런 탓인지, 대통령은 외국 나들이에 부쩍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합당한 일인지는 몰라도, 그는 2022년 6월 마드리드 NATO 정상회의에 덜렁 참석했고, 9월 엘리자베스 2세 장례식에 갔지만 제대로 조문도 못 해 구설수가 따랐으며, 캐나다 토론토 방문 땐 일부 동포들의 반대 시위에 막혀 호텔 뒷문으로 들어갔고, UN 총회 참석차 뉴욕에 머물 적에는 바이든이 주관한 자선 파티장에서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펀딩자금 지출) 승인을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떻게 하냐?”라는 육두문자肉頭文字를 내뱉었다.

미국 의회와 바이든을 싸잡아 비아냥거린 그의 실언에 윤 대통령 부부는 미국과 프랑스, 독일, 스위스의 언론들로부터 가장 모멸적인 놀림을 받았다. 그것은 그대로 한국인의 자존심을 찌른 수치요 손실인데, 그 자신과 국내의 주요 언론들은 이를 모르는 체했다.

11월에 발리 G20 정상회의에서 다른 나라의 지도자들이 그를 외면하는 모습이 TV 화면에 보였다. 2023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에 주둔한 아크부대 방문 때는 “UAE의 적은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다. UAE는 우리의 형제국이다. 형제국의 적은 우리의 적이다.”란 쓸데없는 말을 내뱉어 한동안 이란 정부의 항의에 시달렸다. 실제로 UAE와 이란은 긴밀한 무역 파트너로서 좋은 관계였으니, 국제정세에 어두워 빚은 말실수였다.

집안에서 새던 바가지는 밖에 나가서도 샌다. 대통령이 국내에서 야당에 내뱉던 품위 없는 말버릇 그대로 밖에서도 말실수가 잦은 걸 보면, 대통령의 발언을 사전에 준비하고 조언하는 보좌진이 없는 것 같다. 그의 참모들은 전부 질 낮은 아부꾼들뿐인가? 대통령이 만사에 전지전능한 사람 같이 과도히 많은 말을, 그것도 독선적으로 하는 버릇 탓도 있겠지만…

이번 국빈 방문의 외양이 꽤 화려했는데, 한국을 대하는 미국의 속마음은 고작 그 정도였나?’라는 탄식을 금할 수 없다. 그는 국빈 방문의 기회를 얻기 위해 그간의 ‘무실적’을 상쇄할 셈으로 큰 희생을 치렀다.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패권 경쟁을 벌이는 ‘타이완 문제’를 직격하여 중국 측의 거친 비난을 자초했다. 한국이 수출의 25%를 기대고 있는 이웃 대국에 정면으로 대든 꼴인데, 두고두고 어려움이 따를 게 분명하다.

우크라이나를 불법 침략한 러시아는 세계의 질서를 완력으로 해결하려는 나라다. 미국과 EU가 합세해 이에 대항하지만 전쟁 종료가 쉽지는 않다. 그는 이곳에 한국이 관여할 의향을 드러내어, 러시아의 분노를 샀다. 노태우 정부 이래로 나라의 장기 발전을 위해 많은 공을 들인 북방 외교를 그가 멈춰 세운 꼴이다.

한국에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할 줄 모르는 일본. 그러나 그는 “백 년 전의 일로 언제까지 무릎을 꿇고 빌라는 말이냐? 그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일본 총리의 말을 대신(?) 해주면서 일본에 면죄부를 바쳤다. 참 웃기는 인간이다. 위안부 문제, 강제노역 문제에서 대법원의 판결을 실질적으로 무효화 했다. 그가 신종 매국노 역할을 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인가?

중국, 러시아를 적으로 돌리고, 미국과 일본은 ‘자유’라는 가치를 같이 하는 이념 동맹의 우군으로 선언하며 미국의 품에 뛰어든 건데, 그러기엔 한국이 겪을 위험과 손실이 너무 크다. 미국은 그만한 보상을 해줄 생각이 없고, 북한을 향한 위협적인 성명을 내거나, 한반도 일대에 미군의 전략 자산을 자주 운용하겠다는 건데, 한반도 일대에 전운을 일으켜서 무슨 덕을 보여줄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윤석열은 신냉전 질서의 첨병 역할을 자청한 것이다.

한국의 기업들이 돈 보따리를 싸 들고 쫓아갔으나, 미국은 각종 법을 제정하여 한국 기업의 손발을 묶을 뿐 기대했던 혜택을 줄 생각이 없다. 한국 일류 기업들은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간 조선의 왕자들 꼴이 되었다. 오매불망 기대하던 핵무기의 개발 허용이나 미국 전술 핵무기의 한국 배치는 거론조차 못 했다.

그런 결과라면 왜 손실과 국내의 반발을 무릅쓰고 일본에 면죄부를 주었는가? 왜 그대가 중국, 러시아를 ‘원수’의 범주에 넣는 선포를 했는가? 참으로 가볍고 무정견한 처사였다. 조자룡의 헌 칼이 그대 손에 쥐어졌다 한들 하루 살고 죽을 인간처럼 마구잡이로 휘두른 결과가 겨우 그것인가.

러시아나 중국은 조국이나 이재명처럼 고분고분한 상대가 아니다. 일본과 미국은 손 안 대고 코를 풀어 기쁘겠지만, 한국이 얻은 경제상 안보상 이익은 없고,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에 불안한 전운만 일으켰다. 도대체 뭘 하려는 생각인지. (202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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