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한국전 참전용사지구 26(해밀턴지역)주최 20회 보훈 오찬이 있었다. 또한 가평전투 70주년을 맞아 지난 7월에 건립한 ‘캐나다 가평전투 기념비’ 건립도 함께 축하하는 자리였다. 백파이프를 앞세우고 정복을 한 노장들이 당당하게 행진하여 입장할 때 기립박수로 환호하는 참석자들의 눈가엔 눈물방울이 어리고 감동의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캐나다 현충일을 맞이하여 한국전에 출전한 캐나다 용사와 가족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이 행사는 토론토총영사관후원으로 이루어졌다. 해밀턴 시장과 시의원 등의 지역인사와 주최 측의 김후정 전 평통위원, 김득환 토론토총영사, 조성준 온주장관, 송선호 향군회장을 비롯하여 마스크를 써서 잘 알아볼 수 없는 한인들이 200여 명의 손님 가운데 있었다.
해를 거듭한 코로나의 위기에도 정갈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잃지 않은 미켈란젤로(Michelangelo) 연회장을 메운 참석자들을 둘러보았다. 마스크를 한 백발의 노장이지만 자세만은 꼿꼿하였다. 군복 앞가슴에서 빛나는 훈장들이 오늘따라 천근같이 보는 이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눈을 아리게 하였다.
지구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알지 못하는 나라로 날아와 준 그들의 사랑, 목숨도 젊음도 다 바친 인류애가 고맙기만 하였다.
한국전쟁(6.25)에 참전한 캐나다용사는 26,791명으로 그 중 전사자 516명, 부상자 1,558명, 포로(POW) 32명으로 집계되었다. 그 중에는 캐나다해군 3,621명이 있으며, 해군전사자 9명의 기념비는 2014년 7월 28일 온타리오 벌링턴의 스펜서 스미스 공원에 세워졌다.
지난해에는 코로나로 인하여 보훈 오찬을 행할 수 없었지만 대신 한국정부에서 일천 백만 개에 달하는 코비드19 방역마스크 KF94를 UN한국전 참전 16국 용사들께 보냈다 한다.
현재 해밀턴지역에는 25명의 용사가 있는데 양로원이나 기타 이유로 19명이 참석하였다.
가평전투는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 1차 공세 때인 1951년 4월 23일부터 25일까지 가평군 북면 계곡에서 영연방 제 27여단과 중공군 제 118사단 간에 있었던 2박3일간의 전투로 영 연방군이 대승한 전투이다. 이 승리로 말미암아 연합군은 서울로 진격하는 중공군을 저지하여 수도 서울을 사수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이 전투에서 호주군 32명, 캐나다군 10명, 뉴질랜드군 2명, 미군 3명이 전사한 반면 중공군은 무려 1000여명의 사상자를 내고 북으로 퇴각하였다. 지난 7월 27일 가평전투에서 전사한 10명의 캐나다군인을 기념하기 위하여 5톤의 가평 석(石)과 3개의 동판으로 돌비(Stone Monument)를 건립하였다.
가평전투 기념비는 영연방 군이 참가한 전투이기에 현재 가평전투 기념비는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국에 세워져 있으며, 반드시 가평 석으로 세워진다고 한다.
기념식에서 김득환 총영사님은 네 명의 참전용사에게 평화의 대사 훈장을 수여하였다.
더글러스 키튼(Douglas Keeton), 로이드 조지 우레이( Lloyd George Wray)는 본인이 받았으나 어반 버밋(Urban Leonard Vermette)과 윌리엄 마샬(William Bruce Marshall)은 작고하여 아들이 대신 수령하였다. 문득 70년이란 긴 세월이 흐르면서 이들의 뜨거웠던 열정과 사랑의 흔적이 흐려져 가는 것은 아닌지 한숨이 나왔다.
한국전과 가평전투의 기록비디오를 보노라니 마음속에 뭉클거리는 한숨은 더욱 짙어졌다. 저 영상 속의 젊은 청년들과 이 자리에 앉아있는 백발의 노장들을 번갈아 보았다. 총알이 빗발치고 수류탄이 터지고 폭격이 작열하는 전장. 잠깐 쉬는 막간에 몰려오는 전쟁고아들과 웃으며 다독이는 병사들. 끝없는 피난민대열…
초토화된 산천을 보지 못한 세대들은 그 중심에서 울리는 소리가 피부에 닿을지 조바심이 일었다. 프로그램 뒤에 실린 던 케네디(Don Kennedy)의 시가 절규한다.
우리는 헛되이 죽었는가./ 그대는 나의 죽음을 부끄럽게 하려는가. – (‘헛되지 않으리’에서)
아들을 잃은 부모에게 보낸 더글러스 맥아더(Douglas MacArthur) 장군의 편지를 다시 읽어본다.
..아드님의 죽음은 지구표면에서 무자비한 침략이 사라지고 자유로운 사람들이 평화와 조화 속에 함께 사는 날이 속히 이르도록 촉진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어떤 삶도 하나님을 신뢰하는 자에게 전적으로 잃어지는 삶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우리는 영원히 그들을 기억하며 감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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