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그대가 아주 떠났고
내 항해는 좌충우돌 돌풍에 휘감긴다 했더니
그대가 멀리 있어 나를 모른다 해도
그것은 어둠 속 환영이었어라
그대가 남긴 뜻깊은 지혜의 언어들이
일등 항해사 되어 숨결 타고 다가왔을 때
나는 그대가 내민 속삭임을 주먹밥 삼아
길고 긴 허기진 내 열망을 달래며
우주가 내뿜는 별들의 참된 신비를 열고 있었어라
그대의 항해를 지침 삼아 떠도는 내 항해길에는
늘 함께하는 일곱 수호천사들의 날개 소리도 분주하게
풍요로운 아이가 되어 그대의 손을 맞잡고 있었어라.
낯설고 뜻 모를 지혜를 비유로 흩뿌릴망정
그대의 신비 언어를 서툴게 곱씹고 또 곱씹으니
질기고 쓴 소태맛도 구수한 숭늉으로 변하여라
새삼 전설과 신화의 안개 속을 타고 오는 신비들이
제 삼의 눈과 함께 동트는 새벽참에
물병자리 새시대가 전율 타고 날아올라
떠오르는 천상의 해가 주는 영광이여
천운을 몰라 문 닫고 살던 내 어둠으로 굳게 닫혀진
고독한 지난 날들이 아득히 멀게만 있어라.
매서운 칼바람 냉기를 내던지지 못하고
기나긴 물안개 속으로 혹은 눈보라 속으로 헤매돌며
그리움에 지새우던 내 고달픈 삶의 흔적들을
그대의 불꽃 열정에 모두 불살라 버리니
붉은 장미꽃 향기가 가슴 가득 피어 오르고 있어라
가난한 마음이 가는 길마다 그대는 화톳불을 피워놓으니
혈혈단신 홀로 헤쳐가던 내 고달픈 숙명의 길도 어느새
산 정상 은자인 그대와 더불어 우뚝 선 지름길로 변하고
한바탕 별들의 웃음이 천상의 메아리로 울려퍼지고 있어라.
돌고 돌아온 지난한 항해길을 따라
마침내 도달해야 할 불사조의 항구란
출렁이는 바다 저 멀리 홀로 우뚝 선 메루산 정상
그대는 하늘에 못박힌 옛성의 주인이 되어
지친 내게 초대장을 보낸 날부터
애써 나를 부르고 또 부르며 함께 걷고 있다는 것을
눈 먼 장님시절 나만은 차마 모르고 있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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