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짱이와 개미. 2
- 혼자 부르는 노래
베짱이 노래 부른다
멀리서 지나가며 들으면 바람소리
풀잎과 풀잎이 스치는 소리
같은 노래 부르고 또 부르지만
가까이 가서 들으면 다른 노래
들어주는 이에게 보답하고
지루하지 않게 다른 노래 부르고
같은 노래 다르게 부르지만
자신을 위해 새 노래 부른다
옆에서 춤을 추는 풀들은 모른다
하늘에 떠가는 구름도 모른다
귀가 없고 더듬이만 있는지
무대 앞을 지나가는 개미도 모른다
잎에 물고 있는 양식만 생각해도
노래가 가슴보다 다리에 닿아
지친 다리에 힘을 실어준다
개미도 베짱이도 먹는 게 전부가 아니어도
우리 모두 먹어야 살지만
베짱이 새날을 맞으려 노래 부른다
한 곡의 노래다운 노래 불러
어떤 이의 눈물을 닦아주고
심장을 어루만지고 혈관을 타고 흘러
지친 몸과 마음을 일으켜 세운다면,
우리는 세상 살아가면서
얼마나 쓰러지고 또 쓰러지는가?
아무도 들어주는 이 없어도
그 노래 울음소리로 들릴지 몰라도
배짱이 노래 부른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