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짱이와 개미. 4
-한 겨울
여름내 나무 그늘에 앉아
부른 노래 씨앗이 아니어도
외롭고 지친 가슴에 심어져
꽃으로 피는 줄 알았다
눈보라 치는 날 문을 닫듯
가슴 닫아 노래 울리지 않았다.
목은 쉬고 기타 줄 끊어져
노래 없는 겨울은 길다.
울지 않는 기타 등에 업고
양식만 모으던 개미 찾아간다.
노래를 허공에 뿌려 들려주듯
양식도 나누어 먹는 줄 알았다.
지친 걸음 일으키던 노래 기억 못해
동전처럼 던지는 값싼 동정
양식 넉넉하고 여유 있으면
배를 먼저 두들긴다.
일하지 않으면 먹지 말라는 말
벌판에 날리는 눈보다 매섭고
베짱이 노래 부르려 태어나
배고파도 개미가 될 수 없는데,
눈보라 헤치며 돌아가는 길
추워 목소리 마저 얼어 붙은 듯
먼 길 눈에 덮여 보이지 않는데,
눈발을 헤치며 가면 여름은 멀어도
얻어 먹은 밥 한 술 아니라
떠오르는 노래 가락에 힘이 실린다.
춥고 긴 겨울도 헤쳐가고
올 여름에는 신곡을 준비하리라.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