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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영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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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바론 요새'(The Guns of Navarone) (4)

WWII 배경 영화 (IX)

전쟁 드라마의 차원을 한층 더 높인 고전 명화

 

 

  

 

 

마지막 날 06시 30분.

   계획대로 군트럭을 탈취하여 나바론 요새로 향하는 특공대원들. 가는 길에 독일군의 보복으로 초토화된 만드라코스 마을이 보인다. 요새로 가는 다리 위의 2명의 보초병을 사살하여 다리 밑으로 내던지고 진입하는 특공대원들. 요새 안의 마을을 지나는데 텅 비어 있다. 대포 소리와 집 흔들림 때문에 거주민들이 모두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마지막 날 21시.

   어느 텅 빈 마을에서 작전 시간을 재고 있는 중, 드디어 독일군이 해안작전에 투입되기 위해 이동을 개시한다. 그때 밀러가 시한폭탄 장치의 스위치가 망가졌으며, 도화선도 남김 없이 전부 사라졌다고 보고한다. 또 폭약이 꽉 채워져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터질 위험이 있는 시한폭탄 캡슐 속이 비었다는 것이다.

   누군가 계획을 망쳐 놓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중대사다. 이건 분명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밀러가 예리하게 추론한다 ― 모두 정찰을 나갔을 때 트럭에 남은 유일한 사람은 안나였다. 생각해 보면 여기에 온 이후 계속 위험한 고비를 맞았다. 우리가 마을 뒷산 숲속에 숨어 있을 때 안나만 나무 위에 올라갔는데 거기서는 거울로 비행기에 신호 보내기가 쉽다. 그래서 우리 위치가 발각된 거다. 또 터널에서는 뒤처져 오면서 아프지도 않은 다리를 절뚝거렸는데 뭔가 표식을 남기려고 그랬을 거예요.

   그리고 의사한테 갔을 때도 독일군이 있었고, 저 여자 집에서도 그랬죠. 옷 갈아입으러 침실로 가서 놈들에게 쪽지를 써 놓고 총격이 불가능한 결혼 피로연에 우리를 데려가서 잡힌 거라고요. 총을 쐈다가는 시민들 절반이 죽었겠죠. 확인할 방법은 있어요. 고문 때문에 생긴 등의 흉터를 보면 되죠….

 

 

   이에 안드레아가 그녀의 옷을 벗긴다. 한데 등짝이 말짱한 게 아닌가. 그녀는 아무도 구해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매음굴로 보내겠다며 고문하려고 하자 그게 두려워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한다. 말로리가 처음 만났을 때 왜 밝히지 않았느냐며 "우리와 함께 가면 됐을 텐데… 그게 유일한 기회였다!"고 말한다.

   그녀는 이 작전이 아예 성공할 가망성이 없기 때문이었으며 절대 이 곳을 빠져 나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어젯밤에 말로리에게 그 얘기를 해주려고 했다고 밝힌다.

   무슨 방법이 없겠냐고 묻는 말로리. 차마 자기 손으로 죽일 수는 없어 에둘러 묻는 것 같다. 밀러가 예의 세 가지 방법을 또 말한다. "첫째 여기 두고 가면 독일군한테 전부 털어놓을 테고, 둘째로 데려간다 해도 일만 더 복잡해지겠죠. 셋째는 안드레아 대령님이 권했던 방법이죠."

  

이에 "죽이는 걸 요구하는군"이라고 대꾸하는 말로리. 흥분한 밀러는 "바로 보셨어요!"라고 대답한다. 이 둘의 대화는 이 작품이 전하려는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 그대로 옮겨본다.

 

 

   밀러: 전 타고난 군인이 아니에요. 어쩌다 휩쓸려 들었지요. 실없이 농담이나 했던 건 농담이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서 그랬어요. 대위님이 직접 처리하시죠. 장교에다 신사고 영웅이시니까요.

   말로리: 나라고 이런 걸 즐기는 줄 아나? 나도 마찬가지야. 끌려왔을 뿐이지.

   밀러: 대위님은 원해서 장교가 됐잖아요. 난 그 책임이 싫어서 거부했어요.

 

   말로리: 그래서 늘 그 모양이었군.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할 거 아니야. 이게 쉬운 일인 줄 알아?

   밀러: 알 게 뭐요? 도대체 이게 다 누구 책임인지 정말 궁금하군요. 명령하는 자와 따르는 자, 누구의 잘못이죠?

   말로리: 이럴 시간 없어! (버럭 화를 낸다)

   밀러: 잠깐만요. 임무를 수행하려면 저 여자를 죽여야 해요. 얼마나 중요한 임무인지 잘 아실 텐데요. 반역자든 아니든 여자를 죽여본 적이 없으니 전 못해요. 직접 하시는 게 어때요? 한 번 해보시라고요. 어서요, 부하들 앞에서 모범을 보여요. 눈 감고 조국을 생각하며 방아쇠를 당겨요. 어쩌실 겁니까, 대위님?

   존 밀러 상병은 전쟁 자체를 혐오하고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인물이다. 전쟁에 대한 책임이나 승리보다는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휴머니스트다. 그의 관점은 이들이 부여 받은 임무를 성공시키기 위해 아웅다웅하는 것이 모두 부질없는 짓이다. 왜냐하면 임무를 성공시켜봤자 전쟁 자체에는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소름끼칠만한 통찰력이고 지극히 맞는 말이다.

 

 

   드디어 안나에게로 간 말로리 대위가 총을 빼 든다. 그러나 고뇌 어린 표정에서 그는 결코 냉혹한 인물이 아니라 따뜻한 인간미가 있는 사람임을 느낀다. 이때 여러 대원들의 긴장된 얼굴을 보여주는데 밀러가 이를 말리려는 찰나, 마리아가 쏜 무음총을 맞고 쓰러지는 안나!

   밀러는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 하는데… 한편으로는 여자를 처단하는 것을 막지 못한 죄책감 때문이고, 또 한편으로는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는 지휘자의 입장을 이제야 이해했기 때문이다.

   한편 작전을 위해 떠나면서 안드레아는 친동생 같았던 동료 안나를 사살하고 허탈해 하는 마리아를 무언으로 보듬고 위로한다.

 

   작전 개시 22시.

   해안 작전에서 철수하는 독일군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요새 진입로. 그 틈을 이용해 지프차로 대포 동굴 입구까지 올라간 말로리와 밀러. 이때 초소에서 노래 두 곡이 흘러 나온다. [註: 독일 배우이자 가수인 엘가 안데르젠(Elga Andersen, 1935~1994)이 부른 'Treu Sein (Be Faithful)'과 'Das Suendenlied (Sin Song)' 두 곡이 연속해서 흐른다.]

   대포요원들이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달콤한 노래를 들으며 전투용 제복으로 갈아입는 동안, 두 사람은 다행히 그들의 눈을 피해 폭발물을 동굴 안으로 옮겨놓고 철문을 닫는데 성공하지만 경보기가 울린다.

   전투 포병들과 보병들이 철문 앞에 집결하는데, 비상 연락을 받은 포대장의 지시로 망치로 철문을 때려부수지만 어림도 없다.

   한편 탈출용 배를 탈취하기 위해 간 브라운과 마리아. 브라운이 단검으로 독일병을 찌르지만 목숨이 붙어있던 독일병이 그의 복부에 찔린 칼을 뽑아 브라운의 가슴을 찌르는 바람에 둘 다 죽는다. 마리아가 단독으로 보트를 몰아 나바론 요새 밑에서 대기한다.

   또 한편 파파디모스와 안드레아가 각각 무더기로 덤비는 독일군을 분산시키기 위해 기관총으로 사격을 가한다. 그러나 독일군을 유인하는 작전의 원래 목적을 잊고 젊은 혈기에 전투에만 열중해서 안드레아가 일깨워주지만 결국 파파디모스는 죽는다. 이때 안드레아가 그를 찾다가 전차의 공격으로 파편에 맞아 왼쪽 어깨에 상처를 입고 가까스로 도망치는데….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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