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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영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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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바론 요새'(The Guns of Navarone) (5·끝)

WWII 배경 영화 (IX)

전쟁 드라마의 차원을 한층 더 높인 고전 명화

 

 

작전 개시 22시. (계속)

   이즈음 독일군은 산소용접기로 철문을 녹이고 드릴로 뚫는다. 시간은 초조하게 흐르고…. 대포에 뇌관을 설치하고 있는 밀러가 30초 내로 끝내겠다고 말로리에게 말한다. 한편 연합군의 구축함 6척이 예정대로 나바론으로 진격한다. 클라이맥스의 긴장감을 자아내는 숨가쁜 상황!

   말로리가 동굴 출입문 쪽 동향을 살피고 오니 밀러가 보이지 않는다. 이때 승강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간 밀러는 대포에 있는 폭발물은 금방 발각될 것이므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폭탄전문가답게 제2의 작전 수행을 한다.

   승강기 굴림대가 내려오면서 두 전선을 건드리면 물 속에 감춰둔 플라스틱 폭탄에 충격이 가해지면서 폭발하게끔 설치한다. 발각되지 않게 전선에 기름을 칠하면서, 보장은 없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하는 밀러. 그리고 만일 안 된다면 영국 구축함은 전멸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이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부연 설명하는 밀러.

 

 

말로리가 위로 올라가서 다시 출입문을 확인한다. 철문의 문잠금장치 부분이 산소 용접기에 의해 원 테두리의 1/3정도가 녹았다. 이제 독일군 동굴 진입은 시간 문제다.

   마지막으로 밀러는 대포 밑에 장난감 쥐 한 마리를 놓아두는 위트까지 부린다. 속에다 장난끼의 불꽃놀이 장치를 해놓은 쥐다.

   드디어 절벽에 미리 매어둔 밧줄을 타고 내려가서 다이빙하는 말로리. 수영을 못한다는 사실을 말로리에게 상기시키던 밀러도 뒤를 따라 밧줄을 타고 내려오다 바다로 뛰어 내린다. 말로리가 구출하는데 대기하고 있던 마리아의 보트가 접근한다.

 

 

   드디어 문을 뚫고 독일군이 동굴로 진입한다. 그러나 독일군은 아무리 샅샅이 점검해도 대포 근처에는 시시해 보이는 폭탄과 장난 삼아 두고 간 쥐새끼 한 마리뿐이었다.

   이윽고 레이더로 구축함의 접근을 탐지한 독일군은 2대의 거포를 작동시키는데….

   한편 어깨에 부상을 당한 안드레아가 독일군이 조명등을 켜고 사격하는 모습을 보고 조명등을 조준해 깨뜨리자 이를 본 마리아가 그를 구출한다. 어깨 부상으로 헤엄을 제대로 못 치는 안드레아에게 말로리가 작살을 내민다.

 

 

처음 절벽 등반 때와 같이 그 작살을 선뜻 잡지 못하는 안드레아. 아직도 원한이 남아 있다….

   구출된 안드레아에게 먼저 파파디모스의 생사여부를 묻는 마리아. "여기 온 이유(본분)를 잊어서 죽었다"고 대답하는 안드레아. 드디어 구축함에 신호를 보내는 살아남은 대원들.

   한편 독일군 포병요원들이 공격 명령을 받고 포탄을 실어 나르기 시작한다. 기계화된 시스템으로 포탄이 자동으로 장전된다. 두어 번 포격을 했으나 명중되지는 않는다. 연합군의 배는 점점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오고, 승강기는 간발의 차이로 두 전선 스위치 바로 위에서 정지하며 폭탄은 터지지 않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순간!

   세 번째 포격을 시작하려는데 드디어 승강기의 굴림대가 두 선을 건드리면서 엄청난 위력으로 폭발하는 나바론. 이윽고 2대의 거포가 바닷속으로 떨어지고 나바론 요새는 산산조각이 난다. 60여 년 전의 특수효과가 지금 봐도 너무 웅장하고 훌륭하다.

   한편 독일병원 병상에서 엄청난 폭음소리를 들은 프랭클린이 미소를 짓는다. 구축함에서는 승전 축하의 뱃고동이 일제히 울리고….

   마리아가 "크레타로 돌아갈 거냐?"고 묻자 "우리와 함께 갑시다"라고 대답하는 안드레아. 그러나 나바론 마을이 엄청 보복을 당할 거라며 다시 독일군에 대항하여 싸우러 가겠다는 억척 여인 마리아!

 

  

 

말로리가 배에서 내려 안드레아를 부축하려고 하자 그는 다시 돌아가겠다고 말한다. 말로리가 "임무는 끝났다"고 하자 "자네 임무만 끝났다"며 "난 명줄이 길거든!"하고 웃음짓는 안드레아. 그리고 돌아서는 말로리를 불러 악수를 청하며 화해한다. 멋진 사나이들이다.

   구축함에 오른 키이스 말로리 대위와 존 앤서니 밀러 상병. 밀러는 "대위님께 사과도 하고 축하 드리고 싶다"며 "성공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라고 말한다. 말로리는 그가 피고 있는 담배를 빌려 한 모금 빨고는 "솔직히 나도 그랬다"고 화답한다.

   영화는 특공대원 한 명씩을 화면에 띠운 후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다.

 

 

맺는글

   '나바론 요새'는 디테일하게 묘사되는 배에서 벌어지는 전투신과 폭풍우를 만나는 장면과 암벽등반 장면, 마지막 요새 폭파장면 등은 지금 봐도 숨통을 죄일 만큼 실감나게 촬영됐다. 여기에 등장인물들의 개성과 인물 간의 갈등구도 및 서스펜스, 스쳐 지나가듯 아쉬운 로맨스 등 영화적 재미를 위한 장치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어 두시간 반이 넘는 대작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J. 리 톰슨(J. Lee Thompson, 1914~2002) 감독은 '타이거 베이(1959)' '나바론(1961)' '대장 부리바(1962)' '케이프 피어(1962)' '맥켄나의 황금(1969)' '혹성탈출' 시리즈 등으로 잘 알려진 영국 감독이며 그의 마지막 작품은 찰스 브론슨 주연의 '킨지테(1989)'였다.
   이레네 파파스(Irene Papas, 1929~2022)는 멜리나 메르쿠리와 함께 그리스를 대표하는 배우로 작년에 93세로 타계했다. 그녀는 50여 년 동안 7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는데, 요르고스 자벨라스 감독의 '안티고네(Antigone, 1961)'에 이어, 미칼리스 카코야니스 감독의 그리스 고전 비극 3부작인 '엘렉트라(1962)' '트로이의 여인들(1971)' '이피게네이아(1977)'에서 선 굵은 강렬한 연기를 펼쳤다. 

   앤서니 퀸과는 '그리스인 조르바(1964)' '사막의 라이온(1981)'에서도 호흡을 같이 했다.

 

이레네 파파스는 가수로도 활동했다. 그리스 출신 유명 뉴에이지 음악가 반젤리스가 창단한 '아프로디테스 차일드'의 명반 '666'(1972)에서 그녀가 읊조린 노래 '무한대(infinity)'는 유명하여, 나중에 독일 뉴에이지 그룹 '에니그마'의 앨범 'MCMXC a.D."에 큰 영향을 끼쳤다.

    독일 장교 뮈젤 중령 역으로 나온 발터 고텔(Walter Jack Gotell, 1924~1997)은 '아프리카의 여왕(1951)' '북경의 55일(1963)' '로드 짐(1965)' 등으로 안면을 튼 배우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007시리즈로 일약 유명세를 탄 독일배우. 제2탄 '위기일발(1963)'에서 악당 몰체니 역으로 나왔다가 제10탄 '나를 사랑한 스파이(1977)'부터 15탄 '리빙 데이라이트(1987)'까지 KGB의 수장인 아나톨 고골 장군 역으로 고정 출연했다.

   지아 스칼라(Gia Scala, 1934~1972)는 이탈리아계 영국 배우로 '천국이 허락한 모든 것(1955)에 엑스트라로 처음 데뷔하여 단역으로 출연하다가, 이 '나바론'이 그나마 출세작이었다. 그녀는 실수로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여 헐리우드 힐 자택에서 38세에 사망했다.

   참고로 '나바론 요새'는 007 '골드핑거(1964)' 등으로 잘 알려진 가이 해밀턴 감독이 1978년 '나바론 2(Forces 10 from Navarone)'로 제작했는데, 원작자인 알리스테어 맥클린의 또 다른 1968년 동명의 소설에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1편과는 무관한 영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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