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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영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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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때와 죽을 때' (A Time to Love and a Time to Die) (1)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II)
다 읽지도 못한 아내의 편지는 강물에 떠내려가고…

 

 


   2022년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독일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가 에드바르트 베르거 감독에 의해 리바이벌 되었다. 이는 독일 작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Erich Maria Remarque, 1898~1970)가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1929년에 쓴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리메이크된 것이다. 
   이 원작을 맨 처음 영화화한 작품이 1930년 루이스 마일스톤 감독의 동명의 흑백영화였다. 요컨대 정작 독일작가의 작품을 독일감독에 의해 제작되는 데 거의 1세기가 걸린 셈이다.[註: 1930년 영화 '서부전선 이상없다'는 본보 390회(2020.10.9) 참조]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는 또 1954년에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쓴 '사랑할 때와 죽을 때(A Time to Love and a Time to Die)'라는 소설을 발표했는데 이 작품도 동명으로 영화화 되었다. 
   1958년 유니버설 인터내셔널사 배급. 시네마스코프 컬러 작품. 감독 더글라스 셔크. 출연 존 가빈, 릴로 풀버, 키난 윈, 클라우스 킨스키 등. 러닝타임 132분.
 

 

 

 화사한 자두나무 꽃이 한잎 두잎 떨어지더니 어느새 흰 눈이 흩날리며 눈이 쌓이기 시작하고 퇴각하는 군인들의 처참한 모습이 화면으로 들어온다. 제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인 1944년 동부 러시아의 독일 전선. 패색이 짙어 동부전선으로부터 퇴각하는 독일군들이 마을에 도착해 인원 점검을 해보지만 많은 병사들이 실종된 상태이다. 
   서로 죽고 죽이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눈 덮인 들판에, 얼어붙었던 눈이 녹으면서 질퍽거리는 진흙 바닥에서 동료의 시체들이 발견된다. 전장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어느 병사가 말한다. "눈이 녹고 시체가 발견되면 봄이 온다는 거지." 
   진흙바닥의 눈 녹은 물은 마치 시체가 흘리고 있는 눈물처럼 보이나 병사들의 가슴에는 그런 낭만적 감정이 전혀 없다.

 

 

   마을에 숨어 있던 러시아 민간인 4명을 게릴라 혐의로 체포한 독일군들은 피에 굶주린 친위대 출신 살인광 슈타인브레너(벤크트 린드스트롬, 스웨덴 스톡홀름 출신 배우)와 신병 허쉬랜드(짐 허튼, 1980년 영화 '보통사람들'에서 아카데미 최우수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티머시 허튼의 아버지)로 하여금 처형토록 한다. 
   그 보상으로 구하기 힘든 보드카가 나오지만 젊고 순수한 허쉬랜드는 자신의 살인적 행동에 심리적인 갈등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를 본 에른스트 그래버(존 가빈)는 착잡해 하지만 중대장은 허쉬랜드의 죽음을 사고 처리하면서 입막음을 하기 위해 얼른 휴가를 떠나라고 말한다. 기차역에서는 휴가병들에게 식료품을 나누어주고 있다. 후방에 있는 가족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얄팍한 위장선전 행위에 불과하다. 
   에른스트는 2년 만에 첫 휴가를 얻어 고향을 찾아온다. 그러나 고향 마을은 연합군의 폭격으로 온통 폐허로 변했고 부모님의 행방 또한 묘연하다. 부모님의 행적을 찾기 위해 우체국에 들렀다가, 몸무게가 200파운드 나가는 아내를 찾고 있던 헤르만 베처(돈 디포르)를 만난다. 베처는 에른스트에게 자기가 있는 의무대에서 같이 지내자고 한다. 

 

 

   그때 의사 얘기가 나오자 어머니의 주치의였던 크루제 박사 생각이 나서 에른스트는 그의 딸 엘리자베스 크루제(릴로 풀버)를 만나러 간다. 
   엘리자베스는 가족과 헤어져서 혼자 피난민들과 함께 방 한 칸을 얻어 불안한 나날을 보내며 생활하고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이 전쟁이 연합군에게 질 것"이라는 말 한마디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게슈타포에 의해 강제수용소로 끌려갔다며 혹시 에른스트가 아버지의 소식을 아는가 해서 반겼는데… 그녀는 저윽이 실망하는 눈치다.
   그들이 헤어지려 할 즈음 공습경보가 울린다. 그러나 그녀는 태연히 키우던 화분에 물을 주면서 이것이 그나마 자유를 오롯이 누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며 대피하지 않는데, 에른스트가 설득하여 지하방공호로 함께 대피한다. 거기서 에른스트는 많은 이웃들이 죽고, 그나마 남아있는 사람들도 비탄에 젖어 있어 전쟁의 또 다른 참상을 목격한다. 엘리자베스가 에른스트에게 말한다. "느껴져요? 공포예요…." 

 

 

    방공호에서 나와 헤어지면서 에른스트가 전선에서 받은 식료품을 주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화를 내며 거절한다. 전쟁 중에 귀한 식료품을 주는 것은 곧 자신의 몸을 대가로 요구하는 것이라고 오해했기 때문이다. 이에 화가 난 에른스트는 길거리의 여자에게 그 식료품을 줘버리고 숙소인 막사로 돌아온다. 
   의무대에서 베처와 통풍 치료를 받고 있는 로이터(키난 윈)를 만난다. 로이터는 에른스트에게 3주 간의 휴가는 인생으로 따지면 10년과 같다며 휴가를 그의 생애 마지막인 것처럼 보내라고 권고하는데….
   다음날 에른스트는 부모님을 찾을 단서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섰다가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이며 지금 나치 장교인 친구 오스카 빈딩(대이얼 데이비드, 1976년 영화 '록키'에서 세계적 권투시합 프로모터 역으로 나온 배우로, 별명이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이다)을 만난다. 
   빈딩은 에른스트를 자기 차에 태우고 그의 호화저택으로 데려가 음식과 술을 대접하고 라일락향을 듬뿍 뿌린 욕조에서 더운물 목욕까지 하게 한다. 그리고 빈딩은 부모님을 찾아주겠다고 약속하고, 그에게 낙제점수를 줬던 은사 폴만 교수를 투옥시키기도 했다며 폼을 잡는다.
 

 

 친구의 호화 저택에서 후한 대접을 받긴 했으나 마음은 씁쓰름한 채 나온 에른스트는 폐허가 된 건물벽에 엘리자베스가 남긴 메모를 보고 기쁜 마음으로 그녀의 집을 찾아간다. 엘리자베스는 자두꽃 향기를 맡으며 봄이 온 것 같다고 말하고, 간밤에 그에게 무례하게 대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 두 남녀는 쑥스럽긴 하지만 강가로 산책을 나간다. 
   하늘에 뜬 첫 별을 보자 엘리자베스가 기뻐 소리친다. 에른스트가 "무슨 소원을 빌어요?"하고 묻자 그녀는 "저게 폭격기가 아니기를!"하고 대답한다. 두 남녀는 강가에서 폭격으로 나무의 절반은 죽었지만 절반은 꽃이 핀 자두나무를 보며 우리도 저 나무처럼 열심히 살자고 다짐하면서 첫 키스를 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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