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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영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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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방비 도시 (Rome, Open City)' (1)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IV)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희생물이 되는 여인들.

 

네오리얼리즘 3부작 중 첫 번째로 현실감을 살린 수작

 

 

이번에 소개하는 영화는 '무방비 도시(Rome, Open City. 원제 Roma citta aperta)'이다. 1945년 미네르바 영화사 배급. 이탈리아 흑백 스탠더드 영화. 감독·제작 로베르토 로셀리니(Roberto Rossellini, 1906~1977). 그리고 '길(La Strada, 1954)'로 유명한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 등이 참여하여 세르지오 아미데이의 '지난 날의 이야기(Stories of Yesteryear)를 바탕으로 각색했다.

   출연 알도 파브리치, 안나 마냐니, 마르첼로 파글리에로. 러닝타임 105분. [註: 본 칼럼은 2013년에 디지털로 복원된 원판의 영어 자막을 참고하였다.]

   1946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각본상 후보에 오름으로서 로셀리니 감독과 당시 각색가였던 페데리코 펠리니 그리고 여주인공 안나 마냐니가 국제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었다.

   바티칸은 1995년 영화 100주년을 맞이하여 종교, 가치, 예술 등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45편의 '위대한 영화'를 선정했는데, 이 작품은 '가치(values)' 부문에 들어가 있다. 또한 이 영화는 '길'과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이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로도 꼽혔다.

 

   그런데 '무방비 도시'라는 제목은 1943년 8월14일 이탈리아 왕국이 연합군에 대해 로마를 'open city'로 선언했던 역사적 사실에 기인하여 그런 타이틀이 붙었다. [註: 'Open City' 즉, '무방비 도시'는 "군사시설 및 주둔하고 있는 부대가 없는 것으로 선언된 도시"를 일컫는다. 주로 적에 의한 함락이 거의 확실시 되는 도시에서 무의미한 전투 및 문화유산 등의 파괴와 무고한 시민들의 학살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선언되는데, 이건 항복 선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국제법상 이 경우 공격당사자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무방비의 도시를 포격, 공습해서는 안 된다. 역사적으로 무방비 도시 선언 사례는 1940년에 벨기에가 브뤼셀을, 그리고 같은 해 프랑스가 파리를 독일군에게 선언했다. 그리고 1942년 맥아더 장군이 필리핀의 마닐라를 일본군에 대해 무방비 도시로 선언했다.]

   필자의 자의적 해석으로 '무방비 도시'를 '전쟁과 여인의 운명'이란 카테고리에 끼워넣은 이유는 여기에 등장하는 여인들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처구니 없는 희생물이 되기 때문이다.

   편의상 2부로 나누어 서술하고자 한다.

 

1. 제1부

   배경은 1944년 3월 로마. 2차 대전이 끝나갈 무렵 독일 나치 점령하에 있던 로마의 민중들은 어려운 생활을 꾸려나가면서 한편으로는 나치에 대항하는 지하운동을 펼친다. 다양한 캐릭터 중 레지스탕스 지도자가 가톨릭 사제의 도움으로 로마를 탈출하기 위해 안간 힘을 쓰는 과정이 줄거리의 중심이다.

 

 

   영화의 도입부. 독일군들이 조르조 만프레디(마르첼로 파글리에로)가 묵고 있는 하숙집을 급습한다. 도우미인 나니나 할머니에게 그의 행방을 묻는다. 그러나 하숙집 여주인은 만프레디가 자주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이때 옥상을 통해 도망치는 만프레디. 마침 그때 그의 연인 마리나 마리(마리나 미키)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는데….

   독일군 바우어 상사가 옥상으로 올라가 확인한다. 바로 옆집에 스페인 대사관저가 내려다 보인다.

   한편 게슈타포 베르크만 소령(해리 파이스트)이 이탈리아 경찰 수사관(카를로 신디치)에게 로마를 14개 지역으로 나누어 통치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베를린에서 입수한 사진― 만프레디와 한 여자가 스페인 광장을 배경으로 찍은 ―을 보여주는 베르크만. 경찰수사관이 만프레디는 민족해방위원회의 리더이며 옆의 여자는 카바레 댄서인 '마리나 마리'라고 말한다. 정체가 드러난 이상 이제 체포는 시간 문제인 것 같다.

 

 

  이때 옆방에서 고문 때문에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부하가 들어와서 교수를 고문하고 있는데 조용히 하도록 하겠다고 정중히 보고한다.

   장면은 빵배급소. 이탈리아 경찰 상사(에두아르도 파사렐리)가 피나(안나 마냐니)의 짐을 들어준다. 배급 받은 빵 두 덩어리를 경찰에게 주는 피나. 이때 지나가던 한 신사가 피나에게 계란을 16리라에 팔라고 하자 경찰 상사 사이에 입씨름이 벌어진다.

   아파트로 돌아오니 레지스탕스의 주요인물인 만프레디가 그의 동료인 프란체스코(프란체스코 그란드자케트)를 만나러 온다. 프란체스코와 결혼을 앞둔 피나가 열쇠를 찾아 문을 열어주자 그의 아파트로 들어온 만프레디는 대뜸 돈 피에트로 펠레그리니 신부(알도 파브리치)를 좀 불러달라고 부탁한다.

   이에 어린 아들 피콜로 마르첼로(비토 아니키아리코)를 불러 교회로 심부름을 보내는 피나.

 

 

   한편 피나의 여동생인 로레타(카를라 로베레)가 노크도 안 하고 방으로 들어와 카바레 동료인 마리나의 애인 만프레디가 와 있는 것을 목격한다. 만프레디는 로레타에게 마리나에게 며칠 간 볼 수 없다고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피나가 "여동생은 스스로 예술가라며 '굶는 노동자'인 우리를 창피하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나쁜 애는 아니고 좀 어리석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마리나는 어렸을 때부터 로레타와 함께 자란 사이라며 그녀의 어머니가 우리 양철공 가게 가까운 곳에서 수위 일을 했기 때문이란다.

   한편 만프레디는 마리나를 안 지 4개월 밖에 안 됐다고 말한다. 그가 로마에 왔을 때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중 공습경보가 울려 모두 대피했지만 자기와 마리나 둘만 남았는데, 그녀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밝은 웃음을 짓는 것이 인연이 되어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그녀는 자기의 여자가 아니라며 "만일 그녀가 더 어렸을 때 만났더라면…"이라고 말하는 만프레디. "여자는 변해요. 특히 사랑을 할 때는요."라며 그제서야 커피라도 한 잔 드리겠다고 제의하며 나가는 피나.

 

 

  한편 돈 피에트로 신부가 동네아이들의 축구시합 심판을 보고 있다. 마르첼로가 도착하여 누군가가 프란체스코 아파트에 찾아왔는데, 잘은 모르지만 엄마가 이상하게 행동하는 걸 보면 중요한 일이라며 빨리 가야한다고 보챈다. 아주 똑소리가 나는 영리한 아이다.

   마르첼로가 떠나기 전에 성당에 들러 인사하는데 너무 깜찍하고 귀엽다. 그런데 그는 신부님에게 '교리문답(catechism)' 할 시간이 없다며 자기들은 적들을 물리치는 일에 골몰하고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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