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oungho2017

    손영호 칼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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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방비 도시 (Rome, Open City)' (2)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IV)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희생물이 되는 여인들.

 

네오리얼리즘 3부작 중 첫 번째로 현실감을 살린 수작

 

 

1. 제1부 (계속)

   한편 피나는 만프레디에게 프란체스코와 내일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라며 임신 상태라 좀 늦긴

했지만, 전쟁 중이라 돈 피에트로 신부가 한 마디만 하면 결혼식은 끝이라고 말한다. 그래도 시청의 파시스트보단 낫다며. 자기는 전기퓨즈 제조공장에 다녔는데 나치가 점령하는 바람에 쫓겨났단다.

 

   이때 돈 피에트로 신부가 도착한다. 만프레디는 신부에게 군사위원회로부터의 자금을 전해 달라고 부탁한다. 타글리아코조(Tagliacozzo, 이탈리아 중부 지역 아브루조의 아킬라 주에 속한 도시로 로마에서 약 80km 동쪽에 위치)에 있는 언덕에 500명의 레지스탕스가 있다며 자기는 쫓기는 몸이라 갈 수가 없단다. 통행금지가 5시에 있으니 티부르티나 다리에서 6시에 누군가 기다리고 있을 텐데 '모닝 인 플로렌스(Morning in Florence)'라는 노래를 휘파람으로 부는 사람에게 전달하면 된단다. 신부는 목숨을 희생하는 사람들에게 그 돈은 오히려 적다고 말한다.

   신부가 조각상 가게에 들른다. 흥정하는 척하다가 '꽉 낀 신발(tight shoes)'(만프레디의 암호명?)이 보냈다고 하자 주인이 잠깐 기다리라고 한다. 그 사이에 마주 보고 진열돼 있는 누드 조각과 성인(聖人) 조각을 서로 등을 보게 재배치해 놓는 신부. 시니컬하고 코믹한 장면이다. 또한 세속과 종교 간 상충하는 갈등을 절묘하게 묘사한 장면으로도 볼 수 있겠다.

   주인의 안내를 받아 안쪽 문을 통해 지하통로로 내려가는 신부. 인쇄소를 운영하고 있는 프란체스코(프란체스코 그란드자케트)를 만난 신부는 간밤에 만프레디 하숙집을 게슈타포가 수색했다며 지금 피나의 집에 머물고 있다고 알린다. 그리고 그의 편지를 전달한다.

 

 

   쪽지에 의하면 만프레드가 로마를 떠나 파시오니스트 수도원에 보내지길 원한다. 프란체스코는 두꺼운 책을 신부에게 건넨다. 그 책 속에는 지하운동 지원금 100만 리라가 감추어져 있다. 공산주의와 가톨릭의 제휴! 독일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물과 기름 같은 사상과 종교마저도 결합된다.

   장면은 바뀌어 마리나의 분장실에 로레타가 찾아와 대뜸 오늘 아침에 만프레디를 만났다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다른 집을 찾을 때까지 같이 지내도 괜찮은지 묻는 로레타.

  

이때 다음 출연을 위해 마리나가 떠난 분장실에 언니로 불리는 잉그리드(조반나 갈레티)가 들어온다. 그리고 분장실 거울에 붙여놓은, 앞에서 이미 봤던 스페인 광장에서 찍은 마리나와 만프레디의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며 야릇한 미소를 짓는 잉그리드. 그녀는 게슈타포의 첩자이다.

   한편 피나가 신부를 만나러 온다. 양배추 수프를 만들고 있는 교회지기인 아고스티노(난도 브루노)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하는데, 마침 돈 피에트로 신부가 돌아온다.

   아고스티노가 책을 들고 오는 신부에게 "자꾸 책만 사고 식료품은 사 오지 않는다"며 불평을 늘어놓는다. 신부는 "산 로렌조에게 전달할 책"이라며 손도 못 대게 하고 또 외출하려고 하자 아고스티노가 통금 20분 전이라며 의아해 묻는다. 이에 "의사와 신부는 괜찮다"고 대답하는 신부. 아고스티노가 "산파"도 있다고 말하는데….

 

 

 

  이때 피나가 신부에게 고해성사하러 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 외출해야 하니 내일 아침에 오라고 말하는데 그럼 같이 걸어가면서 얘기하겠다며 따라 나선다. 그러면서 책을 들어주겠다고 하자 신부는 기겁을 하고 말리는데….

   성당에 기도한 후 피나와 함께 성당을 나서는 돈 피에트로 신부에게 한 독일군(아코시 톨네이)이 찾아와 얘기할 게 있다고 한다. 피나가 들고 있던 책보따리를 전해주려고 하자 잠시 생각에 잠긴 신부는 도로 맡기고 저만치 가 있으라고 타이른다. 요리를 하고 있던 아고스티노를 나가게 하고 독일군을 독대하는 신부.

 

   그 독일군이 대뜸 총을 빼들자 잔뜩 긴장하는 신부. 한데 그 독일군은 탄창을 빼내어 그 속의

탄환을 입으로 물어뜯은 뒤 탄피 속에서 꼬깃꼬깃 말아놓은 쪽지를 끄집어내는 게 아닌가. 그것은 민투르노(Minturno, 이탈리아 남부 라치오 주에 있는 고대도시)의 사제인 돈 사베리오 데리시가 쓴 편지였다.

   신부가 안경을 벗고 깨알같은 글씨를 읽고 있는 동안 독일병은 "내가 비열하다고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말한다. 그는 다행히도 씨노(Cassino)에서 도주한 탈영병이었던 것이다. 신부가 상심하지 말고 내가 도와주겠다며 그를 숨겨준다. [註: 2차 대전 종전 무렵인 1944년 5월 프랑스 원정군(French Expeditionary Corps·FEC)과 독일군 사이의 몬테카씨노(Monte Cassino) 수도원을 둘러싼 치열한, 이른바 '몬테카씨노 전투'에서 FEC가 탈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FEC 외인 부대인 모로코 군인들에 의해 이탈리아 치오치아라(Ciociara)에서 저질러진 집단 살인과 강간이라는 오점을 남겼다. 이를 다룬 영화가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두 여인(1950)'이다. 연합군의 공습으로 거의 폐허가 된 카씨노는 1950년대 초반 이탈리아 공화국의 루이지 에이나우디(Luigi Einaudi, 1874~1961) 대통령 시절(재임기간 1948~1955) 때 재복원되었고 1964년 교황 바오로 6세가 축성식을 거행했다.]

 

 

   한편 교회 의자에서 신부를 기다리고 있는 피나. 가방 위에 올려놓은 하얀 포장은 레지스탕스의 자금인 걸 모른 채…. 드디어 레지스탕스 대원을 만나서 무사히 자금을 전달해주는 신부.

   밤늦게 프란체스코가 귀가한다. 통행증을 제시해 검문을 무사히 통과하고 집에 당도했을 때 잉그리드가 독일군 지프차를 타고 집에 도착하는데….

   만프레디가 귀가한 프란체스코를 반가이 맞는다. ?????????돈 피에트로 신부가 타글리아코조에서 온 지노를 만났다고 하자 기뻐하는 만프레디. 그러나 '만프레디가 당분간 모든 접촉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지노의 당부를 전하는 프란체스코.

   이때 피나가 걱정스레 들어와서 온 동네를 다 뒤져도 마르첼로를 못 찾겠다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로몰레토와 다른 두 아이도 없어졌다고 말한다.

   그때 시내에서 폭발음이 들린다. 포탄이 터진 모양이다. 그와 동시에 없어졌던 마르첼로와 위층에 사는 로몰레토를 비롯한 동네 아이들이 우루루 달려 들어온다. 아이들이 나름의 저항군 활동을 한 것 같다. 그렇지만 집에 도착하는 족족 부모들에게 야단을 맞는다. 마르첼로도 엄마에게 혼줄이 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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