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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영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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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방비 도시 (Rome, Open City)' (5·끝)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IV)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희생물이 되는 여인들.

 

네오리얼리즘 3부작 중 첫 번째로 현실감을 살린 수작

 

 

2. 제2부 (계속)

   하르트만 대위는 "나는 이를 잊기 위해 매일 밤 술을 마시죠.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또렷하게 생각이 나요. 우리 모두는 정말 살인하는 것밖에 몰라요. 우리는 전 유럽에 시체를 널부러 놓았지요. 그들의 무덤으로부터 억제할 수 없는 증오가 솟구치고 있으며 그 증오가 우리를 집어삼킬 것이며 희망이 없어요. 최소한의 희망도 없이 우리 모두는 죽을 것이오"라고 자책감을 털어놓는다.

   소령이 화를 내며 "닥쳐라! 넌 독일 장교임을 잊고 있다!"고 말하는데 부하가 찾아와서 고문실로 간다. 만프레디가 말을 하지 않을 뿐더러 실토시키는 게 불가능해 보인다고 보고했기 때문이다.

   피투성이가 돼 실신한 만프레디에게 주사를 놓아 정신이 들게 한 뒤 소령은 갑자기 유연한 목소리로 "페라리스 씨, 내가 아까 말한 것처럼 난 당신을 대단히 존경하오. 또한 당신의 용기와 희생정신에 감탄하오. 그러나 이 점을 이해해야 하오. 당신은 공산주의자이고 더 이상 계속할 수는 없다는 것을. 당신의 당은 반동적인 당이오. 당신들 모두 우리에게 대항하고 있소. 하지만 내일이면 로마는 점령되거나 당신 말대로 '자유화' 될 것이오. 이 군주주의자들이 아직도 당신의 동맹자라고 생각하오? 난 당신에게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려 하오."라며 만프레디를 회유하지만 그의 얼굴에 침을 뱉는 만프레디!

 

 

   소령은 채찍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리며 "보도글리오 장군의 사람들 이름을 대라!"고 고함을 지른다. 처음부터 이를 지켜보는 신부. 이제 불로 지지고, 손톱을 뽑는다. 고문실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잉그리드가 고문실이 보이는 신부의 방으로 들어온다. "잘 돼 가나요? 내가 쉽지 않을 거라고 말했잖아요?"라며 담배를 피는 잉그리드. 소령은 갑자기 피우던 담배를 바닥에 내팽개치고는 신부를 고문실로 데려간다. "신부 이제 만족하는가? 이게 크리스천의 자비인가? 그리스도의 형제에 대한 당신의 사랑인가? 말하는 것보다 이 같은 꼴을 보는 걸 더 좋아하지? 당신 스스로 구원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나? 이 위선자야!"

   끝끝내 침묵을 지킨 만프레디는 죽임을 당한다. 신부가 성호를 긋고 독일군들에게 말한다. "이제 끝났다…. 당신들은 그의 영혼을 파괴하려고 했지만 그의 육체만 죽였을 뿐이오. 당신들 모두에게 저주를! 당신들은 벌레처럼 먼지 속에 짓밟힐 것이오. 주여 용서하소서!"

   이때 하르트만 대위와 함께 고문실로 건너온 마리나가 죽은 애인 만프레디를 발견하고 비명을 지르다 쇼크사한다. 곁에서 지켜보던 잉그리드가 선물로 줬던 코트를 얼른 걷어가 버린다.

 

   소령은 신부를 데리고 가라며 모두 나가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잉그리드에게 "빌어먹을 이탈리아놈들! 우리가 졌다"며 "저 신부가 날 당혹스럽게 했다"고 말한다.

   잉그리드가 말한다. "또 다른 순교자가 생겼네요. 이미 너무 많긴 하지만…" 이를 듣고 있던 하르트만 대위가 "잠깐만. 다음 번에는 우리가 우수 종족이 될 걸세!"하고 시니컬하게 말한다.

 

 

   장면은 바뀌어 어느 공터. 독일병들이 사형집행 준비를 하고 있고 돈 피에트로 신부가 끌려나온다. 신부는 엄숙하게 말한다. “죽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오. 바르게 산다는 일이 어려운 것이오.” 그리고 하느님께 이들 사형집행자들을 용서해 줄 것을 간구한다. [註: 이 장면은 누가복음 23장 34절에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히실 때 나오는 말씀을 상기시킨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저 사람들은 자기네가 무슨 일을 하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군인들은 신부를 의자에 묶는다. 독일병 사수들의 표정이 어둡다. 철조망 바깥에는 마르첼로와 로몰레토를 비롯한 동네 아이들이 그 광경을 지켜보며 희망과 용기를 북돋우기 위해 레지스탕스의 노래인 '모닝 인 플로렌스'를 휘파람으로 불고 있다.

   드디어 총살형이 집행된다. 그러나 아직 죽지 않은 그에게 독일군 장교가 다가와 권총으로 머리에 한 방을 쏜다.

   가슴에 저항심을 품고 있는 아이들은 죽어가는 신부님의 모습을 보면서 조용히 절규한다. 그들은 도시를 향해 걸어간다. 영화는 첫 타이틀 장면에서 성베드로 대성당의 돔에서 패닝하면서 도시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해서, 다시 성베드로 대성당의 돔을 배경으로 아이들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난다. '로마, 무방비 도시'이다.

 

 

3. 맺는 글

    이 작품은 로셀리니 감독의 네오리얼리즘 3부작 중 첫 번째로 그 다음은 '전화의 저편(Paisan,

1946)'과 '독일 0년(Germany, Year Zero, 1948)'이다. 나치가 1944년 6월 로마에서 철수하고 두 달 뒤에 촬영을 시작한 로셀리니 감독은 당시에 활약하던 레지스탕스의 여러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실제로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에 카메라를 가지고 가서 촬영을 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화면에는 날카로운 현실감과 박력이 넘쳐나, 네오 리얼리즘의 제1작품으로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현실도피적 환상을 부추겨온 전쟁 전 부르주아적 연출을 벗어나, 로케이션 촬영이 돋보이는 액추얼리티를 보여주는 영화가 곧 그것이었다. 그러나 현대적 감각으로 보면 거의 80년 전의 영화라 아무래도 썩 어필하지 않는 느낌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이 '무방비 도시'는 두 여배우의 희비극이 깃들어 있다. 이 작품을 보고 반한 유부녀 잉그리드 버그만(Ingrid Bergman, 1915~1982)이 헐리우드를 탈출하여 이탈리아로 날아와 유부남인 로셀리니 감독과 결혼하여 쌍둥이 자매를 낳아 세기의 가십이 되었다.

   그런 반면 이 작품을 위해 로셀리니 감독을 물심양면으로 도우며 가장 이상형으로 사랑했던 안나 마냐니(Anna Magnani, 1908~1973)는 그가 갑자기 잉그리드 버그만과 결혼해 버리자 정신적 충격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실연에 의한 불면증, 거식증 등으로 시달리다 65세에 췌장암으로 사망한 비운의 여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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