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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영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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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의 여인 (A Woman in Berlin)' (4)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IX)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 
강간과 약탈은 국가 전체를 흔드는 전략

 

 

   어두운 밤 창밖 거리에는 스탈린의 초상화가 내걸린다. 안드레이가 "들어봐요. 그들은 남자처럼 피우고 마시죠. 러시아 군대엔 백만 여군이 있소. 사방에서 모였지. 우리는 군복도 없고 군화는 너무 크고 셔츠와 재킷도… 재난이었지. '루바'란 소녀가 내게 왔소. 그녀가 말했소. '소령님, 전 오늘 죽을거라 믿어요. 새옷을 원해요.' …그래서 말했지. '그래! 새 옷을 갖게 됐소. 여기 눈처럼 하얀 리본과 함께 말이요. 피로 가득 뒤덮였소.' 모든 여군들은 두려워하오. 죽을 때 추해 보이는 것을."
   그러면서 안드레이가 A에게 묻는다. "당신 파시스트요?" 허나 대답이 없는 여인.

 

 

   장면이 바뀐다. 페트카(알렉산드르 사모이렌코)가 대대장과 여인이 있는 방 앞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몽골병에게 또 찾아온다. "1,678일(4년6개월)을 전쟁터에 있었다"며 문쪽을 바라보며 "그녀는 창녀야 그렇잖아? 전부 다 사창가야!"라며 못 참겠다는 듯 고함을 지른다. 그리고 위층으로 올라가 잠자고 있는 독일패잔병의 애인인 피난민 여자를 덮치는 페트카. 
   비명소리에 놀라 숨어있던 독일패잔병이 권총을 쏘지만 헛탕이라 둘 사이에 격투가 벌어지고 이윽고 패잔병은 층계 난간으로 떨어져 죽는다. 
   총소리에 모두 일어나고 안드레이 소령이 취조를 한다. 누구의 집이었냐고 묻자 A가 "자기집"이라고 대답한다. 다락방에서 총과 수류탄이 발견된다. 이는 붉은 군대의 군법 위반이라고 말하자 죽은 패잔병의 애인이 "총통 만세! 모두 죽어!"라고 외치면서 끌려나간다.

 

 

   안드레이가 여자들은 모두 안으로 들어가라고 명령하자 안드로포프(사무엘 무지키안)가 그에게 "그 여자는 나치입니다. 먼저 조사를 해야 합니다. 무장병사를 숨겼으므로 처형시킬 이유입니다"라고 말한다. 다시 모두 집안으로 들어가라고 명령하자 안드로포프는 상부에 보고하겠다고 말한다.
   프리드리히 호흐가 방으로 들어오는 A를 "그런 위험한 짓을 해 모두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질책한다. 모두 위선자들이다.
   한편 러시아군은 "나치 괴물을 그의 동굴에서 잡았다. 독일 수도의 수비대는 항복했다!"고 외치며 안드레이 소령을 일제히 비난한다.
   한편 아나톨이 A의 집으로 찾아온다. 자기는 카이저담(황제거리) 등을 거치며 사방이 붉은 깃발임을 확인했다며 그동안 받았던 편지들을 여인 앞에 쏟아놓으며 모든 여자들이 자기를 사랑했다고 횡설수설한다. 이때 안드레이가 자전거를 어깨에 메고 방으로 들어와 아나톨과 그녀가 함께 있는 것을 발견하고 "내 자전거? 그 놈의 거시기? 어느 게 더 좋아?"라며 "불알 날리기 전에 썩 꺼지라"고 명령하고는 축하연이 열리니 모두 나오라고 명령하는 안드레이.

 

 

   겁에 질린 여자들. 안드레이는 A에게 말한다. "러시아인들, 짐승들! 아니면 동물들! 당신 말처럼. 우리 중 누구라도 잠시도 주저않고 독일인을 쏠 수 있소. 당신들 피가 우리 군복에 묻는 게 좋소. 그들 중 누구도 전쟁을 원하지 않았소. 대부분은 독일을 알지도 못했었소"라며 밖으로 나가자고 말하는 안드레이.
   노소를 불문하고 여자들과 어울려 강제로 술을 먹이고 춤을 추는 러시아군인들. 아나톨이 베르벨 말트하우스(외르디스 트리에벨)에게 딴지를 건다. 한편 아래층에서 뜨게질을 하고 있는 부인 일제에게 프리드리히는 위층에 가서 같이 놀아라고 말한다.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합류하는데….
 

 

 한편 안드레이는 A에게 "포옹하고 싶소. 남은 여생을 위해!"라고 말한다. "전 여기, 당신은 모스크바! 누구도 그런 긴 팔은 없어요."라고 웃으며 대답하는 그녀에게 "해보겠소."라고 화답하는 안드레이.
   내레이션: 소령은 안드레이로 불러달라고 했다. 난 말했다. '전쟁은 끝났어요.' 오랫동안 그는 나를 응시하다 말했다. '갓 태어난 아기들은 전쟁을 위해 울어대요.' 아무것도 없다고, 개인이든 국가든 순환을 멈출 수 없다고, 죽음 외에는!
   모두들 오랜만에 춤을 추면서 흥이 무르익어 갈 무렵, 한 병사가 음악을 바꾼다.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난 너와 사랑에 빠졌어"라는 곡에 맞춰 안드레이는 여인과 같이 춤을 춘다. 
   프리드리히가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이라는 책을 얼른 난롯불 속에 집어 던진다. 
   "소련 연방은 개발을 시작했소. 미래가 말해 줄 거요." 안드레이가 말한다. "조국을 사랑하시는군요. 꼭 자신을 사랑하듯. 어머니가 한번은 말했죠. 내가 피아노 치는 남자와 결혼했으면 하고요." "오늘이 어땠을까 모두 궁금해 했소. 난 아니오. 결코. 이런 경험을 원치 않았소." "왜죠?… 당신이 말하지 않으면 제가 말씀드리죠, 안드레이." 

 

 

   "전쟁은 단어를 변화시키죠. 사랑 본래의 의미는 더이상 없어요. 그리고 아직도 제가 원하는 건 남편이 남기고 떠난 여자를 찾아주는 거예요." 갑자기 자리를 뜨는 안드레이를 포옹하고 뜨거운 키쓰를 하는 여인!
   내레이션: 우리 여자들은 성공해야 했다. 하지만 당분간이다. 지금 잠시만 괜찮을 뿐이다.
   침대에 누워있는 안드레이에게 차를 끓여주기 위해 일제의 방으로 온 여인. 일제 호흐의 딸 렌첸(스텔라 쿤카트)만 퍼즐게임을 하고 있다. 반야는 일하러 가고 없다는데 일제는 음독자살한 남편 프리드리히를 부둥켜 안고 통곡하고 있지 않은가. 
   내레이션: 게르트, 기억 나? 화요일이었다. 우린 송진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나비는 구름처럼 에워쌌고 당신은 각각의 이름을 알았다. 푸른부전나비, 멧노랑나비, 불새나비, 호랑나비 그리고 훨씬 더 많이. 하나는 길에서 빛났다. 노랑 파랑으로 장식했지. 당신은 '신부나비'라 했다.
   이때 장면은 여인이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계속되는 내레이션: 난 너무 많은 걸 겪었다. 지나칠 정도로, 소령은 모든 걸 잃었다. 빌어먹을 러시안 이상주의자!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보고싶겠지. 소련 신봉자! 하지만 그가 좋다. 그보다 많이 그가 좋다. 아주 많이."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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