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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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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이 아닙니다

 

▲멜라스트맨 광장에서 열린 노스욕 참사 희생자 추모행사. 2만5천 명이 넘는 인파 속에 한인의 모습은 찾기가 어려웠다.    

 

 

 “아, 사람의 목숨이 이렇게 가는 수도 있구나…” 


 지난 4월 23일 발생한 노스욕 밴 차량 인도 돌진 사건으로 10명이 목숨을 잃고 14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를 보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백주대로에 인도를 걸어가는데 갑자기 차가 달려와 사람을 치는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도 치안이 안전하기로 유명한 토론토에서 말이죠. 


 세상엔 논리대로,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일들이 참 많지요. 이번 사건도 그렇습니다. 정신이 정상이 아닌 사람에 의해 전혀 무고한 사람들의 생과 사가 바뀌었습니다. 한인타운으로 알려진 노스욕 한복판에서 벌어진 이 참사는 아마 캐나다 한인사(史)에 최악의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될 겁니다. 희생자 10명 가운데 3명이 한인이기에 그렇습니다. 더욱이 아리따운 여학생 2명은 제 딸과 비슷한 나이여서 정말 남의 일 같지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은 누구나 당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결코 남의 일이 아니지요. 희생당한 사람이 내 아들 딸이라 생각해보세요. 나에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바로 시민적 연대가 필요합니다.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하며 부상자들의 쾌유를 빌어주는 것 등이 그러한 표현이 될 것입니다. 


0…지난 일요일(4월 29일) 노스욕에서 거행된 추모행사에 참여하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론토시가 주최한 이 행사엔 멜라스트맨 광장 설립 이래 최대 인파라는 2만5천여 명이 광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시민들은 손에 촛불을 들고 진지한 표정으로 희생자들을 위로했습니다. 각양각색 민족들이 모인 토론토시민들이 함께 손을 잡고 행진하며 ‘폭력에 굴하지 말자’고 다짐하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한인타운 중심에서 개최된 추모행사인데 한인들 모습은 적었습니다. 그것도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한인사회인데 말이죠. 제 눈으로 보기엔 잘해야 30명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대규모 추모인파의 0.1퍼센트에 지나지 않은 셈입니다.


 노스욕은 캐나다에서 한인들이 가장 많이 살기에 ‘한인최대밀집지역’이라고 합니다. 한인들이 약 1만3천여 명 살고 있고, 한식당도 많고 거리에선 한인을 쉽게 만날 수 있지요. 그런데 이런 행사를 외면하고 한인들은 모두들 어디를 가셨을까요. 


 특히 이 행사는 토론토시와 Interfaith 그룹, 즉 종파를 초월한 각 종교지도자들이 함께 주관했습니다. 힌두, 이슬람, 유대, 불교, 개신교, 천주교 등… 그런데 한인사회에는 교회도 많고 목회자도 많은데, 그 많은 한인목사님들 모습은 한 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희생자 이름을 부르며 종교인들이 헌화하는 순서 때 한인희생자에게는 한인종교인들이 꽃을 바치면 죽은 자의 마음도 한결 가볍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에 앞서 이틀 전 토론토한인회가 주최한 추모행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인사회가 주최한 행사인데 비한인 참석자가 훨씬 많았습니다. 단체장 외에 동포들 모습은 많지 않았습니다. 물론 숫자가 중요한 건 아니지요. 다만  행동하지 않는 슬픔이나 분노는 소용이 없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킬 수가 없습니다. ‘코리안’ 희생자를 위해 촛불을 들고 모인 시민들은 과연 어떤 생각이었을까요. 이웃과 동족의 슬픔과 아픔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사랑과 평화 운운하는 것은 위선입니다. 


 시민들은 옷깃을 여미게 하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진지하게 지켜보았습니다. 힌두교 성직자가 다소 지루하게, 조금은 ‘이질적’으로 추모제를 올려도 인상을 찌푸리거나 비웃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우리 같으면 피식 웃었겠지요. 이런 냉소적이고 방관적인 자세로는 커뮤니티 발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0…투사(鬪士)가 달리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적 불행과 불합리성에 공분(公憤)을 느끼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실제 행동에 나서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투사가 되는 것입니다. 행동없는 울분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 행동은 이런 행사에 참여하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이 나라 사람들이 자기와 직접 관계가 없는 일에도 참여하는 것은 바로 시민적 유대의식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세월호 참사가 생각났습니다. 과연 토론토 시민 중에 이젠 노스욕 참사 뉴스는 지겹다, 그만하자, 고 외칠 사람이 있을까요? 사건은 비슷할 수 있습니다. 진상규명을 하고 재발을 막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이번 한인희생자 중에는 응급대처를 잘 못해 희생당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런 일을 현지 사정에 어두운 유학생 가족이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이럴 때 동포들이 나서줘야 하는 겁니다. 동포라는게 뭘까요. 평소 말로만 부르짖지 말고 실제로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팔을 걷어 부쳐야 합니다.    

    
 추모식에 참석했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노스욕의 한식당 거리는 여전히 젊은이들이 넘쳐났습니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활기에 차 있습니다. 웃고 떠들고 마시고… 죽은 사람은 죽고, 산 사람은 살고, 그런 거겠지요. 그러나, 아무 이유도 없이 억울하게 죽은 자에 대해 애도를 표하고 함께 슬픔을 나누는 것은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요. 


 평소 남남처럼 살다가 막상 어려운 일을 당하면 어떡할 건가요. 그때가서 도움을 호소하면 잘 들어줄까요? 꼭 그런 일 말고도 우리는 서로서로 보듬고 도우면서 살아야 합니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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