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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억 칼럼

    (목사)
    성경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진지한 사색과 탐구를 통해 완성한 대하 성경해설서 <성경에 나타난 전쟁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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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사역 (광야의 기도와 시험)

 

 

예수님의 사역 (광야의 기도와 시험)

 

 예수께서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은 것은 그의 사역의 첫 걸음이었으며, 그 첫 출발은 하나님의 축복 속에 이루어졌다. 세례 후 예수님이 요단 강변에 올라서자 하나님께서 하늘로부터 그의 신분과 사명을 밝혀주시며 그가 구세주의 사명을 완수할 수 있도록 성령을 충만하게 내려주셨기 때문이다.

 

 

 

 이 영광스런 출정식이 끝나면서 예수님이 향하신 곳은 광야였다. 마가는 이 장면을 “성령이 곧 예수를 광야로 몰아내시리라.”(막 1:12)고 표현하고 있다. 성령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광야로 보내신 것이다.

 

 하나님의 선민 이스라엘 백성과 그들의 지도자들에게 광야는 그들이 하나님의 자녀로서 성숙하며 새롭게 변화되는 장소였다. 이스라엘 백성은 애굽의 종살이에서 벗어나 40년 이란 세월을 광야에서 방황해야 했다. 약속의 땅 가나안 복지로 들어갈 하나님의 훈련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모세는 홀로 시내 광야로 들어가 하나님의 뜻에 따라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할 지도자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금식기도를 해야 했다.(출 24:18) 엘리아는 천사가 준비한 떡을 먹은 후 호렙 산에 올라가 40일을 금식하며 하나님의 음성을 기다렸다.(왕상 19:8) 하나님께서는 예수님을 사탄과의 전투에 출전시키시며 그를 인적은 찾아보기 힘들고, 밤낮의 기온차가 극심하며, 각종 야생동물들과 독사와 전갈들이 우글거리는 광야로 보내신 것이다.

 

 예수님이 광야에서 드린 40일 금식기도는 오늘날의 금식기도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었다. 40일은 정상적인 인간이 물만 마시며 생존할 수 있는 최장기일로 간주된다. 예수님의 경우엔 장소가 사람이 살 수 없는 광야였을 뿐 아니라 물조차 마시지 못하셨을 것이다. 기도에 전념하시면서 물줄기를 찾아 광야를 헤맨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누구도 예수님이 하신 광야의 40일 금식기도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예수님은 그 불가능한 일을 해내셨다. 뿐만 아니라 예수님은 금식기도를 하시면서 사탄의 유혹까지도 이겨내셨다.

 

 예수님의 광야에서의 기도와 그가 받으신 사탄의 시험은 같은 기간에 일어난 일이다. “성령이 곧 예수를 광야로 몰아내신지라 광야에서 사십 일을 계시면서 사탄에게 시험을 받으시며 들짐승과 함께 계시니 천사들이 수종들더라.”(막 1:12-13)한 마가의 기록이 그 사실을 말해주고 있으며 마태복음에도 같은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마 4:1-2)

 

 예수님의 어렵고 힘든 광야의 기도를 하시면서 사탄의 시험까지 받아야 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시험(Temptation)이란 단어는 사람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여 죄를 범하게 하든가 파멸하도록 유혹함을 뜻한다. 그러나 시험이란 어휘 속엔 다른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아브라함이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는 장면을 음미하면 “시험”이 지닌 또 다른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독자 이삭을 바치라 명하신 것은 인간의 이성이나 논리에는 물론 하나님의 약속에도 위배되는 것이었다. Joyce G. Baldwin이 이삭을 제물로 원하신 하나님의 요구는 전 속력으로 날으던 비행기가 하늘에서 급정지하는 정도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의 그에 대한 사랑과 충성을 시험하기 위해 그런 명령을 하신 것이다.(창 22:1) 그리고 아브라함은 그의 기쁨과 소망의 근원인 이삭을 모리아 산 제단에 눕힘으로 하나님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이라고 감수하며,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할 수 있는 믿음의 소유자임을 증명한 것이다.

 

 하나님께서 그가 사용하기를 원하는 사람을 시험하는 것은 죄를 짓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죄를 정복하게 하기 위함이며, 연약하고 부족한 사람을 강한 능력의 소유자로 변화시키기 위함이시다. 하나님이 예수님을 위험과 공포로 가득찬 광야로 보내신 것은 예수께서 십자가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가시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사탄으로 하여금 예수님을 시험하도록 허락하신 것도 그가 구세주의 길을 가지 못하게 하려는 사탄의 악랄하고 간교한 계교를 예수께서 물리치심으로 그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당당하게 출발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예수님이 시험 당하신 현장에는 예수님과 사탄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도 마태와 마가와 누가는 광야의 시험에 관해 비교적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예수님 자신이 시험당한 장소에 그 내용을 그들에게 들려주었기 때문이라 믿어진다. 언제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그가 당하신 시험에 대해 들려주지 않았다면 그들이 거기에 대해 알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수님의 시험에 관한 기록은 그 자료가 예수님 자신이 제공한 거룩하고 성스러운 것임을 지적하고 싶다.

 

 사탄이 예수님을 무너뜨리기 위해 던진 첫 질문은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명하여 이 돌들로 떡덩이가 되게 하라.”(마 4:3)였다. 광야에서 식음을 전폐하고 기도하시는 예수님은 심신이 극도로 피곤하고 몹시 시장하였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사탄은 떡을 먹으라고 권면한 것이다. 떡을 구할 수 있는 방법까지 알려주면서.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사탄의 제안을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면서, 이성적인 것이기도 했다.

 

 예수님은 돌을 떡으로 변하게 할 수 있는 권능의 소유자이며, 예수님은 속히 연약하신 심신의 상태에서 벗어나 사탄과의 싸움에 임해야할 때였던 까닭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런 논리로 그의 능력을 그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것을 합리화시키려 하지 않고 단호하게 말씀하신다. “기록되었으되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하였느니라.”(마 4:4)고.

 

 예수님은 신명기 8장 3절의 말씀을 인용하시며 인간의 참된 양식은 하나님의 뜻을 행함에 있다고 말씀하심으로 사탄의 1차 공격을 물리치신 것이다.

 

 여기서 아담이 에덴동산에서 사탄에게 유혹 당하던 장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때 아담은 에덴동산에 살면서 부족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사탄의 꼬임에 넘어가 금단의 열매를 먹고 낙원을 상실했고, 그의 후손 모두에게 무거운 죄의 짐을 지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극도로 시장하심에도 돌로 떡을 만들어 먹으라는 사탄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부하신 것이다. 모든 것을 가졌으면서도 하나님의 말씀 대신 사탄의 말에 따라 과일 하나를 먹은 아담은 비참한 패배자가 되었고, 아무 것도 없으면서도 하나님의 말씀을 생명의 양심으로 삼은 예수님은 영광의 승리자가 되신 것이다.

 

 첫 번 시도에서 실패한 사탄은 예수님을 예루살렘 성전 위로 데리고 가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뛰어내리라.”(마 4:6) 말한다. 정신적 욕구충족을 갈망하는 인간의 약점을 노린 작전이었다. 사탄의 그의 계교를 성공시키기 위하여 하나님이 “그의 사자들을 명하시리니 그들이 너를 받들어 발이 돌에 부딪히지 않게 하리로다.”(시 91:11-12)란 말씀을 들려준다.

 

 사탄이 인용한 시편 말씀은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들을 구해주시겠다는 뜻이 아니라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는 이들은 유모가 어린이들을 돌보듯이 보호해 주시겠다는 뜻인데(민 11:12, 신 1:31, 사 49:22), 이를 사탄이 교묘하게 악용한 것이다.

 

 예수님은 사탄의 그런 간교한 의도를 간파하고 계셨다. 뿐만 아니라 그가 성정위에서 뛰어내려 사뿐히 땅에 내려앉으면 사람들은 환호하며 그를 에워쌀 것이지만 그는 구세주로서의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는 사실도 알고 계셨다. 예수님은 단호하게 “주 너의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마 4:7) 말씀하시며 사탄의 2차 공격도 물리치신다.

 

 사탄은 포기하지 않는다. 예수님을 높은 산으로 데리고 올라가 세상의 모든 나라들과 그 영광을 보여주면서 “만일 내게 엎드려 경배하면 이 모든 것을 네게 주리라.”(마 4:9)는 마지막 카드를 사용한다.

 

 절 한 번 하면 온 세상을 주겠다는 사탄의 제의는 무척 매력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사탄의 말은 전적으로 거짓이었다. 하나님이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세상을 마치 자기 것인 것처럼 예수님께 주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사탄은 하나님께 경배하며 하나님만을 섬겨야 할 그의 본분을 망각하고 하나님께 도전하다 하나님께 버림받고 그의 대적자가 된 존재다.“(사 14:12-15, 유 1:6, 계 12:9)

 

 예수님의 반응은 간단명료했다.” 사탄아 물러가라. 기록되었으되 주 너의 하나님을 경배하고 다만 그를 섬기라 하셨느니라.“ (마 4:10)가 그의 답변이었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3번에 걸친 사탄의 유혹을 단호하고 통쾌하게 물리치심으로 하나님의 최종시험에 합격하셔서 갈보리 언덕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디게 되셨다.

 그러나 예수님의 발걸음을 저지시키려는 사탄의 시도는 멈추지 않는다. 가이사라 빌리보에서 그리고 겟세마네 동산에서도 예수님의 십자가행을 막으려했고, 예수께서 십자가에 오르신 후에도 그를 끌어 내리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그에게 주어진 구세주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그 앞에 놓인 영광만을 바라보며 모든 고난을 참고, 견디고, 정복하여 위대한 승리자가 되어 하늘보좌로 올라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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