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을 품고 살았어
한그루 큰 소나무 토막이 되어 뒹굴고 있다
한껏 입을 벌리며 몸속을 환하게 비추는 구멍
허공이 살고 있었네
평소 늠름하게 자리하며 푸르게 서있었는데
버혀지고 나니 속내를 보인다
모든 것 겉치레였어
그늘을 주고 아이들과 잘도 어울여
그네도 태워주었는데
속은 텅 비었던 거야
속아리를 앓고 있었던 거지
속으로 우는 울음은 눈물이 없다는 것
살아온 세월은 껍데기에 기대는 것이었어
안은 자리를 지키며 가지를 치지만
먹여 살리는 것은 껍데기였네
안이 텅 비어도 살아왔던 그 모습
뒤늦어 안쓰럽다 하지 않을 수 없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