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소 고지'(Hacksaw Ridge) (5)


WWII 배경 영화 (VIII)
'오키나와 전투'에 의무병으로 참전한 
데스몬드 T. 도스의 실화를 다룬 전기•전쟁영화 

 

 

(지난 호에 이어)
어느 허술한 빈 초가집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는 사이에 96사단의 소대장인 맨빌 중위(라이언 코어)가 그의 부하들을 데리고 클로버 대위를 찾아온다. 핵소 고지를 점령하려다 엄청난 피해를 입고, 살아남은 병력들을 인솔해 글로버 대위 휘하로 합류하라는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도스를 찾은 96사단의 의무병인 어브 셱터(오리 페퍼)가 핵소 고지를 6번 오르내리다가 마지막에 거의 궤멸됐다고 말한다. 96사단 잔존병인 페이지(제임스 오코넬)와 밥(샘 파선슨)은 완전히 넋이 나가서 일본군을 "냄새나는 역겨운 짐승"이라며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죽기를 원한다. 죽이고 죽여도 절대 항복하지 않는다. 절대로…."라며 몸을 부들부들 떤다.

 

 스미티가 페이지에게 담배를 권하고 불을 붙여준다. 어브가 도스에게 말한다. "놈들은 일부러 부상자만 골라서 쏜다. 눈에 띌만한 건 전부 제거해야 해. 일본군은 특히 적십자 마크가 그려진 철모를 쓰고 위생병 견장을 단 의무병들을 더 노린다"며 새 방탄모를 쓰라고 건네주는 등 실전에 유익한 도움을 준다. 

 다음 날, 핵소 고지에 미 해군의 집중 함포 사격이 개시된다. 글로버 대위가 맨빌 중위에게 지도에 있는 벙커의 위치를 확인시키는데, 맨빌 중위는 심한 구토를 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닌가…. 

 

 

 하웰 상사가 드디어 이동을 명령한다. 그물을 타고 고지에 올라간 병사들은 곧바로 일본군의 기습공격에 치열하고 비정한 첫 전투를 치른다. [註: 핵소 고지를 오를 때 사용한 그물은 본래 병사들이 수송선에서 상륙정으로 내려갈 때 쓰던 것이었는데, 절벽을 올라가서 그것을 치는 임무는 자원자 3명이 해냈다. 그 세 명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데스몬드 T. 도스였다. 마에다 절벽 위에서 그물을 타고 오르는 전우들을 내려다보는 데스몬드의 실제 모습의 사진이 있는데, 이때 일본 병사가 정확히 조준했으나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총이 격발 불량을 일으켰다는 후문이다.]
 

 

전투 중 분노한 BAR(M1918 브라우닝 자동 소총) 사수인 스미티 라이커가 상반신만 남은 시체를 한 손에 들고 벌떡 일어나 다른 한 손으로 무한탄창을 시전하며 람보마냥 전진하면서 일본군들을 주루룩 쏴 죽이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헐리우드 제인은 영화배우처럼 떠벌리던 것과는 다르게 실제 전투에 들어서자 겁에 질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여린 모습을 보인다. 

 

 키가 아주 작지만 다부진 체구의 비토 리넬리 이병(피라스 디나리)과 그리스 놀란 이병(벤 밍게이)이 시야가 잘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엉겁결에 나뭇가지에 걸쳐 죽은 일본군을 사격한 후 돌진하다가 비토가 총상을 입는다. 

 

 

 부상당한 친구 비토를 도와주려다 여러 명의 일본군에게 포위당하는 그리스. 죽을 뻔한 순간, 때맞춰 온 '추장' 키르진스키가 화염방사기로 모조리 태워 죽여 목숨을 건진다. 
 

도스가 비토를 구출하러 오다가 일본군의 습격을 받아 격투를 벌이는데 이를 본 스미티가 저격하여 위기를 모면한다. 비토는 결국 사망하고 랄프 모건 이병(데미언 톰린슨)이 박격포 공격에 맞아 두 다리를 잃는다. 도스가 그를 응급 처치하는데 어브 의무병이 와서 도스에게 랄프는 가망이 없으니 몰핀 한 대만 놔주고 다른 병사들을 도와주라고 말한다. 
 그러나 도스는 자녀가 있다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랄프를 집에 보내주겠다고 약속하며 끝까지 보살피고 그를 절벽 아래로 내려 보낸다. 이후 그는 살아남는다.

 

 

 드디어 벙커를 발견하고 공격을 퍼붓지만 만만치 않다. 일본군 벙커 앞 참호까지 다가간 '구울' 워커. 그러나 참호 앞 바로 오른쪽에 박격포탄이 떨어져 터지는 바람에 그 충격으로 기절한다. 이를 본 스미티가 참호로 달려가 장약통을 코앞의 일본군 벙커 속으로 던져 박살낸다. 
 

총공격을 지휘하던 잭 글로버 대위가 참호 속에서 벌어진 백병전 중에 수류탄을 빼든 일본군을 때려눕히고 붙잡아서 그 일본군이 떨어뜨린 수류탄에 그의 몸을 덮어 폭발의 위기를 모면한다. 이는 잭 글로버 대위가 실제로 했던 행동이라고 한다.

 

 첫 전투가 끝나고 밤이 온다. 하웰 상사가 내일 고지 점령을 위해 주변에 안전한 참호를 찾고 보초는 2시간씩 교대 근무하는데, 영어를 안 쓰면 아군이라도 무조건 쏘라고 지시한다. 이때 럭키 포드가 그럼 영어 안 쓰고 라틴어를 하는 그리스 놀란도 쏴 죽여도 되냐고 되물어 웃음을 자아낸다.

 

 다들 참호를 찾는 중 도스가 부상병들을 찾기 위해 전선으로 가려고 하자 스미티가 그를 엄호하겠다고 자원한다. 첫 전투에서 헨리 브라운(해리 그린우드)은 15분만에, 포파이(숀 린치), 피터슨, 스탠포드, 머피 등 많은 동료들이 전사했다.

 

 

 돌아온 스미티와 도스가 참호 속에서 대화를 나눈다. 도스는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 총으로 위협하는 아버지의 총을 빼앗아 쏴 죽일 뻔했던 일 탓에 총을 잡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며, "그러나 가슴으로 죽였다"고 고백한다.

 

 한편 스미티는 다섯 살 때 어머니에게 버려져 고아원에서 자라는 등 대공황의 암울한 미국의 풍파를 겪으며 자란 인물이다. 데스몬드의 행동이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지 '겁쟁이'여서 그런 것이 아님을 알게 되자 둘은 가까워진다. 

 

 다음 날 아침, 지하동굴에서 나온 일본군의 대규모 공격, 이른바 '반자이 돌격(萬歲突擊, Banzai Attack)'이 시작된다. 인명 피해가 너무 많아 후퇴를 결정하는 글로버 대위. M2 화염방사기로 일본군들을 태워 죽이는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던 키르진스키가 일본군의 기관총탄에 자신의 가스 탱크가 맞아 폭사한다.

 

 핵소 고지 전투에서 중대원들을 잘 인솔하며 분전하던 하웰 상사가 일본군의 기관총에 맞아 허벅지에 부상을 입는다. 헐리우드 제인이 용기를 내어 도와주러 달려가나 그 역시 기관총에 당하고 만다. 

 

 한편 맨빌 중위는 콜트 권총으로 후퇴하는 부하들을 엄호하다가 부상당한 일본군의 수류탄 자폭으로 같이 폭사한다. 이때 자폭하는 일본군 병사와 마지막 순간까지도 서로 죽일 듯이 노려보며 괴성을 지르는 모습은 전쟁으로 인한 양측의 맹목적 증오와 인간성 상실을 나타내는 섬뜩한 장면이다.  

 

 어브 셱터가 다리에 부상을 입는다. 도스가 혈장(血漿, plasma)을 수혈하려고 하지만 자신 말고 다른 심각한 부상자에게 먼저 수혈하라고 부탁하는 어브. 도스는 그리스 놀란에게 그의 후송을 부탁하고 다른 부상병에게 혈장을 수혈하려고 하는 순간 유탄에 그만 주사병이 깨진다. 
 스미티가 일본군 기관총 사격에 치명상을 입는다. 이때 무전으로 요청한 함포 지원사격이 개시된다. 도스에게 구조되어 절벽 벼랑에 다다랐지만 스미티는 후송 중 이미 도스의 등 위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의 마지막 말은 "(죽는 것이) 무섭다"였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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