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OHNCHO

    조준상 (로열르페이지 한인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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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시간들(The rest of our journey)(73)

 

JC칼럼- 202


(지난 호에 이어)
필자 역시 동의할 수밖에 없는 것이 하나님은 왠지 몰라도 이 세상을 서로 함께 더불어 잘 살게 인간을 창조하시지 않으셨다는 말이다. 남을 돕기 위해선 남보다 잘 살아야 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선 나라가 강해져야 하는 것이 세상 이치다. 
그렇게 하다 보면 본인도 모르게 독재자가 되고, 남을 해치는 흉악한 사람과 정치체제가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제 벌써 뒤뜰의 깻잎이 또 하나의 계절을 지나며 씨를 만들기 시작했다. 벌써 아침이면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고 있고, 한국의 각 가정들이 추석명절을 위해 고향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고향? 이곳에서 수십 년을 살고 있는 우리의 고향은 어디에 있는 걸까? 워낙 오래 전 한국을 떠나서인지 희미하지만 가끔씩 한국의 애국가나 또는 어릴 적 부르던 동요가 들릴 때는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물이 나온다. 그런 점에서 그래도 우리의 고향은 모국 대한민국이 맞는 것 같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사는 동안 제일 중요한 것은 삶의 지혜라 성경말씀은 가르치고 있으며 하나님이 솔로몬 왕에게 ‘무엇을 원하느냐’ 물었을 때도 솔로몬은 지혜를 말했다. 당시의 유대왕 솔로몬은 하나님께 받은 지혜로 인하여 부귀와 영화를 누리며 일평생을 살았지만 결국 그는 죽기 전 “모든 것이 부질없고 허사”라 고백을 하며 생을 마쳤다. 결국 삶의 부귀도 영화도 또 그중 최고라는 지혜마저도 영원치 못하니 그 무엇도 결국 허사라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생후에 있다는, ‘영원한 죽음이 없고, 끝이 없는 새로운 삶’을 바라며 창조주 하나님께 매달리지만 어쩌면 우리의 존재가 차라리 없어지는 것이 후세의 영원한 삶보다 나은 것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아무리 가본 적이 없는 천당이 좋다지만 잘 살거나 못 살거나 현세의 매일매일이 워낙 불안하고 두렵고 힘들다 보니 또 하나의 삶이란 말 자체가 겁이 나 그리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그 삶이 육적인 삶이 아니고 영적인 삶이라 해도 말이다. 

 

 

필자의 지난날을 돌아볼 때, 그래도 제일 좋았던 때는 아주 어린 시절 맑고도 맑은 시냇가에서 빨래하던 아줌마들에게 야단을 맞으면서도 붕어, 미꾸라지 잡는다며 이리 뛰며 흙탕물을 만들던 그때다. 메뚜기를 잡는다며 남이 벼농사를 잘 일궈놓은 논 바닥을 휘젓다 주인에게 야단을 맞던 그 시절, 나마리를 잡는다며 남의 토마토, 오이, 호박, 참외, 수박밭들을 마구 밟다가 주인에게 경을 치던 일, 그렇게 한 여름 종일토록 밖에서 뛰놀다 노을이 질 무렵 집엘 들어오면 그래도 엄마가 차려놓은 애호박을 썰어 넣은 된장국에 따듯한 보리밥 한 공기가 왜 그리도 귀하고 맛이 있었던지.  

 

그때는 나라가, 아님 세계가 어찌 돌아가는지 알지도 못 했고, 관심도 없었다. 단지 내일까지 해가야 할 학교 숙제만 걱정이 되고 야단을 맞을까 봐 무서운 선생님 얼굴만 생각나던 그 시절이 아마도 나의 인생에 제일 좋은 시절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이른 아침엔 담장에 활짝 피어난 나팔꽃이 나를 반겨준다. 뜨거운 햇볕에 잘 영글고 실하게 익어 꽉 들어찬 씨알들이 타버릴까 걱정하며 내리쬐는 햇볕을 피하려 고개를 푹 숙인 해바라기꽃, 짙은 보라색을 띤 가지밭 속의 풍댕이, 집게벌레 등을 잡고 높은 나무 위를 올라가 매미를 잡던 그 시절 말이다. 한겨울 얼어붙은 논에서 썰매를 타고, 나무로 깎아 만든 팽이를 돌리고, 제기를 차며 또 신문지로 만든 딱지를 치며 창호지로 만든 연을 날리고 구슬치기를 하며 코를 흘리던 그 시절들은 아직도 거기 그곳에 있기는 한 것일까? 
가끔씩 동네에 서커스 단이 올 때면 어김없이 텐트 속으로 째비를 하다 잡혀서 혼이 나던 그 시절, 귀신을 좇는다며 굿을 하는 집 앞에서 떡을 얻어 먹겠다며 온종일 왠 광대 같은 할머니의 어설프고 요상한 비명을 지르며 온갖 널뛰기와 엉성한 칼춤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던 그 철없던 시절들은 다 어디로 가버린 걸까?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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