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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억 칼럼

    (목사)
    성경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진지한 사색과 탐구를 통해 완성한 대하 성경해설서 <성경에 나타난 전쟁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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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라 부를까요?

 

오래 전 Tyndale Theological Seminary에서 공부할 때 조직신학을 강의하던 교수가 들려준 이야기다.

그가 박사 학위를 받았을 때 그의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축하연을 베풀어 주었다. 그 자리에 참석한 가족과 친지들은 그가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박사 학위를 획득한 것을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진심으로 축하하고 격려해 주었다. 그들은 그가 힘든 학위과정을 잘 마칠 수 있도록 건강과 인내와 지식과 지혜를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축하연이 끝나고 모두가 돌아간 후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손을 잡고 응접실로 향했다.

잔치가 끝난 후의 적막 속에 마주 앉은 부자는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러다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아들아, 난 정말 네가 너무 자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구나. 너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던 때가 어제 같은데 지금 목사요, 대학교수요, 신학박사가 되어 내 앞에 앉아 있으니 말이다.” 잠시 말을 중단한 아버지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지금 너에게 주어진 목사, 대학교수, 신학 박사 세 가지 중 무엇으로 불렀으면 좋겠니?”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질문이고, 의외로 심각한 아버지의 표정에 그는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그러나 곧 태연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무엇이면 어떻습니까? 아버지 생각에 제일 좋은 것으로 불러주셔요.” 아들의 말을 들은 아버지는 조용하면서도 엄숙하게 말했다. ”아들아, 난 너를 목사라 부르련다.”

이 이야기를 젊은 교수에게서 들으면서 난 그의 아버지를 찾아가 머리 숙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 분이야 말로 목사의 사명이 무엇이며, 목사를 임명하시는 분이 누구신가를 잘 아는 분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대학교수나 신학박사보다도 목사라고 아들을 부르기를 원하는 그 분의 마음은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귀중한 교훈이라 생각했다.

 

오랜 기간 자신이 택한 분야의 학문을 연구한 후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대학교수의 직분은 귀한 것이며 사람들의 존경이 대상이 되고도 남는다.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뜻이 담겨 있는 신학을 깊이 묵상하며 연구하여 획득한 신학박사 학위는 자랑할 만한 것임에 틀림없다. 이에 반해 목사란 신분은 내세울 것도 없으며, 사람들이 부러워하거나 찬탄할 대상도 아닌 것 같다. 그러서인지 목사들 중에는 신학교에서 가르치거나 목회를 하면서도 목사보다는 교수나 박사로 불려 지기를 원하는 분들이 적지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목사는 보잘 것 없거나 교수나 박사에 미치지 못하는 미비한 신분이나 존재가 아니다. 반대로 목사는 세상에서 제일 축복 받은 자랑스러운 신분인 것이다. 예수님이 “여자에게서 태어난 사람 중에 세례 요한보다 더 큰 사람은 없다”고 말씀하셨음을 상기하면 이 사실은 자명해 진다. 물론 성경에는 노아, 아브라함, 모세, 엘리아, 이사야 등 세례 요한 보다 더 크고 위대한 믿음으로 하나님을 섬긴 지도자들이 여럿 있다. 그런데도 예수께서 세례 요한을 “여자가 낳은 자 중 제일 큰 사람”이라 하신 까닭은 그에게 주어진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예비 하는 사명”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가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목사는 하나님께서 “내 양을 치라”는 특수 사명을 주시며 임명하신 하나님의 일꾼이다. 때문에 목사처럼 자랑스럽고 축복받은 신분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가 있으니 목사에게 교수나 박사나 그 어떤 직위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귀중한 “하나님의 양을 치는 사명”이 주어졌다면 목사는 그 사명을 맡기신 마음과 뜻과 정성을 다해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만일 목회자가 하나님의 뜻 아닌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일 한다면 그처럼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사명 완수에 실패한 목사는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추락하여 아무 쓸모 없는 고철이 되는 것 같은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못을 거꾸로 박아놓은 널판지 위를 걸으셨던 주기철 목사님. 자기 아들들을 살해한 범인들을 용서하며 하나님께 충성한 사랑의 원자탄 손양원 목사님. 한국교회의 성자로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섬기신 한경직 목사님. 모두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그들의 삶을 불사른 한국기독교 역사에 영원히 남을 주의 종들이었다. 이에 반해 적은 현실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 예수님의 이름을 더럽히고,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정치 목사들이나 사이비 목사들이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손과 발에 또 다시 못을 박고 있음을 생각하면 가슴 아파진다.

나에게 목사의 길을 가도록 허락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와 찬송과 영광을 돌린다. 그리고 목사로서 이 곳 캐나다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려주시고 행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시는 성령님께 감사한다. 내게 주어진 목사의 사명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생명의 불길이 꺼지는 순간까지 기쁘고 자랑스럽게 수행해 나갈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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