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도날(1944년발행,320 쪽)은 작가 자신인 서머싯 몸이 관찰자이자 해설자로 등장하여, 제1차 세계대전 후 래리 대럴(Larry Darrell)이라는 젊은 미국인 남자가 삶의 의미와 영적 깨달음을 찾아 떠나는 구도(求道)의 여정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소설은 인간의 둘레, 달과 6펜스에 이어 서머싯 몸의 3대 장편소설로 많은 독자들이 여운을 남기게 한다.
이 소설을 쓴 동기와 배경
서머싯 몸은 이 소설을 통해 당대의 물질주의적 가치관에 대한 비판과 영적인 탐구의 중요성을 탐색하고자 했다.
배경: 소설이 집필된 시기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이었지만, 이야기는 제1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시작된다. 전쟁의 참혹함은 래리에게 깊은 정신적 충격을 주었고, 이는 삶과 악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동기: 서머싯 몸은 자신의 인도 여행 경험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특히 인도 구루(Guru)인 라마나 마하르시를 만나고 힌두교의 베단타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큰 동기가 되었다.
주제: 작가는 래리의 구도 과정을 통해, 당시 서양 사회가 숭배했던 부(富), 지위, 사회적 성공 같은 물질적인 가치와 래리가 추구하는 영적 깨달음, 진리 탐구라는 가치를 대비시키며 진정으로 의미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를 독자에게 묻는다.
제목 면도날(The Razor's Edge)이 뜻하는 의미
소설의 제목은 고대 인도의 힌두교 경전인 카타 우파니샤드(Katha Upanishad)에 나오는 한 구절의 번역에서 유래했다.
현명한 사람들은 구원의 길은 면도날의 날카로운 끝을 지나가는것 처럼 어렵고 험난하다고 비유한다.
의미: 제목은 진정한 구원이나 깨달음으로 향하는 길이 매우 좁고, 위험하며, 단호한 의지와 고통스러운 노력을 요구하는 험난한 여정임을 상징한다.
소설 속 연관성: 래리 대럴이 추구하는 영적인 삶은 안락함과 물질적 풍요를 선택한 다른 인물들의 삶과는 달리, 지속적인 자기희생과 고독한 탐구를 필요로 한다. 래리의 삶은 곧 이 '면도날 위를 걷는 듯한' 힘든 여정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물질주의와 영적 깨달음이라는 상반된 가치 사이에서 인간의 선택과 그 결과를 밀도 있게 그려낸 명작이다.
면도날 소설 줄거리
소설은 1919년 시카고에서 시작된다. 촉망받던 젊은 비행사였던 래리는 전쟁 중 동료의 죽음을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아 영적인 질문에 사로잡힌다. 그는 부와 안정을 중요시하는 약혼녀 이사벨 브래들리와의 결혼을 미루고, 구원의 의미와 악의 존재 이유를 찾기 위해 일체의 직업이나 물질적인 삶을 포기한다.. 래리의 결정은 이사벨과 그녀의 이모부이자 사교계의 거물인 엘리엇 템플턴에게 충격을 준다. 엘리엇은 래리의 방탕하고 무위도식하는 삶이 가문의 명예를 더럽힌다고 생각한다.
래리는 파리로 건너가 2년 동안 독서와 공부에 몰두하지만 답을 찾지 못한다. 이사벨은 래리를 설득하기 위해 파리를 방문하지만, 래리는 돈 없이 방랑하며 영적 탐구를 계속하겠다는 자신의 비전을 고수한다. 결국 이사벨은 래리와의 약혼을 깨고, 부유하고 안정적인 증권 중개인 그레이 머투린과 결혼하여 자신이 원하는 상류층의 삶을 선택한다.
그 후 래리는 유럽을 방랑하며 광산 노동, 선박 일꾼 등 육체노동을 경험하고, 독일과 스페인 등지를 여행한다. 그는 결국 인도로 향하고, 그곳에서 구루(Guru)를 만나 힌두교의 베단타 철학을 배우며 깊은 명상에 빠진다. 몇 년간의 구도 끝에 래리는 궁극적인 깨달음(Enlightenment)을 얻고 내적인 평화를 찾는다.
한편, 이사벨과 그레이 부부는 대공황으로 재산을 잃고 파리로 온다. 같은 시기, 래리의 어린 시절 친구인 소피 맥도널드는 남편과 아기를 자동차 사고로 잃은 후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알코올 중독과 방탕한 삶에 빠져 파리의 빈민가를 떠돈다.
깨달음을 얻고 돌아온 래리는 소피를 만나 그녀를 구원하려 한다. 그는 그녀에게 결혼을 제안하지만, 질투심을 느낀 이사벨은 소피에게 술을 권하는 등 교묘한 방법으로 그녀를 타락의 길로 되돌려 보낸다. 결국 소피는 다시 절망에 빠져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소설의 결말에서, 평생을 사교계의 명예에 매달렸던 엘리엇 템플턴은 죽음을 앞두고 자신이 그토록 갈망했던 명성있는 사교계에 초대받지 못하자 괴로워한다. 래리는 엘리엇에게 영적인 조언을 해주며 그의 마지막 순간을 돕는다.
모든 여정을 마친 래리는 마침내 자신만의 길을 확신하고, 물질적인 부나 사회적 명예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롭고 단순한 삶을 살기 위해 미국 뉴욕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사벨, 엘리엇, 그레이 등 모든 인물들은 각자 원했던 것(부, 지위, 깨달음)을 얻거나 그 대가를 치르는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