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와 돌날

서광철 수필

(미시사가)

 

큰애가 1975년 토론토에서, 작은애가 2년 후 몬트리올에서 태어났다. 1974년 캐나다에서 둥지를 튼 이래 2사람이 4명으로 늘어났다. 세월이 흘러 5명의 손녀 손자가 태어나 5번의 돌잔치를 하였고, 그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매번 그날의 주인공 앞에 청진기, 마이크, 돈 등 여러 가지 물건 등을 놓아두고 그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놀이였다.

이 중에 단연 인기 아이템은 청진기이다. 자식들의 안정된 장래를 원하는 공통된 부모의 마음이다. 이제 우리는 여기서 다윈의 진화론을 부정하며 과정의 철학을 중요시 하였던 철학자 화이트 헤드(White Head, 1861-1947)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생명은 시간의 흐름의 반역이다"라는 알쏭달쏭한 말을 남겼는데 알고 보면 어려운 말도 아니다. 어차피 죽는 인생 하루하루의 지나가는 시간은 자기에게 주어진 몫을 까먹는다는 말을 반역이라고 표현하였을 뿐이다.

결국 인생은 생명의 약동인 상향의 경향(upward)과 하향 경향(downward)의 되풀이로써 생명의 특성을 한마디로 말하면 "환경에 적응이라기보다는 환경에 항거하는 삶"이라는 말이다.

이 환경에 반항하는 멋진 삶을 자식에게 주고 싶어하는 부모마음의 공통분수는 마이크보다도 혹은 장수를 상징하는 실타래보다도 오직 청진기로 직진하게 한다.

특출한 탈렌트와 우아한 율동의 스케이팅으로 세계 피겨 스케이팅을 주름잡던 김연아 선수가 있다. 모든 피겨 스케이팅을 하는 선수들이나 딸을 둔 부모님들의 희망은 김연아 선수처럼 되는 것일 수 있다. 하나 많은 노력과 시간에도 불구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여기서 화이트 헤드는 그 결과의 소산보다는 그 과정에서 얻는 만족감에 대하여 말하였다. 이제 왜 화이트 헤드가 역사는 시간의 흐름이며 그 시간은 생명의 흐름의 반역(White Head는 decay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이라 하였는지 알 것 같다.

 생명의 특성은 환경에 항거하는 삶의 반역이다. 아주 멋있는 어귀이다. 하지만 이 심오하게 들리는 말도 이미 동양에선 2 500년 전 노자에 의하여 회자된 문구이다.

 "사람은 갓 났을 때는유약하지만 죽어서는 단단해진다. 고로 억세고 굳은 것은 죽음의 무리이고(downward),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무리이다(upward)."*

하루의 힘든 노동 후의 달콤한 잠은 내일의 태양과 함께 상쾌한 아침이 오는 것을! 눈보라가 몰아치는 동토에도 새 생명의 봄이 오는 것을! 동양의 예지는 서양의 석학보다 2천년 이상 앞서 있다.

*참조: 노자의 도덕경 76장 ”인지생야유약, 기사야견강(人之生也柔弱, 其死也堅强)”에서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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