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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기 수필

    작은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에이젼트 Jaiki Kim
    Broker 김재기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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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웃음

 


아내가 나를 보며 웃고 있다. 며칠 전 새벽에 일어나 밖으로 나가 걸으려고 집을 나섰다. 칼바람이 얼굴을 후려쳤다. 혹독한 추위가 내려온 거다. 얼굴은 암만 추워도 다른 부위에 비해 추위에 강하다. 문제는 목덜미로 들어오는 바람이었다. 그 바람을 맞으니 도저히 걸을 수가 없어 도로 집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주방에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있는데 그때 안방에서 내려온 아내의 웃음을 본 거다.
모든 한국인들이 그렇지만 이민 초기에는 나도 한식 외에는 거의 먹지 못 했었다. 직장 다닐 때는 어머니께서 샌드위치를 양상추를 넣고 맛있게 만들어 주셨어도 밀가루 냄새가 싫어 몇 입 먹질 못 했다. 일 끝나고 와서야 밥을 국에 말아 한 그릇 먹어야 직성이 풀렸다. 혹시 어디 양식당에 가서 스테이크라도 먹으면 집에 와서 꼭 라면을 끓여서 먹어야 직성이 풀렸다.

 

음식은 문화라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보다 문화가 발달된 나라는 세상에 별로 없을 거다. 그 좁은 나라에 동네마다 자랑하는 음식이 다르다. 해운대갈비, 춘천닭갈비, 청진동해장국, 안동칼국수, 전주비빔밥, 제주도 흑돼지, 부산돼지국밥 등등. 동네마다 문화가 다르다. 해운대 갈비가 유명하다면 ‘해운대갈비집’ 간판 옆에, ‘진짜해운대갈비집’, 길 건너에 ‘원조해운대갈비집’ 등등 기상천외한 간판들이 줄지어 있다.
TV를 틀면 온통 먹는 방송이거나 음식 만드는 방송이다. 한국인들이 음식 먹는 방송을 보면 그 음식을 정말로 먹고 싶어진다. 한 여름날에 뜨거운 삼계탕을 땀을 뻘뻘 흘리며 먹는 모습에 침이 입 안에서 호수를 이룬다. 해변가 마을에서 생선구어 먹는 방송을 보면 당장에 한국도 가고 싶다.
지난번 남대문시장에서 먹은 갈치조림과 생선구이 싸고 맛있었지.

 

음식을 만드는 방송을 한 번 보자. 음식 만드는 요리사가 있고, 여러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는 패널들이 있다. 깔끔하게 셋업된 부엌에 여러 재료들이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방송을 이어나가며 음식을 만든다. 음식이 다 되면 패널들에게 닭 모이 주듯 조금씩 먹여준다. 아, 얼마나 맛이 있겠는가. 나를 패널로 좀 쓰면 안되나? 맛있는 것도 먹고, 돈도 좀 받으면 인생 말년에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텐데. 
무엇보다도 나는 다른 사람보다 더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줄 수가 있다. 내가 먹는 모습을 보고 “잭키, 내가 만든 음식을 먹는 너의 모습을 보면 난 정말 행복하단다”고 이야기 했던 필리핀 여인 지니의 말이 지금도 귓속에 맴돈다. 음식을 했는데 너무 맛있게 먹어 주니 정말 좋단다.

 

캐나다의 TV는 스포츠나 다큐멘터리, 연속극 등 외에 음식방송, 소위 ‘먹방’이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캐나다의 음식은 토론토, 밴쿠버, 에드먼튼, 핵리팩스 등 어디를 가나 비슷비슷하다. 닭고기, 스테이크, 랍스터, 햄버거 등등 무엇을 먹었네, 어디서 먹었네 하는 차이는 있지만 ‘어디 가서 특별한 무엇을 먹었다’고 하는 일은 없다. 
캐나다인들에게 먹는 것은 단지 살기 위해 먹는 거다,
토론토에서 한국을 방문하러 가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이번에 가서 맛있는 것 실컷 먹고 와야지.” 굶주리던 북한사람들이 남한에 와서 먹는 것에 집착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먹는 것이 남아 돌아가는 캐나다에서 무언가 실컷 먹으러 한국에 간다? 좀 이해가 쉽지는 않지만 저급문화에서 고급문화를 탐방한다면 이해가 될 거다.

 

한국인들은 아침을 먹으면서, 머릿속으로는 ‘점심 때는 무엇을 먹을까’ 하고 생각한다. 점심을 먹으면서는 ‘오늘 저녁은 어디 가서 무엇을 먹을까’ 관심을 둔다. 마찬가지로, 저녁을 먹으면서는 내일은 무엇을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나는지 논의를 한다. 한국인들은 먹기 위해 산다.
나도 캐나다에서 살기 위해 먹고 살면서 식성이 많이 변했다. 이제는 밥을 하루에 한 술도 안 뜰 때가 많고, 김치도 며칠 안 먹어도 견딜 만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 한 잔에 집에 있는 여러 가지 넣고 샌드위치 만들어 먹거나, 계란 후라이에 스프나 한 캔 따서 데워 먹거나, 코스코에서 사온 치킨을 먹고 만다. 저녁도 대충대충 때우는 날이 많다. 내 식성이 변하니 아내가 편하다. 음식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많고 대충 줘도 탱큐하고 먹는다. 내가 대충 만들어 먹는 모습을 보면 몸이 편하니 좋겠지.
아내의 웃음을 보기 위해 내 식성이 바뀌었나 보다.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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