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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호 블로그

    아호 해송(海松)
    <계간 수필> 동인, 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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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운영 방식

 

민주주의 국가든 독재국가이든 그들이 지향하는 목표는 비슷하다. 정부의 운영 방식에선 크게 다름을 본다. 그들의 헌법이나 법률이 명시적으로 드러낸 바에 따르면 비슷하다는 뜻이다. 그 까닭은 그들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표어나 신조를 미사여구와 함께 앞에다 내세우기 때문이다. 그런 목표가 말 그대로 실현될는지, 아니면 구호 그 자체만 잠깐 허공을 울리다가 말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민주 정부와 독재 정부의 차이는 공약의 실행 여부에서도 구분이 된다. 공약이란 사실 아쉽고 필요한 일이었는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행하지 못한 것들이 주를 이룬다. 그것을 실행하려면 많은 돈이 들거나, 시간과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독재자는 대개 배짱이 두둑하고 신경이 무딘 사람들이라서, 국민에 대한 약속에 목숨을 걸 만큼 고지식하지는 않다. 그런 독재자가 선거 때 지껄인 그 많은 약속에 성실할 리가 있겠는가. 이에 반해 민주정치를 하는 나라에서는 공약의 이행률이 정부 평가의 주요 기준이 된다. 선거공약을 성실히 이행한 정치인(또는 정당)이 있다면, 유권자는 그를 눈여겨보고, 재신임할 것이고, 그런 것이 선거 풍토를 바로잡는 데도 부합된다.

그런 과정에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요인들로는 동향, 종씨, 동문 등등 소아小我에 집착하여 사회 전체가 바라는 큰 가치를 외면하는 그런 경우다. 흔히 개인의 잇속에 대한 기대로 국가 사회적으로 필요한 인물이나 정책을 외면하게 된다. 이런 유권자들은 ‘힘들고 어려운 일은 네가 해라. 나는 형편을 살피다가 영리하게 내 몫의 과실이나 챙기겠다.’는 전형적인 소시민적 마음으로 임한다. 그런 이들은 민주주의 사회의 주인 되기엔 자질이 좀 떨어진다. 오히려 독재국가의 신민으로 적합한 캐릭터일 것이다.

민주정치라 하여도 정국 운영 방식이 다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서유럽과 미국에서 모범을 보인 현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과 정신은 엄연히 있는 것이다. 우선 국가의 권력을 세 부문으로 분립하게 함으로써 그 권력이 어느 한 편으로 기울지 못하게 한 조치가 중요한 점이다. 그것은 행정부의 활동과 예산을 국민이 직접 뽑은 의회가 통제할 수 있게 한 제도이다.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행정부는 의회의 통제를 벗어나서는 원활한 행정을 펼칠 수가 없다. 특히 근래 한국의 경우에서처럼,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에선 대통령의 입지가 허약해서 피곤한 운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여당이 명분을 선점한다거나, 야당과의 원활한 협조 관계를 잘 유지한다면야 좀 수월하겠지만…

2022년 5월,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를 0.7% 차이로 누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새로운 행정부를 꾸렸다. 국회 의석의 60%는 민주당이 차지한 그대로다. 국민 지지도에 있어 그만큼 취약한 행정부라 하겠다.

지도자가 자기의 지식이 짧고 경험이 부족하다고 여긴다면, 집중적인 공부를 하고 유능한 인재들을 중용하여 그들의 보필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취임 8개월이 지나도록 이재명 대표를 구속하려고 안달하는 윤석열의 모습이 그악스럽다. ‘이재명을 구속하고, 민주당을 쪼개야겠다.’는 마음이 아주 노골적이다.

글쎄올시다. ‘제 눈의 들보는 제쳐놓고 상대편 눈 속의 티끌을 탓’하며 매일 공격의 나팔 소리를 드높이는 꼴이다. 김건희 씨와 장모의 주가 조작 및 비리는 벌써 드러났건만, 기초적 조사도 안 한 채 시간만 보낸다.

대장동 토지 투기와 수백억 원대 뇌물을 주고받은 실체가 드러난 법조인들의 어마어마한 비리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쳐 덮으면서, 이재명 성남시장 시절의 행정을 시시콜콜 들쑤시고 부풀리며 ‘범죄자’로 단정지은 혐의를 요란하게 발표한다. 삼인성호三人成虎 식의 여론몰이에 행정부의 역량이 총동원되는 추태를 매일 듣고 보는 국민은 지치고 지겨워한다.

언론사들도 큰 약점이 잡힌 게 분명하다. 사회적 목탁 구실을 포기한 채 대통령실에서 던져주는 발표문을 정부 대변인보다 더 착실히 전달하는 등 알아서 긴다. 선거 때 김건희 씨가 이 모 기자에게 했다던 바로 그 말이 기억난다. 과연 검찰 공화국 시대의 언론사들답다. 어쩌면 내년의 총선, 그 후의 대선을 맞을 때까지도 이런 병든 행태를 보아야 할지 모르겠다.

집권자가 휘두르는 검찰권은 헌법에 나오는 공익 실현이라는 정정당당한 처결이 아닌, 검찰과 일부 법관들의 우호적인 호응을 얻어 펼치는 초법적 월권 행사 같다.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그런 자의적 법 집행은 헌법 정신에 배치되는 게 분명하다.

여당 대표를 뽑는 과정에, 유력 주자 유승민을 배제하려고 선출 규정을 급히 바꾼 ‘국민의힘’은, 그 다음 유망주 나경원마저 주저앉히려고, 망나니짓으로 유명한 아들을 둔 장 모 의원이 나서서 고래고래 협박을 퍼붓는다. 그 당의 유력 주자들은 이제 출마할 자유조차 뺏겨버렸다.

그런 이들이 모여 해바라기식 정치를 하는 방식이 깡패 집단의 짓과 닮아서 소름이 돋는다. 앞의 그 두 후보자가 국민적 지지도에선 앞섰지만, 윤석열의 퇴임 후 안전을 보장하지 못할 거란 계산을 하는 것 같다. 뭔가 불안하기는 한가 보다.

불의不義 앞에서 입을 다물고, 행동을 하지 않는 자는 결국 악의 편이다. ‘국민의힘’에 백여 명의 의원들이 있지만 총선 공천에서 배제될까 봐 꿀 먹은 벙어리 시늉이다. 자율적인 가치 판단을 행동으로 옮길 줄 모르는 자들의 집합체다. 당내 민주주의를 저렇도록 파괴하는 자들이 어떻게 나라의 민주주의를 이룰 것인가.

집권자가 노래처럼 되뇌는 ‘민주주의’, ‘자유,’ ‘평등’ 같은 아름다운 개념은 도무지 언행이 일치하지 않으니 다 헛된 소리다. 오랜 세월 군부 독재자의 하수인 노릇을 하던 검찰이 이젠 애국 시민과 학생들이 30여 년 피땀 흘린 투쟁으로 쌓은 민주주의란 금자탑을 허물고 짓밟고 있다.

소위 ‘선진국이 됐다고 자부하며 기뻐하는 21C의 한국을 이처럼 무식하고 저질스럽게 운영해도 되는 건가? (202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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