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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호 블로그

    아호 해송(海松)
    <계간 수필> 동인, 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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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사 이야기(1)

 

인류의 발자취가 담긴 사연들은 세월의 강을 건너면서 역사로 불리지만, 구전으로 알려질 수밖에 없는 시원始原의 일들은 전설의 세계, 신화의 영역에 남겨진다. 작가 이병주 선생은 “햇볕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 했다. 은유적 표현이 때로는 본질을 베일처럼 둘러싸는 신화이지만, 그것도 인간사의 한 장면을 전하는 것이라, 인간적 욕구가 서려 있다.
우리 민족사의 첫머리는 단군신화가 장식한다. 그것은 “아득한 옛적 환인천제(桓因天帝:하느님)의 아들 환웅이 인간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할 생각이 간절하였는데, 마침내 부친의 허락을 받아 ‘비, 구름, 바람’을 거느리고 신하들과 함께 지상으로 내려왔다”는 사연으로 시작된다. 이때 곰과 호랑이가 환웅에게 와서 사람이 되고자 간청했다. 환웅은 “너희가 100날 동안 동굴에서 햇빛을 피하며 마늘과 쑥만 먹고 인내하면, 그 소원을 들어주마”고 했다.
호랑이는 중간에 뛰쳐나갔지만, 곰은 끝까지 버티어 여인으로 환생하고, 웅녀熊女가 된다.
웅녀는 환웅과 혼인해 아들을 낳았으니, 그가 바로 민족의 시조 단군왕검檀君王儉이시다.
단군은 서기 전 2333년에 나라를 세워 국호를 조선朝鮮이라 했다. 이웃한 중화 족의 요堯 임금이 나라를 연 때라 하여, 여고동시如高同時로 기록된다. 고高라 한 것은, 원래 요堯라고 해야 옳지만, 정종의 이름이 왕요王堯였으므로, 그것을 피해 비슷한 발음이 나는 글자인 고高를 택한 것이다.
단군신화는 1281년 일연 스님이 쓴 ‘삼국유사’에 등장한다. 대륙 세력의 침략을 받아 수난을 당하던 고려 충렬왕 때였다. ‘비록 우리가 고난 중에 있지만, 우리 민족은 다른 종족에 못지 않은 당당한 역사를 지녔다’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부당한 구박을 받는 상황에 있을지라도, 정신만은 비굴하거나 열등감에 고개 숙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출이었다. 곰과 호랑이 이야기에서, 곰 또는 호랑이를 숭배하는 두 부류의 원시 부족이 각축하다가 결국 ‘곰 부족’이 우세하여, 민족의 역사를 주도적으로 이끌었을 것이라는 유추해석을 해볼 수도 있겠다. 또한 우리 민족이 약으로, 음식 재료로 애용하는 쑥, 마늘과의 인연이 가히 오래되었음도 알게 한다.
우리말의 갈래를 우랄 알타이어족 중에서도 퉁구스어 계라 한다. 한반도에 정착한 부류의 후손인 우리는 이제 원시적 습속은 거의 벗어났지만, 알타이산맥 북쪽과 동쪽 즉 아무르강을 따라 시베리아 일대에 흩어진 토족들의 행태를 볼 때, 우리의 아득한 옛적 모습과 단군신화 속의 곰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거기엔 우리와 무척 닮은 얼굴의 주민들이 오늘날도 아무르강변을 따라 집단으로 거주한다. 그들이 수호신으로 여기는 곰을 사냥해서 요리할 때면, 고수레한 다음에 그 고기를 나눠 먹고, 곰 소리로 곡을 하고 곰 흉내를 낸 춤을 추는 의식을 치른다. 동구 밖에다 오색 천을 나무에 매달아 하늘에 소원을 비는 주술적 종교 행위도 옛 대로다. 한반도에서 불과 수십 년 전까지 관습적으로 행하던 토속신앙을 그들에게서 발견한다.
알타이산맥 서쪽의 평원은 1991년 소련에서 분리 독립한 카자흐스탄인데, 그들도 단군을 조상으로 모시며, 동쪽으로 5,000 km나 떨어진 코리아를 형제의 나라라고 친근하게 여긴다.
이웃에 살면서 군사軍事. 정치. 문화적으로 수천 년간 교류한 중화 족의 발성과 문법 체계는 우리와 사뭇 다르다. 그럼에도 한국-만주- 몽골-알타이 공화국 -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튀르키예로 이어지는 아시아대륙 중부 지역의 언어는 한국어 문법구조와 닮은 점이 많고, 유사한 단어들도 많다. 우리의 혈족이, 오랜 세월에 걸쳐 먼 서쪽 코카서스 지역에서 동으로 이동하며 살았었고, 그 중 일부가 남하하여 한반도에 정착했음을 짐작케 한다.
시베리아와 만주 일대에 살던 일족 중 상당수는 알류샨 열도를 따라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가서, 에스키모나 아메리카 인디언의 선조가 되었을 것이다. 그들 중 일부는 멕시코 중부에다 둥지를 튼 부류도 있었고, 계속 전진한 이들은 남미 대륙의 끝인 마젤란 해협에 이르렀다. 길도 없고, 변변한 도구나 연장도 없던 그 시절에 원시의 밀림을 지나고, 해충과 야생 동물들에 대항하고, 무더위와 역병을 이겨가면서 지구의 끝까지 나아가게 한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캐나다와 미국의 서부 지역, 멕시코에서 발견되는 유적 중에는, 온돌 문화의 흔적이 보이며, 고대 벽화에서는 태극 문양, 상투, 갓, 두루마기, 한복 등을 발견하고선, 그들이 우리의 일족이었음을 확신한다. 그것은 중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바로 조선인의 고유한 생활 양상이다. 또한 우리가 세계에 뽐내는 한복의 아름다움이 천 년도 훨씬 넘는 세월 속에 다듬어진 맵시임을 발견하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암!, 세계인이 찬탄하는 한복의 예술미가 일조일석에 생겨날 순 없었으리라.
멕시코의 아스태가 고문서에 이르기를, 스페인 정복자들이 들어와서 그들(원주민)의 기원을 물었을 때, “맥이 족(중국에서 고구려를 지칭한 이름)은 820년경 아스땅(아사달?)을 떠나서 이곳에 왔고, 고리족은 그보다 수백 년 먼저 왔다”라고 대답하였다. 고구려 멸망 시기부터 시작해 발해 멸망 전후로, 시베리아와 북만주 일대에 살던 우리 민족의 한 줄기가 신대륙으로 이주했음을 밝혀주는 기록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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