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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정숙
    문협회원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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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현관 작은 유리문으로 밖을 내다보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순간적으로 온 몸이 얼어붙는 듯하였다.

 가을이 눈부신 계절의 왕관을 선뜻 내주지 못하고 이리 저리 굽어 다닌 골목길엔 가랑잎이 스산하게 쌓여있었다. 잘못한 일 하나도 없는데 작은 바람에도 깜짝 놀라 바스락대면서 굴러가는 모습이 싸늘하게 코에 스쳤다.

 어느새 풍년가가 잦아든 들판엔 살찐 망아지가 어미 따라 투덕거릴 뿐 천고마비의 계절은 새파란 하늘 아래 한없이 너그럽고 청정하고 고요하였다.

 단 하나. 너만 아니었으면.

 주인의 개성대로 꾸며진 대문 앞 풍경은 작은 동네를 아름답고 생동감 넘치게 할뿐더러 계절의 변화를 가장 잘 전해주어 보기만 해도 즐거웠다.

 현관기둥에 환한 황국화분을 걸어놓았다. 그런데 커다란 화분 삼분지 일 정도의 흙을 파헤치고 꽃을 전부 꺾어버린 것이다. 내려다보니 꺾어진 꽃 가지가 문 앞에 널려 있었다. 다람쥐. 바로 너의 소행이로구나. 그러나 온 몸이 경직되듯 놀란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지난 수년간 괴롭힘을 당하는 다람쥐와의 기 싸움이 발단이었다. 내 오른팔의 반쪽만한 다람쥐들에게 언제 어떻게 채 가는지도 모르게 해마다 포도송이를 도난 당하는 억울함을 피하기 위해 포도송이에 종이봉지를 씌워도 보고, 망사 천을 나무 주위에 둘러보는 등 온갖 수단을 다 써보았지만 번번이 참패만 당해 왔다.

 신기하게도 우리가 따려고 계획을 세우는 날 밤에 감쪽같이 사라져 버려 이번에는 포도를 조금 일찍 따기로 꾀를 내었던 것이다. 95%만 익으면 미리 따다가 나머지 5%는 햇빛으로 익힌다는 작전을 세우고 미리 두 송이를 따오는데 성공을 하였던 것이다.

 햇볕이 밝게 들어오는 창가에 포도송이를 놓고 5%가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승리의 쾌재를 부르던 마음바닥에서 차츰 내 오른 쪽 팔뚝 반만 한 작은 다람쥐에 미안한 생각이 들고 엄격히 내 것도 네 것도 아닌 포도를 도로 담아 데크에 갖다 놓았던 것이다. 나는 따는 기쁨으로 만족하기로 한 것이었다.

 황국의 수난은 분명히 포도를 미리 따간 보복인 것이다. 사람과 대결하여 보복하려는 동물이 있다는 것은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그것도 사람의 감정과 같은 방법으로 네가 좋아하는 것을 망친다는 철저한 보복 심리를 가진 동물이 내 주위에 눈을 반짝이고 있다는 사실에 온 몸이 떨린 것이다. 이 순간의 다람쥐는 귀여운 존재, 더불어 즐겁게 함께 살아갈 동아리에서 멀리 떠나 똑같은 권리와 힘으로 대결하려는 공존자로 보였다.

 자신들도 지구촌의 주인이라는 당당한 눈빛들이 사면에서 몰려드는 듯 했다. 파리 한 마리 잡을 수 있을까, 거미줄 한 치도 마음대로 거둘 수 없다는 두려움이 단숨에 덮쳐왔던 것이다.

 주위에서 귀 따갑게 울리는 녹색운동은 어디까지가 그 한계일까.

 사람과의 교감은 그렇다 치고 이들의 지능지수는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였다. 인터넷을 훑다가 흥미로운 자료를 발견하였다. 주위에 있는 생물의 지능지수 표였다.

 제 1위는 ‘침팬지’로 인간의 유전자와 99%가 일치하며 사람과 다양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한다. 2위는 ‘돼지’, 3세 정도의 어린아이 수준과 같으며 여러 기능을 쉽게 소통할 수 있음은 물론 복잡한 환경이나 상황에 잘 적응할 수 있다 한다.

 3위는 ‘돌고래’로 IQ 80-100. 5, 7세 어린아이 정도로 뇌 구조와 생활방식이 사람과 비슷하다고 한다. ‘앵무새’, ‘고래’, ‘개’, ‘문어’, ‘코끼리’, 다음 9위가 ‘다람쥐’였다. 생활방식이 식량을 모으고 저장하는데 집중되어 있으며 어느 종류는 저장한 장소를 아무리 오래 되었어도 찾아낸다고 하였다. 바로 요놈들이 포도를 따간 주범들이었구나. (10위는 ‘고양이’로 나타나 있었다.)

 다람쥐 한 마리가 만물의 영장을 뒤흔든 가을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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