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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정숙
    문협회원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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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스쿨버스(School Bus)

 


청명한 날씨다. 간밤에 내린 비로 말쑥하게 세수한 대지는 촉촉하고 산듯하였다. 문을 열고 나서니 무어라 이름 지을 수 없는 신선한 기대가 가슴 가득 스며들었다. 여름내 거침없이 달리던 길이었는데 앞차 따라서 서야만 했다. 노란 스쿨버스가 정지 표지판을 내밀고 빨간 등을 깜빡이며 양쪽 길을 막고 서 있었다.
대여섯 살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 하나가 파랑색 가방을 메고 후다닥 버스에 오르는 것이 보였는데 다음 순간 와 앙~ 앙~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엄마 아빠와 함께 오빠를 배웅하던 여동생이 발을 동동 구르며 우는 것이었다. 오빠가 도로 뛰어나가 동생을 끌어안고 키스하고 달래주고 다시 오르고서야 노란 스쿨버스가 길을 열어 주었다. 마치 어린 오누이가 연출한 단막극을 본 듯, 방금 일어난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맴돌면서 여러 영상들을 떠올리게 하였다.

 

처음 미국 ‘버팔로’에 왔을 때, 두 살짜리 아들은 동네 친구들이 줄지어 선 뒤꽁무니에 붙어 섰다. 그런데 노란 스쿨버스는 친구들만 태워가지고 떠나버렸다. 동네가 떠나가게 서럽게 울던 그의 손엔 아빠의 커다란 서류 가방이 들려있고 ‘개구리 왕자’니 ‘백설 공주’ 같은 동화책이 들어 있었다.
오래 전 런던 한글학교 교장을 하던 때였다. 토론토 국립과학관(Science Center)에 현장학습을 가려고 스쿨버스를 대절하였다. 규정상 함께 갈 어른 도우미가 필요하였는데, 생업에 바쁜 학부모들을 어떻게 오게 할지 큰 걱정이었다. 헌데 15명이나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노란 스쿨버스를 타 보고 싶은 것이 큰 이유였다.

 

이민 생활에 쫓기면서 묻어두었던 배움의 향수가 스쿨버스로 발길을 끌었을 것이라 짐작하였다. 처음 타 본 스쿨버스는 딱딱한 의자에다 평지에서도 덜컹거려 몸이 상하좌우로 마구 튀어 올랐다. 울퉁불퉁한 길에서 엉덩춤을 추게 되면 아이들은 그때마다 환성을 지르고 버스 안은 성장 활력이 넘쳐나듯 왁자지껄하였다. 
스쿨버스는 분명 학교, 배움과 연상 작용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의 손을 놓고 선생님의 손을 잡은 어린아이는 이제 다시는 어제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오빠도 누이도 새로운 눈으로 바깥세상을 바라보는 지식과 지혜를 배워가게 될 것이다.
지육, 덕육, 체육의 학습이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그 후로 이어지면서 인생의 보람찬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으로 계속하여 인도할 것이다. 보람찬 인생길을 걷게 하는 교육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새삼스레 되짚어보며 상념에 들게 한다. 한국 초기의 교육이념은 홍익인간이었다. 널리 인간세계를 이롭게 하는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다. 캐나다에서는 좋은 사회인을 양성하는 것이라 한다. 시간이 흐르고 세태의 변천을 따라 교육이념도 변해야 하는 것인지 생각해 본다.

 

‘셸리 케이건’ 박사의 ‘죽음’에 대한 강의는 17년간 ‘예일대’의 3대 명 강의로 유명하다. 그는 죽음은 인생의 끝이며, 죽음 후의 영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영원은 있을 수 없고 유한한 고로 소중한 짧은 인생에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열변을 토한다.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기 스스로 자기를 잘 돌보고 풍부하고 값진 경험으로 내 삶의 그릇을 채워 다른 이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라 한다. 인생의 목표는 힘든 세상을 좀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라 결론을 지었다. 그런데 그의 당면 목표는 자신의 세 아이를 타인을 배려하는 아이들로 잘 키우는 것이라 하여 혼란을 야기하였다.
세 아이의 인생 목표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가 주장하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목표”, “값진 경험”, “좀 더 좋은 곳”의 말뜻과 기준이 무엇인지 평범한 생활인들의 머리엔 확연하게 잡히지 않는다. 지금은 유치원생들도 아이패드로 전자 게임을 하고 매주 평균 32시간 TV 시청을 하고, iPhone에 종일 몰입하는 ‘테크놀로지’ 전성시대다. 

 

Andrew Mills 목사는 오늘날 급속도로 발전하는 이기(利器)-자동차, TV, 전화 등이 우리 삶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기술, 물질에 대한 자만심, 광범위한 정보의 공유로 인한 공공물에 대한 사적인 소유욕을 들었다. 그리고 더욱 큰 해악은 소통의 단절이라고 하였다. 타인을 이해하거나 배려하는 관계가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노란 스쿨버스가 새 교훈을 준 가을 아침이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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