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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경남의 기획 연재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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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읽는 풍운아 윤치호의 <우순소리>(5)

 

8. 조심하는 쥐

  

 

고양이가 어느 날 광 속에 있는 쥐를 거의 다 잡아 먹은지라, 남아 있는 쥐들이 약속을 하고 구멍 밖에 나오지를 않자, 고양이가 꾀를 내어 뒷다리로 벽에 있는 못을 붙들고 거꾸로 달려 죽은 체 했다. 그때 늙은 쥐 한 마리가 내다보고 하는 말이 “에이구 이 흉물아! 죽은 체는 그만해라. 네 껍질 속에 짚을 넣어 놓았대도 네 옆에 가는가 봐라!”하더라.

못된 놈 옆에는 농담을 해도 가지 마라 

  

엮은이의 글  

잘 알고 있는 적의 흉계를 더 조심하라는 경고이다. 

잘 아는 사람의 간계에 두 번 다시 넘어가지 않는 것이 현명한 사람이다.

 

윤치호 일기 

“속이는 것보다 속아 넘어가는 것은 더욱 죄가 된다. 속이는 것은 인간이지만, 속아 넘어가는 것은 짐승이기 때문이다.”-  1906년 6월 15일

“밖에는 적이 있고 안에는 배신자가 있다, 무관심한 친구동료들과 적자 재정이 문제이다. 저녁 8시에 월례회가 열렸다. 정족수에 미달했다. 지금이 아마 중앙 YMCA 역사상 가장 암울한 위기 상황이리라.” - 1916년 12월 4일 

“마포는 한강 주변의 부유한 마을에 속한다. 마포 주민들은 매일 밤 강도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 마을 유지에게 이렇게 물어보았다. 

"경찰한테 보호해달라고 요청하는 게 어떻습니까"  그 유지는 이렇게 대답했다. 

"지금까지 계속 보호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도 못 받았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여기에 있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첫째, 경찰은 이 마을 주민이 아니기 때문에 이 마을의 치안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둘째, 설령 경찰이 강도 한두 명을 잡아서 관청에 넘긴다고 해도 관청은 몇 가지 조사를 한다고 난리를 피운 뒤 그들을 석방할 것입니다."  나는 다시 이렇게 물었다.  

"만약 그렇다면, 이곳 주민들이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치안대를 조직하면 어떻겠습니까"  그 유지는 이렇게 대답했다. 

"마을주민들은 지역 치안대를 조직할 생각이 없습니다. 이웃이 몇 만 달러를 도난 당해도 자기재산에 피해가 없다면 마을 전체를 지키기 위해서는 단 한 푼도 내놓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내가 조선에서 대의제代議制 설립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면(결코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없지만), 지금 당장 그 생각을 포기한다. 그토록 공공의식이 없는 사람들, 매일 밤 강도를 당하는 이웃을 돕기 위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하는 사람들에게 국가의 중요한 안건을 맡길 수 있단 말인가?-1898년5월2일 

 

  

 

9.  개구리와 황소

 

 

개구리 새끼들이 풀밭에서 놀다가 황소를 보고 놀라서 물 속에 들어가 그들의 어미를 보고 일러바쳤다. 어미가 황소만 하게 흉내를 내자 “고게 무어에요? 어머니가 암만 흉내내기로 황소만 해지겠소?”

어미 개구리는 점점 분심이 생겨 배를 한껏 불리고 물었다.

“이래도 그 놈만 못할까?” 

“아직도 멀었어요.”

 어미개구리는 황소만해지려고 배를 한껏 불리다 못해 필경 배가 터져 죽더라.

 

강한 나라의 호칭과 예식만 흉내 내다가 망한 나라도 있다지

 

 

 엮은이의 글 

개구리가 분수없이 자신을 부풀려서 소나 황소만큼 커질 수 있다고 자랑한다. 자신을 속이는 것은 자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 교훈이다. 

“꿈이라는 것은 매우 취약한 것이어서 세상에 꿈 파는 이를 공격하는 것처럼 쉬운 일도 없을 것이다. 

미래에 눈뜨게 해주는 진정한 꿈은 현실의 인식과 수용에서 출발한 미래의 설계이어야 하고, 이 때문에 허황된 선동과 유혹이나 도피적 망상 또는 문외한의 즉흥적 영감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한국인 미래에 눈을 떠라’, 윤창구수필집 [뱀의 발] p.22)  

 

윤치호 일기 

 

“하와이에서 일본으로 오는 승객 중 일본인 4명 중에 세 명은 지나치게 교만하게 굴어서, 황소처럼 크게 보이려고 노력하다가 배가 터져버리는 개구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1905년10월14일

 

 “지난 3일 동안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관복을 입은 관료들이 모두 대궐 뜰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오늘 9번째 상소를 올렸고, 전하는 그 상소를 받아들이셔야만 했고, 전국민의 간절한 소원에 응하여 자신을 황제라 칭하는 것을 허락하셨다!  양쪽 다 눈속임수이다!”-1897년10월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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