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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경남의 기획 연재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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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읽는 풍운아 윤치호의 <우순소리>(17)

 

35.  말과 사람  


   


말이 사슴과 싸워 이기지 못하매 사람을 찾아와 원수를 갚아달라 하거늘, 사람이 허락하고 말에게 안장을 짓고 재갈을 물린 후 올라타고 사슴을 쫓아가 잡은지라. 말이 그 은혜를 감사하고 안장과 재갈을 벗겨달라 청하자, 사람이 말하기를, “네 원수를 갚아주어서 네 권리를 존중케 하고 네 독립을 보호하며 네 부강을 도모하였으니 평생 내 종노릇 해라.”하고, 잡아매거늘, 말이 탄식하되, “작은 원수를 갚으려다 큰 원수를  만났으니,  내가 독립 못한 탓이라. 누구를 원망하리요.”하더라.


 


  

 엮은이의 글 
내 목적을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면 상대방도 나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는 교훈이다. “과학과 한국인의 의식구조: 미래의 과학이 한국인에게 주는 가장 큰 영향은 의식구조의 변화가 될 것이다. 어느 개인이나 집단의 의식구조의 핵심을 차지하는 부분은 자신의 본색(identity)에 대한 인식으로서 현재 자연철학의 세계적 추세가 지향하는 방향이 있다면 인간 본색의 추구라고 할 수 있다.”(윤창구 수필집<뱀의 발;66페이지)

 

윤치호일기   
 
“나는 비록 초가삼간일지라도 전하와 내각이 조선의 집으로 옮겨가야 된다고 설득하느라 온갖 노력을 다 했다. 물론 전하는 신변 경호가 잘 되고 있는 러시아 공사관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전하가 일본 측을 두려워하고 증오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일본인 교관들이 전하의 경호를 위해 훈련 받고 봉급 받는 병사들(조선인)이 임금을 배반하도록 유도했다. 전하를 경호한다는 그럴듯한 목적으로 궁궐 앞에 주둔하고 있는 일본병사들이 그들을 공격했다. 임금에게 신임장을 바친 일본 공사가 음모를 꾸몄고 왕후를 살해했다.”- 1896년2월14일
“지금은 러시아의 영향권 안에 든 “대군주, 최고 지배자”이며, 블라디보스톡 거리에서 몰려온 모든 철면피들이 왕전하의 침전에 모여서 전하로 하여금 온갖 마귀의 장난에 빠지게 만들고 있다.”-1896년3월30일
 “민영환 공이 재무대신 비테를 방문하여, 조선국왕의 호위문제를 니콜라이 황제가 윤허하도록 되풀이해 말하자, 비테가 대답하기를, ‘국왕 경호 문제는, 조선의 왕이 스스로를 지킬만큼 충분한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면, 다른 나라가 어떻게 그 분을 외국의 적으로부터 지켜줄 수가 있겠습니까? (옳소. 옳소!) 내가 만일 그분의 자리에 있다면 대원군을 위시한 내 적들을 모두 척결할 것입니다.”- 1896년6월7일
 

36. 여우와 원숭이


 

 

산중의 대왕인 사자가 죽으매 여러 짐승들이 모두 도회하여 새 왕을 뽑을 새, 원숭이가 흉내도 잘 내고 나무에도 잘 오르고 꾀도 많다 하여 왕으로 뽑혔다. 원숭이가 권리를 탐내어 다른 짐승들에게 교만하고 토색이 자심한지라. 여우가 분하게 여겨 하로는 고기 한 덩이를 덫 속에 넣고 원숭이에게 알현을 청하여 재배하고 아뢰되, “신이 오다 보니, 고기 한 덩이가 저기 있사오니 대왕께서 거동하사 잡수시옵소서.” 하거늘, 원숭이가 여우의 충성을 기뻐하여 대동당상(大同堂上: 선혜청 관리)을 시키고 훈장을 내린 후, 그 고기 있는 곳으로 가서 앞발로 고기를 끌어 내려 하다가 덫이 튕기며 원숭이 발이 잡힌 지라. 그제야 여우의 간계를 깨닫고 꾸짖으니, 여우가 웃으며, “덫 놓은 것도 모르고 눈앞에 작은 이익만 탐 내니 너같은 놈이 왕이 다 무엇이냐.”하고, 달아나더라.

 

    

*대동당상(大同堂上): 선혜청의 관리를 아전들이 이르는 호칭
*선혜청: 조선시대 포전미전 담당하던 관아

 

엮은이의 글: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탐관오리의 비유이다.
”폭력의 한계: 어렸을 때 받은 교육의 힘은 매우 커, 종교나 윤리에서 폭력의 부당성을 배움과 동시에 역사상의 폭력을 숭배하는 훈련을 받은 이들은, 때에 따라 폭력을 미화하기도 하고 지탄하기도 하는 일에 스스럼이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이 내재한 모순은 언젠가는 밖으로 나타나게 마련인 듯, 요즘 대학생 데모에서 비롯된 일부 과격파의 화염병 투척, 건물점거, 자해행위 등을 둘러싼 논란에서 그 숨은 면모를 엿볼 수 있다.”(윤창구 수필집 <뱀의 발> p.158 )

 

윤치호 일기 
 “300년 전 일본의 침략 때, 부산을 거슬러 진격해 온 일본 장군 하나가 한성을 20일 간 점령했었다. 현 청국 왕조의 그 타타르 건국자 지휘 하에 중국인들은 압록강으로부터 쳐들어 와 50일 동안 국왕을 잡아 두었다! 내가 조선의 치욕적인 역사를 더 많이 알수록, 나는 현재의 왕조 하에서는 개혁에 대한 희망이 없다고 확신하게 된다. 
500년 동안 조선정부는 백성들의 나은 삶을 위해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왕조의 노예들이여 사라져버려라!!!”- 1894년10월8일
 “평화는 평화가 만든다. 조선인들은 조선의 평온한 사태에 대해 기뻐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단지 사람들의 피를 빨아 먹는 데 방해 받지 않기를 바라는 정부의 이기심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1894년7월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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