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야채를 썰고 계란후라이를 하려는데 작고 예쁜 무당벌레(ladybug) 한 마리가 나에게 인사를 하는듯한 몸짓이다. 나는 보이지 않는 내 얼굴의 미소를 마음 속에서 그려본다. 왠지 뭔가 반가운 무엇을 마주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를 계란 위에 올려놓고 얼른 사진기를 가져와 몇장을 찍고는 다시 처음 그를 발견한 창가에 내려 놓는다.
계란을 깨서 달구어진 후라이팬에 넣으니, 튀겨지는 소리에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어느 시작하는 노래소리가 잠시 연상된다. 그들의 노래로는 <Another Brick in the Wall>을 좋아한다. 그 노래의 음률을 머릿속에 그린다. 아마도 아이들의 목소리 때문인지, 영화 <Dead Poets Society>가 생각나고 로빈 윌리암스(Robin Williams)의 장난기와 슬픔이 잠긴 얼굴이 떠오르고, 그러다가 내게서 오늘 아침의 내 모습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일어났다.
다된 계란 후라이를 접시에 올려놓고, 커피포트의 커피를 잔에 딸어서 책상 앞에 갖다놓고, 사진기를 들고 화장실 거울 앞에 서서 내 얼굴을 바라본다.
숱이 적어저가는 머리털이 먼저 보인다. 무표정의 표정이 보인다. 살짝 웃어본다. 웃는 표정이 거슬리지는 않다. 엊그제 그 초조하게 속을 태우며 고국에서 진행되는 윤설열 탄핵이 가결되기를 기다리던 얼굴이 저 속에 들어 있다. 그의 어처구니 없고 무모한 판단 때문에, 어쩌면 지금 이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전쟁 위에 또 하나의 전쟁이 벌어졌을 수도 있었을 만큼 그런 큰 사태가 몇이나 될까? 참혹한 전쟁이 고국에서 일어난다고 상상할 수도 없는 그런 사태가 일어날뻔 한 것이었다.
사실상 불의(不義)와의 전면전이 이제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불의의 얼굴이 확실히 드러났기에, 수많은 정의(正義)의 사도들이 이제 망서림 없이 불의를 말하며 세상을 밝게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나는 믿는다. 나는 멀리서 인터넷을 통하여 탄핵 가결의 소식을 초조히 기다리고 있었고, 마침내 탄핵 가결 소식에,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서, 그리고 광장에서 광장으로 일어나는 불(火 fire)의 함성과 함께 빛(光 light)으로 일어나는 함성을 들었다. 빛의 함성으로 일어나는 희망의 불을 보았다. 지금 고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의(正義)의 불과 희망의 빛을 나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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