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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영호 칼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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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때와 죽을 때'(A Time to Love and a Time to Die) (2)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II) 
 

다 읽지도 못한 아내의 편지는 강물에 떠내려가고… 
 

(지난 호에 이어)   

 

 

상기된 기분으로 임시숙소인 군병원으로 돌아온 에른스트에게 로이터가 새 군복도 빌려주고, 린다 플라츠에 있는 게르마니아 호텔의 비밀 나이트클럽도 소개해 준다. 
그곳은 고급 장교와 극소수 부유층만이 드나들 수 있는 비밀 클럽이지만 엘리자베스를 위해 2년치의 전투수당을 모두 쏟아 부어 로이터의 추천대로 최고급인 1937년 요하니스베르크 성 여름산(産) 와인과 푸아그라, 킹크랩 등을 주문하며 잠시 전쟁을 잊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한 잔의 와인을 앞에 놓고 두 남녀는 건배한다. "우리 삶에서 사라져버린 모든 것들을 위하여!"라며…
그러나 이곳도 공습경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연합군의 폭격이 시작되어 호텔 지하로 대피하지만 그곳도 안전하지 않아 종업원들과 손님들이 너도 나도 살겠다고 앞다투어 대피소를 빠져 뛰쳐 나갈 때, 에른스트는 유유자적(悠悠自適) 무너지는 셀라에서 고급 와인 두 병을 훔쳐서 맨 마지막으로 나온다. 

 

 

밖에서 그의 생사를 걱정하며 기다리고 있던 엘리자베스는 그가 안전하게 살아있음을 확인하고는 기뻐하며 서로 감격의 포옹을 나눈다. 
엘리자베스는 에른스트를 자신의 집으로 안내한다. 집 창문 밖에 집단수용소 재감자(在監者)들이 길거리에서 강제 노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지만 그 속에 크루제 박사는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의 실종으로 마음이 무거운 엘리자베스에게 에른스트가 청혼한다. 
"우리 결혼 할까요?" "비가 올 것 같아요." 동문서답을 하자 농담하지 말라며 그는 동료에게 들은 이야기를 해준다. "결혼하면 200마르크가 나오고 내가 죽으면 또 돈이 나온다."고…. 
아무리 전쟁이라고 해도 이따위 청혼이라니! 둘은 잠깐 실랑이 하다가 이내 포옹한다. 결국 청혼을 받아들인 그녀가 말한다. "나는 당신을 너무 사랑해서 마음이 아파요!" 전시에 최전방에 있는 군인을 사랑한다는 것은 당연히 마음이 아프지만, 농담이 진담이 된다고 했던가… 이들의 대화는 이 영화의 마지막 비극을 암시하기도 한다.

 

 

다음날, 로이터가 에른스트의 결혼 준비를 돕는데, 베처는 귀대 준비를 하면서 시큰둥해서 말한다. "드디어 아내를 찾았는데 100파운드나 살이 빠져서 알아볼 수가 없었다"고… 그러고는 병영으로 떠난다. 
결혼신고 사무실. 에른스트는 결혼 신고에 앞서 엘리자베스가 크루제 박사의 딸이란 게 탄로나면 그녀가 위험에 빠질 것이라는 염려 때문에, 만일 모자를 내려놓으면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알고 도망치는 것으로 약정한다. 
그러나 결혼 신고가 원만히 이루어져 서명을 하기 위해 모자를 벗어 탁자 위에 놓는 바람에 그녀가 사무실 밖으로 도망치는 해프닝이 벌어진다. 

 

 

신혼부부는 엘리자베스의 집에서 세상 밖 모든 일들은 잊기로 하자며 친구 빈딩이 보낸 결혼 축하 샴페인으로 자축 건배를 하고 술잔을 벽으로 던져 깨트린 후 신혼 첫날밤을 보낸다. 독일인이 유럽 어디를 가든 환영 받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에 독일인을 미워하지 않는 세계를 여행하는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엘리자베스!

그 다음날, 에른스트는 그의 어머니가 자기가 있는 전방에 보냈던 양말과 편지가 들어있는 소포가 고향으로 되돌아와 받게 되자 아직 어머니가 살아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한편 이런 와중에 엘리자베스는 게슈타포로부터 내일 오후 4시까지 출두하라는 소환장을 받게 되어 희비가 교차되는데…. 
그녀의 구명(救命)을 위해 에른스트는 폭격 맞은 얀 플라츠 시 박물관에 숨어있다는 옛 스승인 폴만 교수(원작자인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가 카메오로 출연)를 찾아간다. 그러나 폴만 교수는 자기는 감시 받고 있다며 아무도 본 사람이 없을 때 다시 찾아오라고 부탁하며, 아까 올 때 만났던 노동자들에게는 문을 열어주지 않더라고 얘기하라고 주문한다. 
그때 또 공습경보가 울린다. 이번에는 공장을 폭격하는 대공습이라는 한 노동자의 얘기에 에른스트는 폭격이 퍼붓는 가운데 엘리자베스가 일하고 있는 군수공장으로 달려간다. 공장은 이미 형체도 없이 사라졌지만 한 구조대원이 폭격 전에 다른 사고가 있어 직원들을 모두 일찍 집으로 돌려보냈다며 집에 가서 확인해 보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그러나 두 사람이 살던 집도 폭격을 맞아 아수라장이다. 에른스트는 불타고 있는 집으로 들어가 가방, 이불과 옷가지 등 그리고 화분과 크루제 박사 사진액자까지 챙겨갖고 나온다. 에른스트는 엘리자베스가 걱정되어 안절부절이지만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인한 둘은 폴만 교수가 숨어있는 시 박물관에서 함께 밤을 보낸다. 
폴만 교수는 에른스트에게 같이 숨어 지내는 유대인 요셉을 소개한다. 게슈타포의 소환장을 검토해 본 요셉은 정보를 캐내기 위한 목적이며 그래서 본인이 출두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에른스트는 10일 후에 휴가가 끝나면 아내 혼자 남아야 하니 친위대 친구 빈딩에게 도움을 요청해야겠다며 떠나려 하는데…. 
이때 폴만 교수가 "복귀 안 할 생각도 있는가?"하고 묻는다. 요셉은 탈영은 총살이고 아내와 같이 도망치는 건 힘들 거라고 말한다. 또 폴만 교수도 부모님이 살아있다면 그들을 이용해서 너희들을 찾을 거고 숨겨줘도 사형이니까 탈영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에른스트는 믿을 게 아무것도 없다며 폴만 선생에게 묻는다. "교수님, 이 세상에 아직 믿을 게 남았습니까?" "믿을 만한 게 있지." "뭐죠?" "하느님." "아직도 하느님을 믿으세요?" "더더욱 믿지." "의심 같은 건 없으세요?" "당연히 있지. 하지만 시험 당하지 않으면 믿음도 없는 거라네."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어떻게 믿음이 생기세요?" "이건 하느님이 뜻하신 일이 아니야. 우리가 저지른 실수이지."
은사 폴만의 신에 대한 지속적인 믿음과 요셉의 모든 독일인을 경멸하지는 않는 지각 있는 결단력에 감동을 받아 그 자신의 공포스런 전쟁에 대한 책임감에 회의를 품게 되는 에른스트. "독일은 이 전쟁에서 패배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세계가 불행해진다"고 말하는 폴만 교수. 결국 '인간이 선택하는 일은 신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으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요셉은 유사시 엘리자베스를 구난해 줄 것을 약속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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